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늙지 않고 젊게 사는 법

“올해로 100세” 글쓰기 좋아해
함안조씨 산청화수회 회장 지내
슬하에 5남 2녀… 손주들 14명
이해력은 높으나 청력이 약해져

100세 시대이다. 인류의 오랜 꿈인 100세 시대를 맞아 건강한 삶을 사는 것이 인간의 공통적인 열망이다. 왕후장상이나 재벌인들 병석에서 황금베개를 베고 누워 지내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이 세상 모든 것이 돈만 있다면 다 구할 수 있다고 하지만은 건강은 무엇으로 대치하거나 구할 수 없다. 질병 없는 건강한 삶을 바라는 것은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본능이기도 하다.

‘100세 시대, 늙지 않고 젊게 사는 법’은 산청·함양·거창·합천 지역의 장수노인들을 찾아 건강하게 노년을 보내는데 보탬이 될 수 있는 습관들을 찾아 시리즈로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건강 장수인의 생활을 들여다보며 각자에게 유용한 방법을 실천하여 젊음과 건강을 유지하며 활기차고 보람된 삶을 살 수 있기를 소망한다. <편집자주>

조우제 어르신이 꼿꼿한 자세로 지난시절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107세 장수 노인이 계신다는 소문을 듣고 지리산 밑 산청군 삼장면 대포마을을 찾았다. 입춘이 지났지만 지리산 높은 곳에는 쌓인 흰 눈이 보이고, 봄 채비를 서두르는 나뭇잎들이 다시 움츠려들게 할 만큼 2월의 바람은 매서웠다.

지리산 내원사 계곡이 끝나는 대포마을은 산간지방답지 않게 넓은 들이 펼쳐지고 있었다. 주위에 내원사, 대원사, 조식선생 사당 등 명승고적이 있는 산자수명한 지역이다. 집주변은 말없는 청산과 쉼 없이 흘러가는 물이 있는 곳에 대나무가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인기척을 내자 중년 아주머니가 나왔다. 조우제(趙宇濟·100) 어르신 댁이냐고 묻자 식사중이라며 들어오라고 하였다. 아주머니는 입주 요양보호사라고 신분을 밝혔다. 김종순(61) 보호사는 어르신을 모시고 진주의 반도치과를 다녀왔다고 한다. 틀니를 하고 계신데 아래쪽이 불편해 치과에 들렀는데 간단한 수리라 돈을 받지 않았다고 했다.

인자(仁者)는 산을 좋아한다던가. 이 산간분지 깊숙이 들어박힌 토박하고 후미진 마을에 한학을 공부한 조우제 옹이 한 세기를 살아가고 있었다. 높은 산에서 생성되는 맑은 공기, 깨끗한 물을 먹고 사신 덕분인지 온화한 얼굴을 하고 계셨다. 밥상에는 곰국과 장어와 채소반찬이 놓여 있었다. 밥은 소화를 돕기 위해 촉촉하게 준비하며 반찬은 골고루 잘 자신다고 한다. 음식은 채식를 즐기시는데 기력이 많이 소진되었다며 곰국을 드리라는 의사의 권고에 따라 일 년 전부터 곰국을 끼니때마다 드린다고 한다. 육식을 하지 않으면 근육소실이 빠르다.

할아버지는 얼굴은 주름살이 없고 얼굴과 손등에도 검버섯이 없어 깨끗하였다. 인지능력은 있으나 청력이 약하고, 의사소통에는 애로가 있었다. 보호사의 도움을 받아 몇 가지 알아보았다. 삼장면 초대면장을 지낸 조명규(趙明奎) 님이 조옹의 조부이다. 조옹은 1995년부터 2003년까지 8년간 함안조씨(咸安趙氏) 산청화수회 회장을 지냈다. 그는 젊은 시절 지리산에서 숯을 구워 팔았다. 조옹은 21살 때 17살의 어린나이로 시집을 와 3년 전에 세상을 먼저 떠난 박복순(朴福順) 여사와 사이에 5남 2녀의 자녀와 14명의 손주들을 두었다.

