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우경화와 위안부 문제 등으로 국민적 반감이 역설적으로 항일영화 흥행의 성공배경이 됐다.

중국배우 양조위, 탕웨이가 주연한 이안 감독 <색계>가 재개봉하면서 1940년대 전후 일제치하 당시 상하이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 주목되고 있다. 당시 시대를 바탕으로 한 영화들은 시대상에 맞게 주로 첩보영화란 장르적 특색과 관객들의 호응이 높은 영화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색계>는 스파이가 되어야만 했던 여인과 그녀의 표적이 된 남자의 사랑을 다룬 영화지만 시대적, 공간적 배경이 국내에서도 크게 흥행한 <밀정>과 <암살>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시선을 모으고 있다. 두 영화는 <색계>와 상하이를 중심으로 하는 장소적 특징과 함께 스파이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부분도 공통점이다.

<색계>는 일제가 점령했던 시기에 일본 정보기관 간부의 비서로 지내면서 실제 스파이 활동을 한 국민당 정보원 정핑루의 삶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탕웨이는 <색계>에서 스파이 활동과 사랑 사이에서 고뇌하고 혼란스러워하는 어려운 역을 맡았음에도 섬세하고 깊은 연기를 선보여 극찬을 받았다. 제작진이 탕웨이가 연기할 때면 1942년 상하이 시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고 밝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색계>는 영어와 중국어 간판이 뒤섞인 183개의 상점이 즐비한 거리와 실제 전기선 위에서 움직이는 전차 등 당시 상하이를 완벽하게 재현해냈다는 것도 특기할만하다. 김지운 감독은 <밀정>의 상하이 배경을 위해서 <색계>를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암살>과 <밀정>도 배경 외에 스파이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사실이 색계와 비슷한 분위기를 나타낸다. <밀정> 속 송강호는 조선인 출신 일본경찰 역을 맡아 무장독립운동 단체 의열단의 뒤를 캐라는 특명으로 의열단의 리더 공유에게 접근한다.

<암살>은 1933년 조국이 사라진 시대에 조선주둔군 사령관과 친일파 강인국을 암살하기 위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작전을 그린 영화다. 1930년대 상하이가 중요한 배경으로 등장한다. 영화 속 상하이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는 전지현의 모습은 <색계>속 커피숍에서 마지막 작전을 준비하는 탕웨이의 모습이 떠오르게 한다. 또한 <암살>은 이중스파이를 다룬다는 점에서 <밀정>과 닮은 모습을 보이는데, 이중스파이라는 장치를 통해 당시의 혼란스러운 시대상을 연출했다.

이렇듯 비슷한 시기를 배경으로 스파이를 다루는 시대극 영화들이 주목을 받는 것은 국내외적 상황과도 연관이 있어 보인다. 우경화가 심화되고 헌법 개정을 통해 군국주의로 돌아가려는 일본의 모습과 위안부 문제 졸속합의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항일 영화들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우리와 비슷한 경험을 한 중국의 항일영화 역시 정서적 공감대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10년 전 개봉돼 지금은 김태용 감독과 결혼한 탕웨이를 한국 관객들에게 각인시켰던 색계의 재개봉이 또 다시 주목받는 이유다. 양조위와 탕웨이의 파격적인 베드신 역시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는데 톡톡히 한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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