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10일 오전 11시 21분 재판관 8명 전원일치로 박근혜 대통령을 파면했다. 지난해 12월 9일 국회의원 243명의 찬성으로 탄핵소추안이 의결된 날부터 92일째, 헌재가 박 전 대통령이 초래한 국가적 혼란에 마침표를 찍었다.

헌재의 결정은 우리나라가 헌법과 법치가 살아있는 민주국가임을 웅변했다. 이날은 대한민국이 새로 태어난 역사적인 날로 기록될 것이며, 낡은 정치와 결별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출발점에 서게 된 민주주의와 정의가 승리한 날로 남을 것이다.

특히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구절을 다시 확인한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헌정 사상 첫 대통령 탄핵을 이끈 것은 주권자인 국민이다. 촛불집회로 표출된 광장의 민심이 무너진 헌정질서의 전면적 재건을 요구한데 따른 것이다.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성숙하고 명예로운 시민혁명의 승리다.

촛불과 태극기에는 승자도 패자도 없어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이 헌정 사상 처음 탄핵된 것은 누가 이기고 진 것이 아니다. 다시는 되풀이 되지 말아야 할 불행한 역사다. 이제는 반목과 대결을 접고 차분히 미래를 설계해야 할 때다. 남은 것은 승복과 통합으로 새로운 공동체,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일 뿐이다. 이것은 좌우의 문제도, 진보와 보수의 대결도, 이념과 계급의 문제도 아니다. 헌법이 규정한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일깨운 재판이다. 광장에 타오른 촛불은 ‘민주주의’를 향한 타는 목마름이었고, 헌재는 ‘전원일치 찬성 파면’으로 이에 응답한 것이다.

헌재는 “대통령의 위헌·위법 행위는 헌법 수호 관점에서 용납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반 행위”이며 “대통령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정곡을 찔렀다. 이제 국민들은 헌재의 심판에 승복해야 한다. 탄핵 이후 나라를 걱정하는 모든 마음이 하나로 모아져 대립과 갈등을 부추기는 언행은 삼가야 한다. 승복으로 통합하는 길만이 새로운 대한민국의 출발점이 된다.

대통령 탄핵 전과 탄핵 후는 달라져야 한다. ‘이게 나라냐’는 촛불의 울분에 ‘이것이 나라다’라는 답을 내놓아야 한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과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 미국의 보호주의, 한·일 갈등에 따른 정치·외교·안보의 위기에 정치권과 국민들이 단합된 힘을 보여야 한다. 새로운 대한민국, 대장정(大長征)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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