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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과 거짓의 모호한 경계… 온라인 여론 조작 ‘댓글부대’영화 ‘댓글부대’
  • 성하훈 영화저널리스트
  • 승인 2024.04.03 11:59
  • 호수 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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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님 기사 오보 아니었어요
다 저희들이 만든 수법이에요”

우리들 사는 환경에 대한 이야기
현실적 스토리 감각으로 풀어내

영화 ‘댓글부대’는 2015년 발표된 장강명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이 작품은 국가정보원 여론조작 사건에서 모티브를 따와 발간 당시부터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온라인 여론 조작이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작품이다.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정보화된 사회에서 어떤 주제가 개인의 글 등에 의견을 개진하는 댓글은 중요한 소통 수단이기도 하다. 그런데, 여론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종종 댓글 조작 문제가 불거지곤 한다. 자연스럽지 않은, 동원되거나 특정한 목적을 지닌 사람들이 댓글을 집단적으로 다는 방식으로 여론을 호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 한 기자가 있다. 실력은 있으나 허세도 가득한 창경일보 사회부 기자 ‘임상진’. 열정 가득한 취재로 대기업 ‘만전’의 비리를 고발하지만 이게 오보로 판명되면서 정직을 당하게 된다. 그런데 어느 날 의문의 연락이 온다.

“기자님 기사 오보 아니었어요. 다 저희들이 만든 수법이에요” 자신을 온라인 여론 조작을 주도하는 댓글부대, 일명 ‘팀알렙’의 멤버라고 소개한 제보자는 돈만 주면 진실도 거짓으로, 거짓도 진실로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제보가 의심은 됐으나, 제보자의 구체적 이야기를 들으면서 취재는 다시 시작된다. 그리고 조금씩 그 실체에 다가선다.

누구나 상상해봤을 ‘댓글부대’

익숙하지만 낯설고도 신선한 ‘댓글부대’라는 소재는 현실과 맞닿아 있으면서도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신선한 소재다.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 <댓글부대>는 온라인 여론 조작이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작품이다. 소문으로는 익숙하지만 낯설고도 신선한 ‘댓글부대’라는 소재는 현실과 맞닿아 있으면서도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신선한 소재다.

그 누구도 눈으로 확인한 적이 없는, 실체가 없는 존재는 호기심을 자극하고, 누구나 한 번쯤 상상 해봤을 ‘댓글부대’의 실체를 그려낸다는 점에서 주목될 수밖에 없다.

자신의 오보가 조작된 것임을 알고 판을 뒤집으려는 기자 ‘임상진’과 돈벌이 수단으로 온라인 여론을 조작하는 ‘팀알렙’의 팽팽한 대결은 긴장감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이미 정직을 당한 상황에서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는 기자 ‘임상진’과 온라인 여론 조작의 단서를 쥔 ‘팀알렙’의 보이지 않는 아슬아슬한 기 싸움은 마지막까지 의심을 거둘 수 없는 예측 불가한 전개로 극강의 몰입감을 선사한다.

또한 영화 속 주변에서 살고 있을 것 같은 현실적이고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향연은 영화적 재미를 한껏 끌어올린다. 인터넷 화면창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각종 ‘밈’ 등을 빠른 속도감과 리듬감으로 펼쳐내며 관객이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듦으로써 영화 속 벌어지는 ‘팀알렙’의 온라인 여론 조작과 이에 대한 ‘임상진’의 취재 등에 대해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끊임없이 생각하게 한다.

피부에 닿는 음모론 자극

현실적인 스토리를 자신만의 감각을 더해 풀어내는 것으로 유명한 만큼 온라인 여론 조작이라는 소재를 통해 현 사회에 던지는 감독의 메시지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작품을 연출한 감독이 전작인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를 통해 한국 사회를 적나라하면서도 유쾌하게 풍자하며 언론과 평단에게 ‘충무로 차세대 감독’으로 주목을 받은 안국진 감독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안 감독은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로 제52회 백상예술대상, 제36회 청룡영화상, 제16회 전주국제영화제, 제3회 들꽃영화상, 제16회 디렉터스컷 어워즈 등 각종 시상식을 휩쓸었다.

