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은 울어야 새벽을 알리고

아침이 오는 진리 일깨워줘

희망과 소망의 닭 울음소리

힘차게 들리는 한해가 되길

오동나무 아래 금계(金鷄) 한 쌍이 있고, 물 위의 구름 사이로 해가 떠오른 모습과 함께 영지의 산호, 괴석과 구름 등을 배치하여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온양민속박물관 소재 금계도(金鷄圖). <사진제공: 국립민속박물관>

닭의 해인 정유년(丁酉年)이 밝았다. 닭의 신성함은 울음으로써 빛이 퍼지는 순간을 알리는 데 있다. 누구보다도 먼저 새벽을 맞이하여 마치 예언자처럼 태양의 떠오름을 인간에게 알려주는 까닭에 ‘신의 새’로 여겨진다. 닭은 약 6000년 전 동남아시아에서 가축으로 키워지기 시작해 세계 각지로 퍼져 나갔다. 북아메리카에는 콜럼버스가 도착한 이후 닭이 들어가 살기 시작했고 호주에는 19세기 후반에서야 닭을 기르기 시작했다.

사석원 작가의 작품 중에 “시계를 품은 닭”그림이 있다. 닭이 시간을 알려주는 사실을 형상화한 것이다. 옛날에는 닭의 울음소리가 시계였다. 닭 울음은 어둠이 걷히고 밝음을 뜻한다. 성경에도 유명한 베드로의 닭 울음소리가 나온다. 베드로는 미망에 빠져 하루 밤사이에 세 번 예수를 부인하다 새벽닭 울음소리에 정신이 번쩍 든다.

닭을 통해 어두운 밤이 지나면 반드시 밝은 아침이 온다는 진리를 일깨워 준다. 닭은 빛에 민감하다. 빛을 느낄 때 울음을 터뜨린다. 시계가 없던 시절 닭 울음소리를 듣고 일과를 처리했다. 새벽 첫 닭 울음이 들려오면 제사를 지냈고 새벽 두 번째 닭소리가 들려오면 밥솥에 불을 지피는 등 하루를 시작했다.

닭은 새벽이 오면 홰를 치며 크게 운다. 낮닭은 소리를 낼 때면 높은 곳으로 올라가서 운다. 수탉이 목을 길게 빼고 우는 유래에 대해 전해오는 설화가 있다. 깊은 산에 사는 나무꾼이 어느 날 포수에게 쫓기는 노루의 목숨을 구해 주고 그 보답으로 선녀를 아내로 얻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세월이 흐른 뒤 나무꾼은 노루의 당부를 잊고 그만 선녀의 옷이 어디 있는지 아내에게 알려 주고 말았다. 다음날 선녀는 옷을 되찾아 입고 하늘나라로 돌아갔다. 이후 나무꾼은 혼자 외롭게 살다가 죽어 수탉이 되었다. 수탉이 울 때, 담장이나 지붕 등 높은 곳에 올라가 하늘을 통해 목을 길게 빼고 우는 것은 하늘나라에 있는 아내를 잊지 못해서 그러는 것이라 한다.

그러나 실제에 있어 수탉의 울음소리는 경쟁자에게 자신의 구역을 알리고 자신의 암탉들을 가까이 묶어두려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무엇보다 이웃집 수탉이 울거나 경쟁자가 눈에 띄면 자주 울어서 자기의 존재를 알렸다. 힘이 센 수탉일수록 울음소리는 더 크며 길게 내지른다. 농가에서 새벽에 수탉 울음소리가 다투어 들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열두 띠 동물중 닭 신(酉神)을 그린 만봉 스님의 그림. <사진제공: 국립민속박물관>

이 같은 닭의 속성을 이용하여 중국 전국시대 맹상군(孟嘗君)이 진나라 소왕에게 갇혔다가 탈출한 이야기가 있다. 맹상군은 뛰어난 지도자였지만 자기 능력으로선 진나라를 탈출할 도리가 없었다. 맹상군이 깊은 밤중에 함곡관이란 곳으로 도망쳤으나 관문이 닫혀 있었다. 그의 식객 중에 닭울음소리를 잘 내는 사람이 닭울음소리를 흉내 내어 근처 뭇 닭을 울게 했다. 관문은 마침내 열리고 맹상군은 무사히 그곳을 빠져 나왔다.

닭이 우는 모습을 보고 미래를 점치기도 하였다. 아들 둘을 키우는 어느 선비가 있었다. 하루는 대청마루에서 두 아들을 앉혀놓고 글공부를 하는데 수탉이 담장위에서 “꼬끼오” 하고 우는 것이 보였다. 선비는 두 아들에게 닭 우는 모습을 글로 짓게 하였다. 큰 아들은 “닭이 울면서 담장을 넘었다”고 쓰고, 작은 아들은 “닭이 담장위에서 크게 울고 담장을 넘었다”고 적었다. 이를 본 선비는 두 사람 다 벼슬을 하겠으나 큰 아들은 짧게 하겠고, 작은 아들은 높은 자리에 올라 오래도록 하겠다고 하였는데, 훗날 선비가 예언한대로 되었다고 한다.

