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암 박지원은 실학자이며 저술가이고 또한 행정가이기도 하다.연암은 삶을 느리게 천천히 살아간 사람이다. 공직 진출도 한참 늦었고 그의 공적에 대한 평가도 사후에야 이루어지고 있다. 그가 설치한 물레방아는 함양군을 대표하는 심볼 마크에 들어있고 물레방아골 축제명도 있다.

연암 박지원 선생은 함양군 안의현감으로 부임한 이후 백성들의 시름을 덜어주고자 물레방아를 제작, 보급했다. 연암 박지원 선생이 물레방아를 만든 후 노동력은 절감되고 생산량은 증대하여 백성들의 생활에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왔다.

안의는 경상남도 함양군에 있다. 안의는 의식이 높은 지역이다. 조선 영조 임금 때 발생한 무신난 주동자의 한 사람인 정희량이 안의현 출신이고, 1946년 전국 아나키스트 대회가 열린 곳이 안의 용추사이다. 연암 박지원이 5년간 현감으로 근무하면서 치적을 많이 남겼다. 그래서 함양태수에 고운 최치원과 점필제 김종직이 있다면 안의현감에는 연암 박지원이 있다고 한다.

연암 박지원(1737~1805)은 실학자이며 저술가이고 또한 행정가이기도 하다. 연암은 삶을 느리게 천천히 살아간 사람이다. 공직 진출도 한참 늦었고 그의 공적에 대한 평가도 사후에야 이루어지고 있다. 선정비 건립도, 그의 개혁적 사상에 대한 평가도 당대보다 후세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그가 설치한 물레방아는 함양군을 대표하는 심볼 마크에 들어있고 물레방아골 축제명도 있다.

어릴 적 어머니가 삼을 삼을 때 돌리던 물레, 베를 짠 베틀, 곡식을 찧은 방아, 큰 돌을 옮기는 화차, 방아 찧고 발전을 하던 물레방아, 이런 유용한 기구를 제작·보급한 사람이 연암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존경의 마음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관개시설을 하여 농업 수확을 올리고, 구휼미를 통해 굶주리는 백성을 구제하는가 하면, 양잠과 면화 재배를 권장하여 추운 겨울 따뜻한 솜옷을 입게 만들었다. 열녀함양박씨전 등 여러 저술을 통해 풍속을 규율하였다. 특히 중국에 다녀와서 쓴 <열하일기(熱河日記)>는 당대 지식인들에게 충격을 준 필독서였다. 그 문장이 자유분방하고 내용 또한 파격적이어서 문체반정(文體反正)의 표본이 되어 정조임금의 노여움까지 샀을 정도로 화제가 되었다.

청나라 연행록 <열하일기>의 표지.<사진: 실학박물관>

연암은 조선조 영조~순조 연간을 살았다. 본관은 반남(潘南)으로 조부는 지돈령부사를 지낸 박필균이며 아버지는 어려서 여의였다. 1780년 44세 때 연암은 청나라 건륭황제의 칠순 탄신을 축수하기 위해 청나라 사절로 떠나는 사촌 형 박명원을 따라 청나라 여행을 할 기회를 얻었다. 한양에서 북경을 거쳐 열하(熱河)까지 장장 3000리(약 1180㎞)를 다녀왔다. 이 사신 길은 새로운 문물을 접할 수 있는 ‘문명의 길’이었다. 중국인들의 이용 후생 하는 실생활을 보고 실학에 뜻을 두고 공부했다. 청나라에서 겪은 풍경과 일상을 담은 기행문, 그의 대표작 <열하일기>는 그렇게 해서 탄생하였다.

열하일기의 내용은 대체로 네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조선의 청조(淸朝)문화에 대한 비판, 둘째는 한인(漢人) 사대부들이 이민족 왕조인 청조에 대해 품고 있던 사상과 그로 인한 학문적 경향, 셋째는 청조 지배 세력의 의식, 넷째는 각 지역에서의 견문 등이다. 비록 오랑캐의 나라라 하더라도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는 주장은 주목할 만하다.

열하일기는 당시 보수파에게서 많은 비난을 받았으나, 정치·경제·병사·천문지리·문학 등 각 방면에 걸쳐 청나라의 신문물을 서술하여 그곳의 실학사상을 소개했다. 홍대용·박제가와 함께 북학파의 영수로 청나라 문물을 받아들일 것을 주장했다.

