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평론가협회의 영평상 남녀연기상는 <내부자들>에서 열연한 이병헌과 <비밀은 없다> 활약한 손예진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늦가을 영화상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한해 개봉한 영화의 성과를 평가하는 대표적인 국내 영화상들은 주로 11월에 몰려 있다. 영화상 중 가장 먼저 시상을 하는 한국영화평론가협회(회장 정재형)의 영평상 시상식이 지난 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배우 김성균, 엄지원의 사회로 진행된 시상식에서는 김지운 감독의 <밀정>이 작품상외 음악상 2개 부문을 수상했고, <비밀은 없다>는 감독상, 여자연기상 2개 부문을 수상했다.

신인감독상은 <우리들>의 윤가은 감독이 영광의 주인공이 됐다. 경합이 치열했던 남자연기상은 우민호 감독의 <내부자들>에서 열연한 이병헌이 트로피를 안았으며, 여자연기상은 <비밀은 없다>, <덕혜옹주> 두 편에서 활약한 손예진이 <비밀은 없다>로 수상했다. <스틸 플라워>에서 혼신의 연기를 펼친 정하담이 신인여우상을 수상했으며, 올해 신인남우상은 수상자를 내지 못했다. 올해의 화제작이었던 <부산행>은 기술상, <아가씨>는 촬영상을 수상했다.

지난 2005년 <달콤한 인생>으로 영평상 남자연기상을 수상한 바 있는 이병헌은 “이번이 두 번째 받는 상인데 상의 디자인이 하나도 안 변했다며 이번에 또 받아 뜻 깊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영화가 세계 다른 영화와도 어깨를 나란히 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영화를 사랑하는 팬들의 마음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국내외에서 열심히 활동하겠다”두 번째 수상에 대한 남다른 감회를 밝혔다.

<덕혜옹주>와 <비밀은 없다>로 여자연기상을 수상한 손예진도 “첫 수상이 영평상 신인상이었다며 그 때는 상의 가치를 잘 몰랐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가치를 알게 됐다. 오랜만에 상을 받아 기쁘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수상을 계기로 관객과 평단 모두에게 인정받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감독상은 <비밀은 없다> 이경미 감독이 수상했다. 이 감독은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것, 영화만이 갖고 있는 언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이번 영화를 만들었는데 여러 평론가들이 지지해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말했다. <비밀은 없다>는 비록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으나 감독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자로 결정돼 영화평론가들의 인정을 받았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특히 영평상에서 감독상을 여성감독이 수상한 것은 이경미 감독이 처음이다. <비밀은 없다>는 10일 발표된 부산영평상에서도 감독상과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신인감독상은 <우리들>을 연출한 윤가은 감독이 받았다. 윤 감독은 부족한 예산으로 인해 제작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을 밝히며, 이번 수상에 대해 각별한 소회를 밝혔다. 이밖에 임권택 감독이 한국영화에 기여한 업적이 인정되어 공로영화인상을 수상했다. 국제영화비평가연맹 한국본부상은 담백한 흑백 영상미학이 돋보인 <동주>의 이준익 감독에게 돌아갔다.

영화상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남녀연기상 수상자인 이병헌과 손예진은 오는 25일 시상하는 청룡영화상 남녀주연상 후보로도 올라 있어 수상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만일 손예진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면 영평상과 부산영평상에 이어 3관왕에 오르게 된다.

성하훈 기자  seonghh@seob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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