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8명의 만장일치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탄핵 선고를 내렸다. 장장 133일간 꺼지지 않고 이어온 촛불은 국민들의 승리로 증명됐다. 거창에는 학교 앞 교도소를 반대하는 군민들의 외침이 지난 2014년 7월 31일 발대식 이후 13일 현재 957일간 지속되고 있다. 기나긴 시간, 힘들어도 쓰러지지 않고 ‘거창교도소 부지이전’을 요구하는 군민들의 목소리를 ‘학교앞교도소반대 범거창군민대책위원회’를 통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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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4년 7월 31일 학부모들의 발대식을 시작으로 결성된 ‘학교앞교도소반대 범거창군민대책위원회’가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3년간 끊이지 않고 “그 자리는 교도소가 들어설 곳이 아니다”며 부당성을 홍보하고 있다. <사진: 학교앞교도소반대 범거창군민대책위원회> |
학부모들 피켓시위로 시작
분홍색 물결 3년간 이어져
불법대리서명 재조사 필요
미래거창 군민들이 만들어
◇거창에 교도소가 들어온다는 소문은 뜬소문이 아니었다
“언니! 우리 집 뒤에 세워지는 게 교도소라는데 우리 가만있으면 안 되지 않아요?”
“어떻게 하나요? 애들 학교 주변에 교도소가 들어오면 우린 어떻게 해야 하죠?”
지난 2014년 4월 16일 세월호로 수 백 명의 아이들이 ‘가만히 있으라’는 말만 믿고 생매장당한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우리 지역에서도 청천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6·4 지방선거에서 한 후보가 문제제기한 성산마을에 들어서는 시설이 법조타운이 아닌 교도소가 전부라는 것이 소문의 실체였다.
선거 기간 동안 술렁술렁하던 민심이 증폭되면서 조금도 누그러뜨려지지 않았다. 당시 이홍기 군수에게 속아서 서명했다는 사람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이홍기 전 군수는 군의 행정력을 동원하여 대대적으로 교도소를 법조타운이라 속이고 유치하지 않으면 법원, 검찰청을 합천으로 빼앗긴다 하면서 서명하게 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합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몰래 추진하던 당시 군 행정부는 ‘군수와 함께하는 공감과 소통의 정책 토크콘서트’라는 이름으로 2014년 7월 23일 거창군 종합복지관에서 오후7시에 부랴부랴 주민들의 공개적 동의를 얻는 설명회 자리를 마련하였다. 이 자리가 우리 학부모들에겐 문제제기할 절호의 기회였다. 그러나 망설여졌다. 3년 동안 몰래 추진한 세력과, 그것도 공권력과 맞서 싸우는 일은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우리 몇몇 학부모의 모임 때마다 걱정하다 못해 “우리가 나서야하지 않나요?” 하던 당찬 질문은 당장 현실이 되어 23일을 그냥 보내서는 안 되게 되었다. “이거 굉장히 어려운 일인데 감당할 수 있을까? 나서려면 끝까지 가야한다”는 다짐에 다짐을 하고 22일 밤 급하게 손 글씨로 최소한의 항의표시라도 하기로 했다.
피켓에는 ‘치안불안 교도소 엄마들이 반대한다’, ‘11개 학교 근처 국내 최대 교도소가 웬 말이냐’, ‘교육도시 Yes, 교도소 No’등의 문구를 적었다.
7월 23일 행사가 계획되어 있는 종합사회복지관 앞은 긴장감이 감돌았고 군에서는 학부모들이 들어가는 것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복지관 안에는 이미 유치위원회 소속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있었고 학부모들은 조심스럽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피켓을 들었고 질문시간에 강도 높게 항의하였다. 학부모들의 3년간의 지난한 싸움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엄마들이 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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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먼저 학부모들이 앞장서서 거창교도소 예정지를 다른 곳으로 옮겨줄 것을 요구했다. |
2014년 7월 28일 오후 7시 많은 학부모들이 모였다. 나는 제안서를 제출하고 그 자리 토론을 통해 명칭은 ‘거창교도소(구치소·감옥) 유치를 반대하는 학부모 모임’으로 하고 각 학교 학부모회를 기초로 조직을 만들기로 하였다. 발대식은 7월 31일 목요일 오후 7시 30분 로터리 광장에서 집회형식으로 갖기로 하고 상징 색으로 분홍을 선정하였다. 이 분홍의 상징색은 우리 학부모들의 결속력과 조직력 그리고 운동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데 활력이 되어 깊이 뇌리에 박히게 되었다.
