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회 조직위원장과 영화인총연합회 갈등 고조

     5년 임기 협약서 체결했으나 이제 와서 ‘모르쇠’

     다른 후원자 찾겠다… 양측 법정 공방도 불가피

지난해 52회 대종상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발표하고 있는 김구회 대종상 조직위원장. <성하훈 기자>

최근 수 년 간 숱한 논란을 일으키며 논란의 상이 된 한국영화의 가장 오래된 상인 대종상영화제(이하 대종상)가 올해는 두 개로 쪼개지려는 모습을 보이며 원로영화인들의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해 대종상을 이끈 함양 출신 김구회 조직위원장과 주관단체인 영화인총연합회가 행사의 주최를 놓고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양측이 갈등이 심화되면서 법정에서 시비를 가리는 게 불가피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올해도 논란을 비켜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대종상은 지난해 재경함양향우회 부회장 등을 역임한 김구회 주식회사 대길 이에스(ES) 회장을 조직위원장으로 영입했다. 김 회장은 함양 휴천면 출신으로 휴천초, 함양중, 함양종고를 졸업했다. 전임 조직위원장이 방산비리 문제로 구속되면서 물러난 이후 김구회 회장이 조직위원장을 맡으면서 개최가 불분명하던 지난해 52회 대종상은 간신히 치러질 수 있었다.

하지만 행사 준비과정에서 매끄럽지 못한 모습이 계속 발생했다. 수상자들이 불참할 경우 상을 주지 않겠다는 대종상 관계자의 발언이 논란이 됐고, 배우 김혜자에게 봉사상을 수여하기로 했다가 번복하면서 파문이 커졌다. 결국 수상 주요 배우들이 불참한 가운데 간신히 치러졌다.

지난해 논란을 뒤로하고 지난 7월 올해 행사 준비를 시작했지만 이번에는 대종상 주관단체은 한국영화인총연합회와 김구회 조직위원장이 갈등을 빚으면서 행사 자체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영화인총연합회는 김구회 조직위원장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자세고 이에 맞서 김구회 위원장은 법적 대응에 들어갔다.

대종상 조직위원회는 지난 7월 25일 영화인총연합회와 산하 8개 단체에게 올해 행사 준비를 위한 집행위원회 소집 공문을 보냈다. 집행위원원회는 영화인총연합회와 산하 8개 단체 대표자들로 구성된다. 그런데 영화인총연합회는 같은 날 산하단체에 공문을 보내 김 조직위원장의 소집한 회의에 참석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영화인총연합회는 공문에서 “대종상 조직위원회는 지난해 11월 17일 협약서에 근거에 조직된 한시단체로, 협약서는 이사회 통과를 조건으로 체결한 것이었으나 이사회에서 부결돼 무효가 돼 법적 근거를 상실했다”고 밝혔다.

영화인총연합회는 같은 날 김구회 조직위원장에게 보낸 공문에서 “대종상영화제의 원활한 진행을 위한 이사회 인준 절차에 필요한 창원지검과 연루된 사항에 대한 명쾌한 해명 등과 같은 사안에 협조하지 않은 것”을 이유로 들었다. 이어 “대종상에 대한 어떠한 권리도 보유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려드린다”며 “대종상 조직위원장이란 명칭도 사용하지 말라”고 통보했다.

이에 대해 김구회 조직위원장은 “나는 계약한 대로 할 것”이라며 “협약서에 발전기금 2억원을 매년 8월말과 12월에 1억씩 주기로 했는데, 5월에 당겨서 달라는 것을 미뤘더니 저렇게 나오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창원지검 건은 무혐의를 받은 사안이라 문제될 것이 없는데도 트집을 잡고 있다”며 내 명예와 관련된 사안이기에 저쪽에서 억지를 부리며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영화인총연합회 주장을 반박했다. 김구회 조직위원장은 8월초 영화인총연합회관계자 등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김구회 조직위원장과 영화인총연합회의 양측의 갈등은 돈 문제에 얽힌 사안이라는 것이 충무로 영화관계자들의 진단이다. 영화인총연합회 산하단체의 한 관계자는 “한쪽에는 참석을 부탁하고 또 한 쪽에서는 참석하지 말라는 공문이 왔는데. 이게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돈 문제 때문이라는 건 뻔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영화인총연합회 측은 김구회 조직위원장이 마음에 안 드니 다른 후원자를 찾겠다는 것 같은데, 협약서를 체결한 상태이기에 법적인 문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또 다른 산하단체 관계자는 “몇몇 특정인물들이 대종상이 개인 것이라도 되는 듯 좌우하고 있다”며, “정작 협약서에 도장을 찍은 사람들이 딴 소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17일 김구회 조직위원장과 영화인총연합회가 체결한 협약서에 따르면 영화인총연합회는 김구회 조직위원장에게 2015년 52회부터 2019년 56회까지 5년간 행사의 주관을 맡긴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또 발전기금 납부시기 및 방법과 심사위원회 및 집행위원회 구성 등을 명기했다. 이 협약서에는 당시 영화인총연합회 직무대행인 최하원 감독을 비롯해 영화촬영감독협회, 영화조명감독협회 등 5개 단체가 대표자가 도장을 찍었다. 영화감독협회와 시나리오작가협회, 영화배우협회 등 3개 단체는 동의하지 못한다는 뜻을 밝히며 날인을 거부했다.

당시 협약서는 김구회 조직위원장이 대종상 행사 진행을 위해 재정을 지원하는 사람으로서 제대로 된 책임과 권한을 요구해 행사 개최가 다급했던 영화인총연합회가 급하게 이를 수용하면서 대종상영화제 개최 3일 전에 체결됐다.

문제는 지난 3월 영화인총연합회가 총회를 통해 새로운 회장을 선임하고 협약서에 날인했던 일부 영화협회도 회장이 바뀌는 등 임원 개선이 이뤄지면서 협약서를 인정하지 않는 데 있다. 표면적으로는 이사회 통과가 안 됐다는 이유를 들고 있지만 돈이 들어가야 할 때는 급하게 협약서를 썼다가 이후 입장이 바뀐 것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만만치 않다. 김구회 조직위원장은 대종상과 관련해 수 억 원의 자금을 후원한 입장에서 영화인총연합회의 주장을 억지를 부린다고 인식하면서 정공법으로 대응하겠다는 분위기다.

당시 협약서 동의를 거부한 영화단체의 한 관계자는 “돈이 지불 안 됐으면 문제가 없지만 돈을 받아 놓고 협약서를 무시하겠다는 것은 법적인 논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일부 협회장들이 날인을 요구했으나 문제가 될 가능성이 많아 보였고, 특정 인사들이 전횡을 하는 것 같아 도장을 안 찍었다”고 말했다.

영화인총연합회는 별도로 대종상 행사를 준비하겠다는 태도여서 이미 준비를 시작한 김구회 조직위원장과의 갈등이 더욱 심화되는 분위기다. 김구회 조직위원장이 돈만 내놓고 내쳐지는 모양새가 될지 아니면, 영화인총연합회가 김 조직위원장의 법적 대응에 밀릴지는 올해 대종상이 말해 줄 것으로 보인다.

대종상은 한때 국내에서 가장 권위를 인정받았으나 조직위원장이 자주 바뀌고 각종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이제는 한국영화가 기피하는 상으로 전락한 상태다.

성하훈 기자  seonghh@seob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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