안국진 감독은 영화 <댓글부대>의 연출을 맡은 이유에 대해 “기존에 없던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또한 “피부에 닿는 음모론의 이야기를 눈앞에서 보여줄 수 있는 영화이지 않을까 싶다. 그냥 하나의 온라인상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모두 담았으면 좋겠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현실적인 스토리를 자신만의 감각을 더해 풀어내는 것으로 유명한 만큼 온라인 여론 조작이라는 소재를 통해 현 사회에 던지는 감독의 메시지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덕분에 <댓글부대>를 자신만의 색깔이 더해진 신선한 웰메이드 범죄 드라마로 재탄생시켰다. 진실과 거짓의 모호한 경계, 그리고 인물의 욕망과 감정을 표현해 낸다.

거대한 자본 권력이 은밀하게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시도를 지적하고 있는데, 드러나지 않은 재벌의 행태를 은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재벌 비판 영화기도 하다.

새로운 기자상 만든 손석구

온라인 여론 조작에 대한 제보로 ‘댓글부대’의 존재를 알게 된 기자 임상진이 그들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거대한 실체와 마주하며 벌어지는 범죄 드라마다.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배우들의 열연도 돋보인다. 출연하는 작품마다 화제를 모으는 ‘천만 배우’ 손석구가 임상진 기자로 나온다. 2022년 개봉한 <범죄도시2>에서 강렬한 악역 ‘강해상’으로 출연, “너 지금 납치된 거야”라는 대사를 시작으로 <나의 해방일지>를 통해 온 국민을 ‘추앙’ 신드롬에 빠트린 손석구의 스크린 복귀작이다.

손석구는 그동안 영화 <범죄도시2>, <연애 빠진 로맨스>를 비롯해 넷플릭스 <D.P.> 시리즈, 디즈니+ <카지노>,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등에서 매번 다른 캐릭터를 탁월하게 소화해 대중들의 신뢰를 받아왔다.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살인자ㅇ난감>으로 화제의 중심에 선 그가 이번 작품에서는 자신의 오보가 조작된 것임을 알고 판을 뒤집으려는 기자로 출연했고, 기존 다른 작품에서 그려져 온 정의감 넘치는 기자 캐릭터에서 탈피한 인물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그려냈다.

이에 더해 충무로가 주목하는 라이징 스타 김성철, 김동휘, 홍경은 극 중 온라인 여론 조작을 주도하는 댓글부대, 이른바 ‘팀알렙’으로 뭉친다. 극 중 ‘댓글부대’의 리더, 존재를 알리는 제보자, 온라인 여론 조작의 위력을 체감하고 점점 더 빠져드는 키보드 워리어 역 등을 맡아 새로운 면모를 드러낸다.

관객과 배우까지 사로잡는 <댓글부대>만의 독보적인 미장센도 주목할만하다. <댓글부대>에는 ‘임상진’이 근무하는 신문사 창경일보부터 ‘임상진’의 집, ‘임상진’과 익명의 제보자 ‘찻탓캇’의 첫 만남이 이뤄지는 다방, 온라인 여론을 조작하는 ‘팀알렙’의 아지트까지 다양한 공간이 등장한다.

이 공간은 캐릭터의 성격부터 인물들이 처한 상황 등을 극적으로 만들어 냄과 동시에 배우들의 연기 몰입도를 끌어 올리고, 관객들이 영화에 보다 깊게 빠져들 수 있는 장치로 작용한다.

진실과 거짓의 모호한 경계에 놓인 인물들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장소 인서트 컷과 몽타주 기법을 적절히 활용한 것도 인상적이다.

<댓글부대>를 통해 한국사회 기득권 세력의 이면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영화의 파장이 작지 않을 전망이다.

성하훈 영화저널리스트  doomeh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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