학부모 모임에서 운동의 성격과 방향은 우리 아이들의 안전한 교육 현장을 지켜내는 일, 미래 교육 도시의 가치를 높이는 일, 거창 주민의 주거 안정권과 행복 추구권을 지키는 일로 규정하였다. 이에 따라 생활 운동으로서 정치적 성향에 관계없이 학교 앞 교도소를 반대하는 모든 세력을 규합하는데 그 목표를 삼기로 하였다. 운동의 형태 또한 다양한 형식의 내용으로 아이들과 함께 공동체를 지키고 문화를 만들어간다는 취지로 아이들과 함께 축제문화로 만들어 나간다는 기본 원칙을 세웠다.
단체 카톡방도 그에 따라 1000명 이상으로 확대하여 지역의 문제에 관심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들어오게 하고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할 수 있도록 개방하였다. 이러한 부분에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으나 여러 다양한 의견 개진 속에 민주적 훈련, 시민 의식이 각성되리라 믿었다. 지금도 이러한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집회의 형식이 규탄 대회나 궐기 대회 뿐 아니라 마을 축제로, 아나바다 장터로, 음악회로, 산행으로, 주막으로, 플래쉬몹으로 풀어내니 기존의 시위문화에 익숙해 있던 사람들은 많이 낯설어하고 의아해했다. 지금은 전국 집회에서도 다양한 모습의 시위 문화를 볼 수 있어 당연시 하지만 2014년 거창에서 학부모들이 문화로 풀어내는 집회에 대해 이런저런 말이 많았다.
우리는 그 후 교도소 반대 운동의 초월적 성격에 따라 아빠부대의 결성(2014년 9월 18일), ‘학교앞교도소반대범거창군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 2014년 10월 5일)’의 발대식을 갖고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다.
◇거창교도소의 위선을 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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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창교도소 유치를 위해 법무부에 제출된 서명부. 동일한 필체로 대리서명한 것이 보인다. 법무부는 이 ‘거짓 서명부’를 근거로 거창교도소 예정지와 직선거리로 1.2㎞ 이내에 11개의 초·중·고 학교가 분포하고 있는 곳에 교도소를 지으려고 하면서 주민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
거창교도소는 성산마을의 분뇨 문제의 해결을 명분으로 사업면적 20만418㎡(약 6만평규모)에 교도소 16만818㎡(4만8700평)을 세우고자 2011년 2월 14일 유치위원회를 결성하여 추진된 사업이다. 군 주도로 이장들이 동원되어 그 해 3월 4일까지 3만 서명을 받아 법무부에 서명부와 건의서를 전달하였다. 공개적 주민공청회가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은 가운데 확정되지도 않은 법원, 검찰청을 내세워 법조타운으로 군민들을 속인 사업이다.
첫째, 거창 교도소 사업은 부지선정과정에서 입지분석을 하지 않고 오롯이 성산마을(성산길 213-5일원) 한 곳을 지목하여 일사천리로 몰래 진행하였다. 이 지역은 반경 1㎞이내에 현대아파트, 대우아파트, 대경아파트, 상동 주공아파트 등 거창 최대의 주거 밀집지역으로 약 1500가구가 거주하는 지역이다. 또한 반경 1.2㎞이내에 거창유치원, 대성중학교, 대성고등학교, 중앙고등학교, 샛별초등학교, 샛별중학교, 거창고등학교 등 12개 학교와 도서관, 청소년수련관등 어린이, 청소년 관련 시설을 합하면 23개의 시설이 몰려있는 곳이다. 또한 석조관음입상(보물 378호)의 문화재가 300m의 거리에 있다.
