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학 -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박사 수료 . 전 국회 보좌관 . 현 경기도청 홍보전략팀장

보민(保民). “백성을 보호하여 편하게 함”. 조선 후기 실학자 성호(星湖) 이익(李瀷)은 (왕도)정치의 본질은 “백성들이 좋아하는 것을 하고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 것, 즉 보민(保民)”이라고 했다.

요즘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는 수당(手當)이다. 수당의 사전적 의미는 ‘정해진 봉급 이외에 따로 주는 보수’이다. 근로자의 근무 이외의 작업이나 업무에 대해 근로의욕을 높이기 위해 지급되는 보상의 의미이다. 즉, 정당한 근로 후에 받는 대가인 것이다.

하지만 2017년 대선을 앞둔 현 시점에 근로의욕 고취가 아니라 유권자의 표를 의식한 ‘수당정치’가 대세가 되었다. 지난 2012년 18대 대선에서는 ‘기초노령연금’이 핫 이슈였고, 내년 대선을 앞둔 지금 정치인들은 너도나도 특정 계층과 대상에게 수당을 지급하겠다고 한다.

수당정치 논란의 시작은 서울시의 ‘청년수당’에서 시작되었다. 서울시에 거주하는 만19세~29세 미취업 청년 중 중위소득 60% 이하의 대상자에게 매월 50만원을 6개월간 지급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소득수준이 낮은 청년에게 지급되어야 할 수당이 연봉 2억원이 넘는 고소득 자녀에게 지급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제 정치권의 수당 논쟁이 ‘아동수당’으로 그 전선이 확대되었다. 지난달 7일 더불어민주당 한 의원은 ‘12세 이하의 아동에 대하여 월 10만원에서 30만원까지 아동수당을 지급하고 그 재원은 국가에서 부담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아동수당의 지급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에서도 대상범위와 지급액에서 약간의 차이는 두지만 초등학생 자녀를 둔 가정에 아동수당을 주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각 당의 아동수당 경쟁의 명분은 ‘저출산 해결’이다. 문제는 재원이다. 발의된 법안에 첨부된 비용추계를 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총 76조7133억원이 소요된다고 한다. 아동 한 명 당 30만원을 지급한다고 취업도 못하는 청년들이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할까? 이 법안 역시 저출산 해결에 대해 근본적인 고민을 한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다.

지자체에서 알아서 준다는 청년수당도 국가가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아동수당도 모두 국민의 혈세이다. 기획재정부의 자료에 따르면 2016년 현재 정부가 국민에게 제공하는 복지수당 및 서비스는 350개 항목에 약 80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2020년이면 100조 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여기에 아동수당까지 더해진다면 어떻게 될지 정치인들은 생각이나 해봤을까. 재원마련에 대한 대책도 없이 수당을 주자고 하니 내놓는 정책들 마다 포퓰리즘이라고 비판 받는 것이다.

복지 지출이 늘어나면서 국가재정 여력에 한계가 온다면 결국 재원마련을 위해서는 국민들을 쥐어짜는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기껏 재원마련의 대책이라고 운운하는 것이 ‘아동수당세’와 같은 목적세 신설이다. 지금 20, 30대 청년들이 당장 손에 받아 쥐는 50만원이 불과 10년 안에 몇 배 몇 십 배로 갚아야 할 세금이 될 것이다. 선거와 표를 의식해 수당을 운운하기 전에 문제의 근본을 살펴보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청년고용 문제와 출산률 문제는 별개의 사안이 아니다. 지금, 우리사회가 같이 고민하고 풀어나가야 할 숙제이다. 청년실업률이 높은 이유는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인해 절대적으로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출산율이 낮은 이유는 일자리가 없는 청년이 결혼을 미루고 일자리를 구하더라고 가처분 소득이 낮다보니 출산을 생각할 여유가 없는 것이다. 이에 더해 자녀를 양육할 수 있는 사회적 지원 시스템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출산관련 예산이 150조가 투입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이 높아지지 않고 있다. 2016년 현재 고용노동부, 교육부, 외교부, 문체부, 중기청 등의 예산을 모두 합쳐 매년 청년고용지원 예산을 2조원 가까이 집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년실업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각 부처별 실적 위주의 중복 투자도 문제겠지만, 지금 정부에서 추진하는 있는 청년고용지원정책이 근본에서부터 잘못되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정부와 정치권은 수당정치를 포기하고 지금부터라도 청년실업문제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큰 그림을 그려야 할 것이다. 수당 지급이 문제해결의 정답은 아니다. 국민을 위한다면서 수당을 주겠다고 하고 한편으로는 백성의 고혈(세금)을 쥐어짜보겠다는 발상은 곤란하다. 출산과 양육지원, 주거안정, 공교육정상화, 일자리 창출, 편안한 노년 등 생애주기에 맞는 정책 마련과 각 정책들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세밀한 정책설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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