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정

함양여자중학교 학부모회장

계절은 가을에서 겨울로 가는 길목에 서 있습니다. 노란 물결로 가을을 수놓던 단풍잎도 이제는 빈 가지만이 하늘을 향해 서 있고, 감나무 끝에서 빨갛게 물든 홍시도 까치밥만 남겨두고 겨울을 맞이할 채비를 마쳤습니다.

겨울이 오면 봄이 오듯 인생의 바퀴는 그렇게 달려가고 있나봅니다. 중학교를 졸업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 큰 딸애가 내년이면 중학교 3학년이 됩니다.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기보다는 겨울을 이기고 새싹 같이 파랗게 돋아난 아이들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요. 싱그러운 대지의 건강함이, 향긋한 풀내음이 솟아납니다.

이제 막내에서 2학년으로 올라가는 학생들도 있을 거고, 상급학교인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우리 친구들도 많겠죠. 여러분들에게 이 순간은 한번 뿐입니다. 새소리보다 더 재잘거리는 웃음도 이때가 가장 아름다울 때입니다. 그러니 이 순간을 소중하게 보내세요. 하루하루를 낭비하지 말고, 알차게 여물어가는 곡식처럼 여러분이 하고 싶은 그 무엇에 열중해보세요. 그게 음악이든, 운동이든, 과학이든, 글쓰기이든, 공부든 그렇게 집중하고 매달리는 순간순간에 우리 학생들도 어느새 부쩍 성장해 있을 거예요.

이런 말이 있지 않던가요. 하고 싶은 일 90%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하기 싫은 일 10%도 해야만 한다고요. 그런데 그 하기 싫은 10%가 싫어서 포기해 버리면, 어른이 되어서 하고 싶은 나머지 90%도 어쩌면 포기해야 할 일이 생길지도 몰라요. 그러니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잘 기억해 두었으면 해요.

아마 여러분 모두에게 그 하기 싫은 10%는 다 다를 거예요. 어떤 친구들은 수학이 될 수도 있고, 영어가 될 수 있고, 피아노 치기가 될 수도 있고, 책 읽기가 될 수도 있을 거예요. 그렇지만 눈 딱 감고 1년만 투자해 보세요. 아마 이 뒷날, 어른이 되어 뒤돌아보면 여러분의 인생이 달라져 있을 거예요. 나머지 90%는 그냥 따라올 거예요. 늦었다고요. 아니에요.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시기이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여러분들은 이제 겨우 중학생인걸요. 충분히 속도를 낼 수 있으니 이번 겨울부터는 다함께 열심히 달려보는 거예요.

어쩌다보니 우리 학생들에게 잔소리처럼 들릴 이야기나 늘어났네요. 여러분은 우리 대한민국의 소중한 기둥이고 미래다 보니 또 걱정이 앞섰네요. 여러분들은 꿈도 많고, 고민도 많고, 사랑하는 마음도 많이 갖고 싶을 거예요. 하지만 때로는 돌부리에 넘어질 때도 있을 거고, 상처가 날지도 몰라요. 그래도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본래 위대한 훈장은 상처 뒤에 감추어져 있는 법이지요.

자, 다함께 힘찬 발걸음을 내 디뎌보세요. 음률에 맞추어 봐요. 어디선가 정겨운 노래 소리가 들려오지 않나요. 여러분들의 행진에 발맞추어 합창이 울리네요. 이제부터 시작이에요. 미래는 여러분들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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