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원 - 전 STX중공업 플랜트 . 디자인 총괄실장 . 현 성진이엔티 설계본부 상무

지난 5일 잡코리아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7명은 재직 중인 직장에서 정년퇴직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고, 희망 은퇴연령은 평균 60.3세로 나타났습니다.

700만명의 베이비붐 세대(1955 ~1963년 출생자) 남성의 정년퇴직이 본격화된 2012년의 평균 정년은 57.4세였지만, 규정상의 정년이 아닌 실제 체감 정년연령은 이보다 더 낮아지는 추세입니다.

운 좋게도 저는 회사의 배려로 에스티엑스(STX) 중공업 플랜트분야 최초로 정년은퇴식을 거행할 수 있었습니다. 임직원 및 관계자 여러분의 많은 은혜를 입었습니다. 그동안 많이 이끌어주시고, 밀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하는데, 회사의 업무를 늘 함께하면서 항상 좋은 감정만 가지고 일을 할 수 만은 없었으니, 그간 제가 서운하게 했거나 부족했던 부분은 전부 훌훌 털어주셨으면 합니다. 좋았던 추억은 오래 기억하셔서, 차후 우연한 만남이라도 있으면 반갑게 악수를 청해 주시기를 감히 부탁드립니다.

정년은퇴를 한다고 하니 어떤 분이 “도대체 축하를 해야 합니까, 위로를 해야 합니까”라고 질문을 하더군요. 저는 그분에게 사람은 네 가지를 먹고 산다고 했습니다. 첫째는 밥, 둘째는 사랑, 셋째는 꿈, 넷째는 자유라고 했습니다.

이 네 가지 중 우선 ‘밥’에 관해서는 퇴임 후에는 수입이 없으니 두 끼만 먹어야 할 것이고, 이제까지 살갑게 지내던 에스티엑스(STX) 중공업 가족의 곁을 떠나니 받을 수 있는 ‘사랑’의 질량도 반 토막 일 것입니다. 정년 후의 보편적 사회 인식이 있어 어디 ‘꿈’인들 크게 꿀 수 있겠습니까. 퇴임하면서 더 얻는 것이 있다면 오직 ‘자유’ 뿐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먹고 살아야 할 것 네 가지 중에 셋을 잃고, 하나를 얻으니 정년퇴임은 일단 동정과 위로를 받아야 할 일이라고 일반적으로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어떤 이의 퇴임이 동정을 받느냐, 박수를 받느냐 하는 것은 퇴임 후의 모습보다는 퇴임할 때까지 그의 행적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직장을 진정 사랑했고, 직장을 위해 몸 던져 열정을 다해 일했으며, 그리고 플랜트분야를 위해 후배들의 역량향상 및 기반을 충실히 구축하였다면, 그의 퇴임은 반드시 축하를 받아야 할 것입니다. 반면 반대의 경우라면 위로를 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하기에, 제 정년퇴임을 평가할 때 그런대로 축하를 받아도 괜찮지 않겠느냐는 오만한 생각도 듭니다.

이 말씀은 에스티엑스(STX) 중공업에 남아서 회사의 위기를 극복하고 경영정상화를 위해 책임져야 할 후배 분들에게 남겨주고 싶은 말이기도 합니다.

저는 국내 및 당사 플랜트 분야의 창립 멤버로 부푼 희망을 품고 입사하여 약 10년 동안 일편단심 회사만 생각하며 성실히 근무를 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여러 희생도 있었고, 경영상 위기도 겪고 있으나, 이러 성과를 조기에 달성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으니, 여러분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각고의 노력을 지속한다면 현재의 경영위기는 빠르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제 내게 보람과 행복을 주었던 무대 에스티엑스(STX) 중공업을 떠납니다. 무대 위에서의 공연이 제 아무리 화려했다 할지라도 퇴장하는 배우에게는 다소간의 허탈함이 남게 마려이지만, 훌륭하신 선·후배 여러분들이 계시기에 지금의 어려운 현실을 잘 극복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가까운 기간 내에 꼭 더욱 발전된 회사로 거듭나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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