행정안전부가 지난 10일 행정구역 자율통합 대상지역으로 ‘진주+산청’을 발표하자 단일 선거구였던 산청, 함양, 거창의 반응이 크게 엇갈렸다.

정부는 이달 중 지방의회 의견을 정취하고, 지방의회 반대 시 주민투표를 통해 12월까지 통합결정을 완료할 예정이다. 지방의회가 통합을 의결하거나, 지방의회가 찬성하지 않을 경우 주민 3분의 1이상의 투표에서 과반수의 찬성을 얻으면 통합이 결정된다.

정부는 내년 6월 지방선거를 거쳐 7월 통합시를 정식으로 출범시킨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벌써 주민의견조사 결과를 둘러싸고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고, 통합대상으로 확정된 일부 지자체들과 단일 선거구인 함양, 거창군의 반발이 확산되는 등 2라운드에 들어선 분위기다.

산청은 주민의견조사에서 83.1%라는 전폭적인 지지가 나온 것과 같이 축하분위기에 휩싸였지만, 함양과 거창은 선거구가 나눠짐에 따라 각 지자체별로 미묘한 온도차가 확연히 드러나면서 향후 대책마련에 분주했다.

특히 자율통합 대상지역이 인구 50만 명을 넘을 경우 자치구를 설치할 수 있어 통합 이익에 따른 해석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통합인구 109만 명으로 광역시급인 ‘마산+창원+진해’와 37만 명인 ‘진주+산청’의 셈법은 다를 수밖에 없는 입장에 놓였다.

더구나 도내 일부 언론에서 “진주․산청 통합은 현행 선거구 획정을 규정한 선거법에 저촉되는 데다 국회 입법권 침해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 현실적으로 통합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지만, 행안부는 “크게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이어서 지자체간 희비도 상반됐다.

▲ 사진은 지난 3월 거창에서 열렸던'제1회 농산어촌형 네트워크 포럼' 현장의 모습. 행정구역개편과 맞물려 열린 이날 포럼에는 산청, 함양, 거창 군청 관계자와 학계 인사 40여명이 참석했다. ⓒ서부경남신문

◇산청, “크게 환영한다”=산청군은 적극 환영하는 입장이다. 산청군의회 김민환 의장은 “100년 대계를 바라보면서 지리·정서적으로 인접한 진주와의 통합은 지역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결정”이라고 반기며, “산청과 진주가 통합돼 정치, 경제, 교육, 교통 등의 관광벨트를 만들면 전국 최고의 지자체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구 3만5400명인 산청 주민의 통합열망은 청주 89.7%에 이어 83.1%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았다. 더구나 산청은 진주와 통합되면 당장 산청·함양·거창 선거구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어서 행안부가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주목했다.

산청군은 군민들 다수가 통합을 원하고 의회도 공감하고 있어 통합 절차가 진행되면 지지율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진주시의회가 어떤 선택을 할지 의견이 반반으로 나눠지고 있어 진주시 의견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산청군 시천면 출신인 한나라당 최구식(진주 갑) 의원은 진주·산청이 자율통합 추진대상지역으로 선정된 데 대해 “참으로 잘 된 일로 서부경남의 대통합을 위해서도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함양, “대책마련 분주”=함양은 산청군이 진주와의 자율통합 추진 지역으로 포함되자 ‘설마 설마’ 했다가 낭패를 만난 분위기로 대책을 마련하기에 분주했다.

최완식 기획감사실장은 “함양군은 정중동 분위기속에서 앞으로 어떤 식으로 대응할지 참으로 곤란에 입장에 놓였다”며 “연말까지 시간을 두고 행정구역통합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함양군은 지금까지 거창, 산청과의 통합을 강력히 바랬다. 여기에 옛 함양 땅이었던 남원시의 인월면, 아영면, 산내면 일부를 통합해 3개 군 통합의 중심도시로 발전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현재 함양군은 ‘진주·사천·산청·하동·남해·함양·거창’ 7개 시·군을 아우르는 서북부경남통합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함양군은 거창군이 추진하는 “거창․함양․합천 통합에는 관심이 없다”고 못 박았다.

한편, 함양군은 행정구역통합이라는 큰 물줄기를 벗어나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다.

◇거창, “한층 느긋해져”=거창은 지금까지 행정구역통합에 대해 함양의 움직임에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통합이 ‘산청·함양·거창’의 경우와 ‘거창·함양·합천’으로 이루어질 경우 극과 극으로 입장이 크게 달랐기 때문이다.

