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카가 환경 훼손하는

    잘못된 인식은 불식되어야

    환경부 가이드라인 변화가

    친환경적 공원으로 바꾼다

이백기 - 산유곡농원 대표 . 한오삭도연구소 고문

환경부는 또다시 지리산에 케이블카를 놓겠다는 경상남도의 신청서를 돌려보냈다. 중산리~장터목~추성리에 이르는 10.6km 구간을 케이블카로 이을 계획이었지만 ‘자연공원 삭도설치 운영기준에 맞지 않다’는 것이 반려의 이유다. 아울러 지리산국립공원 인접 지자체들 간에 단일화 협의가 없었다는 것도 반려의 근거가 되었다.

지난 2012년에는 산청군과 함양군이 각각 중산리와 백무동을 기점으로 하는 케이블카 설치를 위하여 공원계획변경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환경성과 공익성, 기술성 부적합 등 몇 가지 이유로 국립공원위원회 심의에서 부결시켰는데 이번에는 아예 국립공원위원회의 심의에 회부조차도 하지 않았다.

환경부의 자연공원 삭도 설치 운영 가이드라인을 보면 이러한 계획에 대한 부적합 판정이 놀랄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연공원법과 그 시행령은 삭도(궤도)를 자연공원을 보존, 관리 이용하기 위한 공원시설로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부의 가이드라인은 삭도 설치가 기존 탐방로에 연계되는 것을 억제하고 있는 등 정책 결정자가 부정적이면 설치가 불가능하도록 되어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삭도가 국립공원 운영의 유기적 구성요소로 활용되는 것을 제한하고 있고 자연공원법의 입법취지와 어긋나는 부분이며 IUCN(세계자연보존연맹) 카테고리 II에 부합하는 국립공원 원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활용될 수 있는 삭도의 순기능 역할에 반하는 것이다.

국립공원에 삭도가 설치되면 많은 탐방객이 상부에 몰려 봉우리들이 훼손될 것이라고 생각하여 삭도를 자연 파괴의 주범 정도로 잘못 부각시켜버린 것이다.

알프스의 경우 고산을 방문하는 삭도이용객은 내려 올 때도 99.9% 삭도를 이용한다는 것이 유럽 알프스 통계에 나타나고 있으며, 이와 같은 통계는 연간 100만 이상의 방문객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통영 미륵산의 케이블카에서도 적용되고 있다. 아무런 금지 조치를 하지 않아도 모두 케이블카로 돌아 내려오며, 2008년 개통이후 10년 가까이 운행 중인 통영케이블카의 탑승객으로 인해 미륵산이 훼손되었다는 보고는 아직까지 한 건도 없다.

실로 삭도는 방문객으로 인한 국립공원의 훼손을 저감하고 운송기구로서 대피소의 오물을 관로로 회수하는 등 생각보다 훨씬 많은 친환경적 기능을 보유하고 있다. 자연공원의 유기적인 구성요소로서 친환경적 치산의 불가결한 요소로서 이미지가 바뀌어져야 한다. 케이블카가 환경을 훼손하는 국립공원의 천적인 것처럼 오해를 받고 있는 점은 불식되어져야 한다.

지리산 둘레길은 자연과 접하는 통로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삭도의 대안이 될 수는 없다. 둘레길의 기능은 따로 있다. 위로 높이 올라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옆으로 유도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위로 가고 싶은 사람들과 옆으로 가고자 하는 사람들은 가치관에 따라 길이 나뉘는 것이며, 어느 한쪽도 다른 한 쪽을 틀렸다고 손가락 질 할 수 없을 것이다. 둘레길을 즐기는 사람들 가운데서도 나처럼 위로 가는 것이 힘이 들기 때문에 둘레길로 만족해야하는 이들도 많지 않을까.

산이 좋아 산속으로 들어와 살면서 거의 매일을 천왕봉과 마주하며 살고 있다. 일을 하면서 또는 쉬면서 바라 볼 수 있는 영산의 봉우리는 볼 때마다 내게 올라오라고 손짓을 하는 것 같다. 그래도 몸이 가볍게 움직이던 시절에는 가끔은 혼자서 또는 산 그리워하는 동무들과 수시로 안겨보았던 지리산이지만 요즘은 가끔씩 둘레길을 따라 걸으며 조금씩은 산이 주는 기운을 느끼곤 한다.

그래도 큰 산의 큰 기운을 느끼며 즐기고 싶은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이런 갈증을 가진 사람이 나뿐만 아닐 텐데 이런 바램들이 정책결정과정에도 반드시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산을 사랑하고 자연을 아끼는 많은 사람들의 이런 바램이 이루어지기위해서 또한 국립공원의 본래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환경부의 자연공원 삭도 설치·운영 가이드라인은 개정되어야 한다. 그래서 삭도의 순기능을 통해 친환경적 효율적 경제적 자연공원 운영이 기능하도록 해야 한다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는 지자체들의 바램은 그로 인해 걷을 수 있는 경제적인 가치가 맨 앞에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그 바램이 이루어지길 원한다면, 보다 전문성 있는 계획안이 만들어져야 한다. 지금까지 각 지자체들이 환경부에 신청한 공원계획 변경 안들을 살펴보면 삭도부분에 관한한 전문성이 전반적으로 결여되어 있다.

삭도기종의 선택. 노선의 선정. 역사와 지주위치의 결정 등에 선로계산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계획한 것이 대종이다. 이러한 점이 개선되지 않고는 신청과 반려가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언제쯤 산쟁이들뿐만 아니라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편안하고 즐겁게 저토록 거대하고 아름다운 산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을까하고 기다리며 오늘도 천왕봉을 바라본다.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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