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한국은 만 19세 이상이 되어야 투표를 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이다.

대한민국에서 만 18세면 결혼도 할 수 있고, 공무원으로서 공직을 수행할 수 있으며, 군대도 갈 수 있는 나이지만, 투표는 못한다. 우리나라에서 만 18세는 이미 여러 법률에 의해 성년, 즉 자신의 행위에 책임을 질 수 있고 충분한 권리를 누리는 나이에 이른 자로 규정되어 있다

민주주의의 역사는 선거권 확대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17세기 미국에서 흑인은 뇌가 작아 정치적 사안을 이해할 수 없다는 이유로, 여성은 판단능력이 부족하고 독자적인 사고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참정권을 제한 받았다. 청소년의 미성숙함과 판단능력 부족 등의 이유를 들어 청소년 참정권을 반대하는 것도 이와 같이 불합리한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3·1운동을 비롯해 민주주의의 초석이 된 4·19혁명 등 역사적 현장에서 앞장서 싸웠던 것은 바로 청소년들이었다. 또, 얼마 전 불거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정유라의 학사 특혜 문제와 관련해서 이러한 현실을 비판하고, 사회를 바꾸기 위해 촛불을 들고 정의와 민주주의 회복을 외치는 광장에 청소년들은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특히 정유라의 학사 특혜 문제는 청소년들에게 미래에 대한 실망감과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했고, 이를 바로잡고 정의를 실현하고자 청소년들의 당찬 목소리를 높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이처럼 청소년들 스스로의 판단력과 지성으로도 충분히 국가와 사회를 생각하고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을 면면히 흐르는 역사가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선거(투표)를 통해 결정되는 현재와 미래의 주인공은 바로 청소년 자신이 아니던가.

청소년도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시민이다. 하지만, 하루의 절반 이상을 머무는 학교에서조차 청소년들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교육기본법 제1장 제2조(교육이념)에 ‘교육은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명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청소년들이 바람직한 민주시민으로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실천할 기회가 얼마나 제공되고 있는가?

‘학생들이 투표해서 뭐하게?’, ‘학생들이 공부나 해야지… 쯧쯧’ 함양에서 만18세 참정권 법안 통과를 위한 서명운동을 진행하며 들었던 말이다. 또, 계획했던 캠페인이 선생님과의 면담과 회의 끝에 무산되기도 하는 어려움도 겪었다.

어떤 이들은 18세가 투표권을 가지게 되면, 고3 교실이 정치판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과연 그럴까. 오히려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정치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고, 이것이 민주주의 산 교육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면도 고려되어야 한다.

학생들의 참정권 요구는 공부하기 싫어서, 시간이 남아돌아 하는 철없는 행동이 아니다. 우리의 소중한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 우리가 원하는 현재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더 나아가 세대 간 소통의 부재를 겪고 있는 대한민국에 새로운 소통의 창구가 될 것이며, 국가의 민주주의를 더욱 확대 실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은주 함양고등학교 2학년 (roam99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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