1766년(29세)에 처음으로 과장(科場)에 나갔으나 낙방의 쓰라림을 경험한다. 그리고 다시는 과장에 나갈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학문을 연마하여 대성할 것을 다짐한다.

1780년(43세) 음서로 관직에 나가 사복시 주부, 의금부 도사, 한성부 판관을 거쳐 56세에 첫 목민관으로 안의현감에 부임하여 5년(1792~1797)간 근무하면서 중국에서 배운 것, 백성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오랫동안 축적한 실용적 지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다. 열하일기에 소개한 베틀과 물레방아를 보급했다. 농기구는 인간의 편의를 위해 고안된 것이다. 성과는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많았다. 용추계곡 입구인 안심마을에 우리나라 최초의 물레방아가 설치되었다. 이전까지 디딜방아를 사용했던 것을 물레방아를 사용하게 됨으로써 백성들의 생활과 생산증대에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오게 되었다.

1960년대 말 안의 출신 김재연 중앙방송국장의 영향이 있었는지 KBS에서 새소리, 물소리, 바람 소리 등 자연의 소리를 소개하는 프로에서 안심마을 물레방아가 소개되었다. 세찬 물줄기가 하얗게 부서지는 물거품 장면은 보는 사람이 감탄을 자아내고 시원함을 느끼게 하였다. 이 물레방앗간에서는 쌀 도정 뿐 아니라 발전(發電)을 하여 심진골 일대의 밤을 밝히는 문명의 이기였다. 그때까지 각 가정에서는 호롱불로 어둠을 밝혔다. 방앗간 주인 정연섭의 인터뷰도 방영되었다. 당시 심진골은 대지초등학교와 사평분교가 있을 만큼 사람들이 많았다. 방송을 본 사람들은 이웃 아저씨인 방앗간 주인 정연섭이 TV에 나왔다며 자랑스러워하기도 하였다.

연암은 백성들의 심성 순화를 위해 열녀함양박씨전을 쓰기도 하였다. 고을 원으로 있는 사람은 비록 내일 당장 그만두고 떠날지라도 늘 백 년 동안 있으면서 그 고을을 다스린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하였다.

그는 안의현감을 지낸 후 현 충남 당진군에 속하는 면천현감을 거쳐 양양부사로 승차하면서 다양한 애민정책을 펼쳤으나 양양부사를 끝으로 관직에서 물러났다. 향년 69세로 삶을 마감한 연암은 백성의 편에 섰던 휴머니스트였다.

연암은 청빈하기로도 소문났었다. “집을 지키던 계집종이 달아나고…, 집과 아내가 있으면서도 나그네나 중(僧) 신세이지만, 마음은 더없이 편안하다. 책을 보다가도 잠이 오면 자는데, 깨워 줄 이 없어 어떤 때는 종일 자는 수도 있다. 그러다 보면 사흘을 굶기도 한다.”

연암은 이같이 가난하게 살았고, 그의 아들 박종채(朴宗采)도 계동(桂洞)에서 빈곤하게 살았으며, 그 청빈 속에서 박규수가 태어났던 것이다.

연암의 개혁적 사상은 살아생전에 제대로 펼치진 못하였으나 그의 학문적 상속자라 할 수 있는 손자 박규수로 이어졌다. 박규수는 박지원의 영향을 적지 않게 받아서 개국부강책을 지론으로 삼은 온건개화파로서 한국 근대사에 돋보이는 사상적 좌표를 차지하고 있다. 박규수는 흥선대원군에게 개국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던 개화사상의 선구자로 우의정까지 오른 인물이다.

연암 박지원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물레방아. 함양군은 안심마을에 장난감처럼 모형으로 축소 제작해 놓은 볼품없는 물레를 없애고 기품 있는 옛 모습의 물레방앗간을 재현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귀한 학습을 겸한 관광자원이 어디 있겠는가.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는 가우디 한 사람으로 인해서 관광과 경제, 문화적으로 큰 혜택을 보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는 빵부터 시작해서 모든 게 모차르트하고 연관된다. 하나의 도시가 한 사람 때문에 먹고 산다.

연암은 전설 속의 인물이 아니라 우리 역사 속에 살아 숨 쉬고 있는 인물이다. 그가 남긴 발자취를 재조명함으로써 지역민의 문화적 긍지와 자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연암공원을 조성하여 열녀함양박씨전 이야기를 비롯한 연암 관련 콘텐츠를 개발 활용하면 함양 미래 100년 먹거리 사업의 하나가 될 것을 확신한다.

이철우 본지 회장  lc34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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