할아버지는 자녀 중 고려대학교 화학과 교수인 둘째아들 조봉래 박사 자랑을 많이 하였다. 벽에는 박사 2명, 석사 3명 학위모를 쓴 5명의 아들사진과 이를 스크랩하여 붙여 놓은 신문기사와 감사패 등이 가득했다. 특히 조 교수는 2007년 한국과학재단 등에서 선정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독창적 연구영역을 개척한 한국인 과학자 7인에 뽑히기기도 했다. 당시 조 교수의 논문 ‘이광자 흡수효율이 큰 유기재료’에 관한 연구는 대표논문 101회, 피인용횟수 725회를 기록하는 등 과학자로 선구자적인 역할을 걸어왔다.

조옹의 아들은 4명은 서울에서 생활하고, 한명은 진주에서 살고 있으나 수시로 찾아온다고 한다. 산골에서 자녀들을 모두 대학에 보낸 것은 대단한 성의가 아닐 수 없다. 큰아들의 나이를 물었으나 기억을 하지 못하였다. 할아버지의 생년월일은 호적상 공부부상에는 1910년생이나 젊은 시절 함께 공부하던 ‘삼장서실(三壯書室)’ 회원들이 만들어 준 ‘백수기념패(白壽記念牌)’에는 2016년으로 되어 있어 올해가 100세가 맞는 것으로 확인됐다. 백수는 100세에서 한 살이 모자라라는 99세를 일컫는 말이다.

면사무소에 확인한 결과 집 나이가 100세가 맞을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삼장면사무소는 1950년 한국전쟁 당시 불타 모든 서류가 소실되었으며, 1953년 면사무소를 신축하고 모든 공부를 재작성하는 과정에서 신고하는 사람의 착오로 1910년생으로 기재된 것이 아닌가 짐작된다고 한다. 100세라 하더라도 한 세기를 살아온 셈이다.

자녀들은 할머니가 살아계실 때부터 입주 요양보호사를 두어 부모님을 돌보게 하였다. 할머니는 병상에 계시다 3년 전에 먼저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요단강 건너기에는 아직 미련이 남지만 생명만 겨우 유지해 나가는 지루한 세월의 노년을 원망하는지 모른다. 조옹의 살아온 달력에는 말하지 않은 숱한 사건이나 심상의 무늬가 새겨져 있을 것이다.

4칸 집의 가운데 방에는 할아버지가 평소 쓴 병풍과 족자들이 가득했다. 하지만 지금은 “혼자자 사는 게 외로워 글이 잘 안된다”고 했다. 조옹은 필자가 찾아갔을 때 반가워하며 요양보호사에게 음료수를 가져오라고 시켜, 이야기 중이시라 안 마신다고 하니 직접 일어나서 마루로 가시더니 술병을 가져오셨다. 사람들이 텅 빈 시골에는 찾아오는 사람도 없다. 동년배의 친구들도 드물다. 사람들이 그립게 마련이다.

조옹은 떠나올 때 부축을 받으면서 대문까지 나와 배웅해 주었다. 무언가 할 말이 있다고 하시면서 손짓해 놓고 끝내 아무 말씀도 없었다.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도다”라고 노래한 전도서의 구절처럼 나이 들면 다 소용없으니 젊어 핏기 있을 때 열심히 살라고 부탁하는 것이 아닌가 짐작될 뿐이다.

조옹의 집을 뒤로 하면서 자녀들이 형편이 되니까 입주 요양보호사를 두고 부모를 보살피지, 만약 살기가 힘들면 장수노인들은 현대판 고려장인 요양시설의 신세를 져야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장수시대를 맞아 혼자지만 외롭지 않는 삶을 위한 사회적 노력이 절실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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