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공천을 희망하는 후보자들은 경남이 텃밭이라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라는 심리가 깔려 있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공천심사위원회는 난립한 후보자 군을 제대로 가려 ‘깔끔한 공천’을 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게 됐다.
한나라당은 어떤 기준으로 후보자 심사를 할까? 공심위는 심사의 5대 기준으로 도덕성, 정책비전 제시 등 행정·의정활동능력 등 후보자 전문성, 지역유권자 신뢰도, 당과 사회기여도 여부, 본선 경쟁력을 감안한 당선가능성 등을 제시했다.
또 배우자의 도덕성도 심사키로 했다. 뇌물수수 등 부정부패 전력자는 벌금형 전과만 있어도 공천에서 배제하고, 성범죄자는 사면·복권여부와 상관없이 제외키로 했다.
후보자 전문성 검증과 관련해서는 공약의 실천도 등 매니페스토 지수를 반영하고 무분별하게 예산을 낭비해 지방재정을 악화시킨 사례가 있는지를 따지기로 했다. 특히 후보자의 지역 평판, 인지도, 현안 수행능력 등을 심사에 반영할 방침이다.
문제는 후보자의 옥석 가리기가 만만치 않다는데 있다. 그렇다고 대충하거나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일부 후보들이 여론조사를 빙자해 지지도를 끌어올리거나 이를 사실인양, 지역신문을 통해 유권자들에게 제공하는 행위는 어떨까?
가장 순수하고 정당한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할 여론조사가 일반전화를 사용하지 않고, 일부는 사전에 자신을 지지하는 휴대폰 명단을 입수해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조사가 이루어진다니 참 서글픈 현실이다.
더구나 어떤 후보들은 가나다순으로 공정하게 이름을 불러주기는 커녕 아예 후보자 명단에서 빼고 조사를 실시했다니 이런 ‘조작된 여론’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건가?
본질은 대부분 여론조사가 특정 후보를 편파적으로 홍보하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점이다. 여론조사를 진행하면서 조사를 의뢰한 후보의 순서를 맨 앞에 두고 공천을 받은 마냥 경력을 장황하게 늘어놓은 뒤 지지도를 묻는 식이다.
이 같은 이유는 당내 공천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여론조사를 통한 인지도 제고가 가장 손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정책이나 공약 제시는 없고, 이름 알리기에 혈안이 된 듯한 모습에 유권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이제 여론조사는 유권자들로부터 불신에 차 버렸고, 통계조차 믿지 못할 지경이 돼버렸다. 여론조사가 인기투표로 변질한 셈이다. 이 변질된 인기투표가 당선가능성이 높다는 포장으로 공심위의 수첩에까지 오르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실제 지난 2008년 총선에서도 이런 복잡한 이유 때문에 산청·함양·거창 여론조사에서 3위를 한 신성범 의원이 최종 공천자로 낙점 받지 않았는가. 그의 자질과 능력, 비전을 높이 샀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럴 가능성은 낮겠지만 행여나 공심위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온갖 야비한 방법으로 헛소문을 퍼뜨리고, 당선가능성이란 미끼를 가지고 인기투표로 조작된 후보들을 지역여론으로 알고 이를 제대로 알아채지 못할까 심히 걱정된다.
한나라당은 공천 과정에서 ‘형편없는 정당’ 으로 더 이상 낙인 받아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가장 깨끗하고 공명정대한 방법으로 유권자에게 다가가야 한다. 지역 정서상 공천이 당선분위기로 받아들이는 한나라당이기에 더욱 그렇다.
한나라당이 경남을 텃밭으로 인정하다면 공천 심사의 가장 큰 기준은 후보자의 도덕성과 군정 수행능력을 가장 첫 번째 항목으로 꼽아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정책비전 제시, 유권자와의 신뢰도, 지역의 화합을 이끌 후보를 당의 이름을 걸고 책임지고 보증한다고 유권자한테 약속하는 일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국민을 감동시키고, 유권자를 감동시키는 정치를 보고 싶다.
서부경남신문 webmaster@seobunews.com
<저작권자 © 서부경남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산청·함양·거창·합천 개표현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