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 농촌유토피아연구소장

전격적으로 부총리급 장관 한 사람 세우고 대통령실 수석 한 명 내세워 저출생 문제와 인구 문제가 해결되면 정말 좋겠다. 꼭 그리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주지하다시피 이게 그렇게 단순한 문제도 아니고 단시간에 해결될 수 있는 것은 더더구나 아니다. 그야말로 여러 문제들이 난마처럼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수백조원의 예산과 수많은 인력을 쏟아부었지만 백약이 무효였지 않은가!

이왕 컨트롤타워를 만들기로 했으면 제대로 만들고 제대로 된 정책을 준비해야 한다. 어차피 서두른다고 금방 성과가 나오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행여 이번 정부가 3년 안에 뭔가 가시적 성과를 내려 한다면 그것은 큰 착각이다. 수십년간 말아먹은 일을 수년간에 해낼 수는 없는 일이고 그 어느 누구도 기대하지 않을 것이다. 역대 정부 가운데 이 문제에 제대로 대처해온 정부는 아예 없기 때문이다.

왜 그랬을까? 그것은 저출생·고령화 사태를 비롯한 대한민국 인구 문제에 대한 적확(的確)한 진단과 처방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새 부처가 들어서면 또 백가쟁명식 의견들이 그야말로 봇물처럼 쏟아질 것이다. 좋은 일이다. 그럼에도 한가지 충고한다면, 이제부터라도 백년을 내다보고 제대로 된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제발 국책연구원을 중심으로 한 관제 연구와 그에 바탕한 정부 주도의 하향식 정책 수립과 집행은 시도하지도 말자. 왜? 처절한 결과가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이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꼴찌 어쩌고 하는 그런 비참한 인구 관련 수치들을 나열하는 것조차 민망하다.

그래서 이른바 민간 주도의 백년대계 ‘그린플랜’ 수립을 강력하게 권한다. 여기서 말하는 ‘그린플랜’이란 여태껏 해왔던 국가 주도 계획이 아니라, 완전 민간 중심 계획을 일컫는 말이다. 적어도 100년을 내다보면서 10년 단위 또는 5년 단위로 세부 계획을 먼저 수립한 다음에 비로소 실행으로 옮겨야 한다.

어떻게? 전국을 돌며 만민공동회를 열면 된다.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뒷받침하는 형식이 바람직하다. 적어도 저출생 또는 고령화 문제 등에 대해서는 전문가 아닌 국민이 없다. 국민의 의견을 경청하라.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라. 그리고 국민이 이 문제 해결에 스스로 나서도록 하라.

이제까지의 천편일률적 시도는 다시 하지 말라. 다 실패하지 않았는가! 민의를 들어야 한다. 민간의 창조적 상상력을 십분 활용해야 한다. 답이 없는 문제는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답은 다 틀렸다. 과연 인구 문제가 어디 단시적(短視的)으로 풀 수 있는 문제인가. 얼기설기 얽혀 있는 그 많은 기저(基底)의 문제들은 방기(放棄)하면서, 출생률이 하마 높아지기를 기대하는가! 행여 잠시 멈춰주기라도 기대하는가! 가속도까지 붙은 합계출산율 저하를 대체 누가 어떻게 막을 것인가?

현 정부가 저출생대응기획부와 저출생수석실을 만들겠다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그 실효성에 의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태껏 관련 기구나 조직이나 혹은 인력이나 예산이 없어서 문제 해결을 못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왕년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처럼 밀어붙여서 될 일이 절대 아니다. 경제는 기업을 강제로라도 끌어주고 밀어주면 성장할 수도 있겠지만, 아이는 아이를 낳고 키워내야 하는 당사자들의 마음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단언컨대, 더이상 실기(失期)하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정녕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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