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 세력의 부정과 비리가

    초래하고 있는 국가적 혼란

    지역정치권도 다를 바 없어

    친인척 특혜 의혹 조심해야

성하훈 객원기자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우병우, 최순실, 정유라. 차은택 등등. 요즘 나라 전체를 뒤흔들고 있는 명사들이다. 대통령을 보좌하고 있는 사람은 각종 비리 의혹이 일고 있음에도 이를 무시하려는 모습이고, 대통령의 지인들은 권력의 힘을 빌려 권력과 대기업들에게 일반인들은 상상할 수 없는 돈을 기부 받았다(고 쓰고 뜯어냈다고 읽는다). 명문사학 이화여대의 학사행정이 나라 전체를 뒤흔들고 부정입학 논란을 일으키는가 하면 양파처럼 까도까도 끝이 없을 만큼 온갖 비리 의혹을 양산하고 있다. 나라꼴이 개꼴이라는 말이 민초들의 한탄이 자연스레 나오고 있을 정도다.

숱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대통령은 침묵을 유지한 채 현실과 동떨어진 소리나 해대는 모습은 사회 전체를 혼란으로 이끌고 있다. 마치 조선말 세도정치로 인한 삼정문란을 보는 느낌이다. 500년 조선 왕조가 망국으로 가는 바탕이 바로 조선말 왕실 친인척 측근 세력의 농단이었다.

최근 사태도 마찬가지다. 권력이 사유화되고 공정성이 상실되면서 민주주의마저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그 바탕에는 권력의 힘을 빌려 무소불위의 횡포를 부리고 부정과 비리를 일삼으려는 행태가 존재한다. 대통령의 비선실체로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최순실은 호가호위를 통해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개인의 사욕을 채우려 했음이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권력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모습이다.

부정과 비리는 국가의 근원을 흔드는 위협적인 요소다. 부정과 비리가 넘치는 사회는 혼란만이 있을 뿐이다. 최순실을 배경으로 한 미르재단이나 K스포츠재단 논란은 서민들의 박탈감과 공정성을 위협한다는 점에서 큰 문제다. 국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한 권력이 부정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서, 잘못 사용된 권력의 폐해를 드러내고 있다.

부정은 단죄해야 하고 비리는 척결해야 한다. 그래야 바른 사회로 나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정과 비리를 눈감고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일관하면 신뢰만 더 떨어지는 법이다. 지난 19일 최순실의 딸 정유라에 대한 각종 특혜와 부정입학 논란 속에 이화여대 총장이 사퇴할 수밖에 없던 것은 이런 학내 민심을 제대로 못 읽고 어쭙잖은 변명만 하다가 밀려난 사례다. 현 정권도 마찬가지다. 민심을 읽지 못하고 진실을 감추려던 권력자들은 모두 내쳐졌다.

어느 정권이든 친인척과 측근 비리가 항시 문제가 됐다. 독재자였던 박정희 정권 때야 이루 말할 수 없고, 전두환과 노태우로 이어지던 군사독재정권도 온갖 천문학적 비리로 점철돼 단죄됐다. 김영삼 김대중 정권에서는 자식들이 문제를 일으켰고, 노무현 이명박 정권에서는 대통령의 형들이 ‘ㅇㅇ대군’으로 불리며 논란을 양산시켰다.

이는 지역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중앙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의 선출직들도 비선 의혹이나 친인척 특혜 의혹을 받는 경우가 여럿이다. 크든 작든 어느 곳에서든 군정이나 의회를 책임지고 있는 이들에게는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최근 지역의 한 군의원이 대표로 있던 건설회사가 2년간 5억에 가까운 수의계약을 했음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그 건설회사에는 군의원이 동생이 사내 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지역 건설업계에서는 불경기에 상대적으로 많은 수의계약 혜택을 본 것에 대해 군의원의 역할이 있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군의원이 건설관련 상임위원장을 맡았던 것도 의심을 키우는 바탕이다.

물론 해당 군의원은 “공무원을 사적으로 만난 적이 없고 동생의 회사에 특혜를 주고자 한 적도 없다”며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일감을 몰아주려는 의도도 없었거니와 동생의 능력으로 본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건설회사 이사인 동생도 “어떤 특혜도 받은 것이 없다”며 “형님에게 피해가 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물론 실력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에도 의심의 눈초리는 쉽게 거둬지지 않는 모습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힘이 있는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옛말에 ‘선비는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매지 말라’고 했다. 혹여라도 의심받을 짓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논란이 사실인지 아닌지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으나 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자기와 주변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결국 피해는 힘없는 민초들에게도 돌아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성하훈 기자  seonghh@seob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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