닭은 울어야 한다. 어떤 사람이 울지 않는 수탉을 팔려고 시장에 갔다. 거기서 닭을 사러 온 사돈을 만났다. 울지도 않는 닭을 새벽이 되면 잘 운다고 속여 사돈 간에 사고팔았다. 닭을 사간 사돈이 다음 장에서 닭을 판 사돈을 만나 항의를 한다. 사돈 간에 울지도 않은 닭을 잘 운다고 속여 파는 법이 어디 있느냐고 따졌다. 항의를 받은 사돈은 속은 사돈에게 수작을 건다.

“그래, 모이는 무얼 줬소?”

“싸래기도 주고, 수수, 조 등 먹을 만큼 주었소.”

“암탉은 있소?”

“그럼요. 우리 집 것이 다섯 마리고, 또 동네 것도 있고…”

“젠장, 그 놈이 무엇이 부족해서 울 거요?”

아득한 옛날 하나님이 땅에서 살다 온 개. 돼지, 닭을 불러 인간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물었다. 개가 먼저 말했다. “저는 사람들이 일을 하러 나가거나 밤에 잠을 잘 때 집을 지켜주었습니다.” 하나님은 개를 칭찬하며 원래 다리 셋인 개에게 다리 하나를 더 달아 주었다. 개는 상으로 받은 뒷다리를 소중하게 생각하여 이후 오줌을 눌 때마다 그 다리를 치켜들었다.

돼지가 이어 말했다. “특별히 할 일이 없어 날마다 밥 먹고 잠을 잤습니다.” 그 말을 들은 하나님은 화가 나서 돼지의 긴 코를 싹둑 잘라 버렸다. 그래서 돼지는 콧구멍이 앞에서 보이는 들창코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닭이 말했다. “새벽에 해가 뜰 무렵에 소리를 내어 사람들에게 일어날 시간이 됐음을 알려 주었습니다” 하나님은 닭을 칭찬하여 머리 위에 붉은 볏을 달아 주었다.

이후 닭은 자랑스럽게 고개를 뻣뻣이 세우고 볏을 자랑하며 다닌다고 한다. 닭의 가장 큰 특징이 볏임을 알려주고 있다. 그런데 닭 볏은 왜 수컷에게만 있을까? 닭 볏은 위엄을 과시하기 위해 있다. 맹수가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린다면, 닭은 활기 넘치고 뻣뻣한 볏으로 상대를 겁주거나 위대함을 과시한다. 건강한 수탉은 볏을 보면 알 수 있다. 양계장에서도 볏이 오그라들고 빛깔도 나쁜 닭은 더 이상 키우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붉고 크며 따뜻한 볏을 지녀야만 건강한 닭으로 여겨진다. 그러하기에 수탉끼리 싸울 때에도 서로 상대의 볏을 공격한다. 부리로 쪼여 볏이 상처를 입으면 피를 쏟고 이내 힘을 잃기 때문이다. 볏을 경상도에서는 ‘벼슬’이라고 하며 한자로 ‘계관(鷄冠)’이라고 쓴다.

옛사람들은 닭을 그릴 때면 맨드라미와 닭이 함께 있는 풍경을 그렸다. 그 뜻은 우선 맨드라미는 닭 볏같이 생긴 꽃이라 하여 한자로 ‘계관화(鷄冠花)’라 하며 ‘높은 관직에 올라섬’을 상징한다. 수탉이 ‘꼬끼오’하고 우는 장면을 그린 동양화는 ‘공명도(功名圖)라 한다. 수탉은 한자로 공계(公鷄)라고도 쓰는데 이 ‘들러낼 공(公)’이 ‘공로 공(功)’과 발음이 같고, 鳴(울 명)자가 名(이름 명)과 발음이 같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드러내어 운다’는 뜻의 공명(公鳴)이 ‘이름을 빛낸다’는 뜻의 공명(功名)과 발음이 같은 까닭에, 공명도는 세상에 이름을 크게 떨치라는 뜻을 담은 그림으로 통하는 것이다. 높은 벼슬을 하는 인물이 많이 배출되기를 기원하는 뜻에서 마을명과 산에 계관이라는 명칭을 붙인 지역을 볼 수 있다.

조류독감 사태 앞에서 수많은 닭들이 죽어가고 있다. 이번 겨울 조류독감으로 3000만 마리가 넘는 닭이 죽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죽을지 알 수 없다. 새벽을 깨울 닭들이 없어지고 있다. 누가 희망의 새벽을 열어 갈 것인가?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였다. 암탉이 울면 울수록 알부자가 된다. 수탉이 울면 새벽이 오고 암탉이 울면 달걀을 낳는다. 암탉이든 수탉이든 울어야 한다. 사회 각 분야에서 홰를 박차고 힘차게 울어대는, 희망과 소망의 닭 울음소리가 크게 들리는 한해가 되기를 바란다. 닭의 해이다.

/이철우 본지 회장

참고자료: 유물 속의 동물 상징 이야기(박영수, 2005), 한국의 재래닭(이희훈,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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