‘거함산’으로 통합이 추진될 경우 통합청사를 놓고 산청의 응원을 입은 함양군과의 힘겨루기에 나서야 했지만 지금은 느긋하게 관망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더구나 지난 9월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행정구역통합 대상지역으로 함양·거창·합천 3개 군(31.5%)을 가장 선호했고, 이어 산청·함양·거창 3개 군(26.7%), 산청·함양·거창·합천 4개 군(21.0%)순으로 나타나 산청이 진주와의 자율통합 대상지역으로 선정되자 내심 느긋한 분위기에 쌓였다.

거창군 행정과 관계자는 “올 연말 행정구역통합에 따른 특별법이 국회에서 어떻게 통과될지 보고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며 “현재로서는 서두르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거창은 수면 아래에서는 경남서북부권의 중심축이 되기 위해 의회를 중심으로 행정통합에 대해 능동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입장으로 급선회했다.

◇‘산청+진주’ 통합 현실성은=도내 일부 언론에서는 “한나라당과의 당정협의에서 진주·산청 통합은 현행 선거구 획정을 규정한 선거법에 저촉되는 데다 국회 입법권 침해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 현실적으로 통합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11일 행안부 관계자는 “선거구를 놓고 ‘진주+산청’ 통합을 보면 수도권인 ‘안양+군포+의왕’과 비슷한 경우지만 지방의회와 주민들이 통합을 찬성하면 크게 문제될 것 없다”고 밝혔다.

선거구는 자율통합 대상지역이 인구 50만 명을 넘느냐, 넘지 않느냐에 따라 해석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지방자치법 제3조는 “특별시 또는 광역시가 아닌 인구 50만 이상의 시에는 자치구가 아닌 구를 둘 수 있고, 군에는 읍·면을 두며, 시와 구에는 동을, 읍·면에는 리를 둘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안양+군포+의왕’은 자치구를 설치해 지방의회가 존속할 수 있지만 ‘진주+산청’은 자치구를 설치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행안부 관계자는 "올 연말에 통합자치단체 설치 법안이 국회에 제출될 때 ‘자율통합 대상지역은 행정구를 둘 수 있다는 특례를 적용’ 할 수 있어, 행안부는 ‘진주+산청’의 행정구역통합은 지방의회와 주민들이 원할 경우 사실상 무난하다"며 "지방의회 설치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또한 공직선거법 제25조는 국회의원지역구 획정과 관련해  "다만, 제21조(국회의 의원정수) 제1항 후단의 요건을 갖추기 위하여 부득이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로 되어 있어 "국회의원 선거구 문제는 크게 문제될 게 없다"고 밝혔다. 이 법안에 따르면 국회의원 선거구 문제도 해결되는 셈이다.

결국 행정구역 자율통합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생활방식을 가지고 오는 것이어서 통합으로 지역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할 것인지, 아니면 거대도시에 흡수돼 변두리가 될 것인지 각 지자체와 주민들은 마지막 결단을 할 시점에 도달했다.

신성범 의원 “자율행정통합, 산청주민 의견 따르겠다”     ▲ 한나라당 신성범 의원. ⓒ서부경남신문 한나라당 신성범(산청․함양․거창) 의원은 11일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행정구역 자율통합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유권자인 산청 군민들의 통합 의사를 존중한다”고 밝혔다. 신 의원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산청군과 진주시의 통합안을 놓고 행정안전부에서 주민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찬성 비율이 대단히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며 “어느 시․군과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국회의원이나 자치단체장의 정치적 의지가 아니라 주민들의 의사가 가장 큰 판단기준이 되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그동안 기초자치단체와 기초의회가 중심이 되어 통합을 추진해 오는 과정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이 의견을 피력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판단에서 입장 표명을 자제해 왔다”고 피력했다. 신 의원은 이어 “산청군의회와 군민 의견 수렴 과정에서 자율통합의 취지를 되살려 산청 지역 발전을 촉진하고 주민 생활에 도움이 되도록 군민들의 뜻이 잘 반영되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신 의원은 이 같은 발언은 정부가 11월 중 지역 국회의원과 도지사 등 자치단체장에게 주민의견조사 결과를 설명하고 의견수렴을 거치기 전에 나온 것이어서 행안부의 ‘진주․산청’ 통합이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한편, 진주를 지역구를 두고 있는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은 진주·산청이 자율통합 추진대상 지역에 선정된 데 대해 “참으로 잘된 일이다. 서부경남이 대통합을 통해 획기적으로 도약할 수 있는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영철·이용우 기자  leeyc@seob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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