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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 그 물리지 않는 빛깔
임윤교 수필가

파랑은 맑게 갠 하늘이나 바다 빛깔이다. 물감으로는 기본색의 하나이며 세상에서 가장 많은 빛깔이 파랑일 수 있다. 우리가 언제나 볼 수 있어 흔하지만 천박하지 않고 물리지 않는 빛깔이 파랑이다.

터키여행을 할 때 ‘카파도키아’에 들렀다. 괴레뫼 계곡에 있는 큰 암굴 교회를 갔는데 파란색 성화가 굉장히 아름다웠다. 바탕색으로 물들여진 이 파랑색은 ‘라피스 라줄리’라는 보석에서 추출한 염료다. 청금석이라고도 불리는 이 보석은 라틴어로 돌을 의미하는 Lapis와 파랑을 의미하는  ‘파란 돌’이란 뜻이다. 중세에 와서 라피스 라줄리를 가루로 만들어 물감으로 썼다. 이름난 화가들이 착색제를 만들어 유화 재료로 사용했다. 성공, 번영, 행운을 뜻하는 보석으로 남성들의 커프스 버튼이나 반지를 만들었다.

우리나라 가을하늘은 유난히 높고 푸르다. 구름도 많이 없어 한층 더 푸르게 보인다.  태양으로부터 오는 백색광이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공기층에 닿아서 사방으로 흩어지는 현상을 ‘빛의 산란’이라고 한다. 

당대 최고 미술 안목을 지녔던 ‘최순우’  ‘비가 개고 안개가 걷히면,  ‘김환기’ 화가가 있다. 오죽하면  ‘마티스’도 파랑색을 좋아한 화가라고 한다. 유럽에도 ‘마티스 블루’라 부르는 파랑이 있다고 한다. 색채의 마술사인 화가들이 좋아한 파랑은 어떻게 그들의 감정을 사로잡았는지 궁금하다.

파랑은 단연 쪽빛이 최고다. 무명과 삼베, 명주 등의 천에 쪽물을 들인다. 연청을 비롯하여 감청에 이르는 폭넓은 청색을 망라하고 있다. 천을 쪽물에 담그는 횟수에 따라 엷은 색에서 진한 색으로 나뉜다. 쪽 풀은 흔히 볼 수 있지만 천연염색을 하려면 대량의 쪽풀이 필요하다. 대개 염색장이 직접 농장에서 재배해 생산한다. 쪽물을 들인 천은 자연의 색이다. 사라져가는 쪽 염색을 재현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지금은 나라에서 인정하는 천연염색 염색장이라는 직함이 기능을 인정해 주고 전수를 지원하고 있다.

어느 날, 너무나 아름다운 파랑을 보고 말았다. 창백한 푸른 점 하나가 심중에 콱 꽂혔다. 그것은 인류가 가장 멀리 쏘아 보낸 보이저 우주선에서 찍은 지구 사진이었다. 어쩌면 파랑은 광대무변한 우주, 태초의 색이었는지도 모른다.

서부경남신문  newsnur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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