대부분 교정 시설의 입지는 주민 생활과 격리된 곳에 입지하며 여러 곳을 물망에 올려 영향평가 후에 선정하는 것이 보통이다. 또한 이전에 세워졌던 곳도 도심화가 추진되면서 교도소는 외곽으로 재 설치되는 추세여서 성동, 원주, 안양, 전주, 청주, 광주, 마산, 대구 등 이전준비 중이거나 추진 중이거나 이미 재설치되거나 했다. 신설되는 교도소가 주거 시설과 학교 시설 밀집 지역에 신설되는 경우는 없다.
둘째, 유치 과정에서의 불법 도용, 대리 서명은 법적으로 조사를 받고 처벌받아 마땅한 불법행위이다. 법조타운 유치 서명은 당시 거창군이 공무원, 이장들을 동원하여 조직적으로 조작에 가담한 초유의 서명 도용, 불법 대리서명의 사례이다. 법조타운유치위원회가 받은 2만9849명(거창 인구의 47%)의 70%가 불법으로 죽은 사람도, 요양병원에 있는 사람도 서명되어 있다.
일례로 웅양면의 경우 2월 22일 28%(인구수/서명수·2144/62)의 서명이 2월 25일 87.7%(인구수/서명수·2144/1880)로 3일 만에 대폭 증가되었다. 이는 거창군 공문 ‘거창 법조타운 홍보 및 서명부 제출 협조’와 ‘거창 법조타운 서명운동기간 연장안내 및 서명부 제출협조’의 공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
거창군에서 각 마을의 이장들을 동원하여 서명부를 작성하고 각 읍·면사무소를 통해 홍보 및 독촉 활동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몇몇 이장들만 조사에 그치고 있다. 당시 적극적으로 가담하고 책임을 맡은 거창군 고위 공무원들은 책임을 지고 물러날 사안임에도 현재까지 흐지부지한 상태이다. 법무부는 현재까지도 이 서명부를 근거로 거창군 다수 군민이 원해서 추진된 사항이라고 하면서도 이 서명부의 불법성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있다.
셋째, 거창교도소는 과도한 국가 예산 낭비의 사례로 타 지역에 비해 상당히 높은 보상비 지급으로 무리하게 추진된 사례이다. 거창군과 법조타운유치위원회의 서명부 전달에 대해 법무부는 2011년 4월 21일 현장 방문 결과를 통보했다(2011. 5. 18. 거창교도소 신축 후보지 답사 결과 의견 통보 참조). 이 통보문에서 타 시군의 경우 보상비가 30~50억 내외가 지급되는데 거창군의 경우는 200억이 넘는 보상비 등으로 과다한 예산과 주거, 학교 밀집지역의 환경으로 민원 발생의 소지를 지적해 거창군의 장래 발전을 위해 도심과 다소 떨어진 20~30분 이내의 거리에 위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힌바 있다.
이처럼 무리한 거창교도소 추진사업으로 2014년 학부모 모임과 범대위의 발족 이후 거창 역사 사상 초유의 등교거부 (읍·면지역 8개 학교 1300여명 참여), 수차례에 걸친 법무부, 국회 방문, 항의 집회, 천막농성의 저항이 지속적으로 일어났다.
◇거창 교도소 반대운동은 민주시민의 권리의식을 일깨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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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주민들과 학부모들의 시위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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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창교도소 신축 자리를 다른 자리로 옮길 것을 요구하고 있다. |
첫째, 2014년 7월 28일 학부모 모임 결성 이후 로터리 광장은 민주의식을 배워나가는 배움터였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학부모들은 하루도 빼 놓지 않고 피켓을 들어 피켓시위를 일상화 시켰으며 300일이 넘는 천막 시위로 로터리 광장을 민주광장으로 바꾸어 놓았다. 전 군 집행부는 이러한 군민의식의 성장을 두려워했다. 로터리 광장에 화분을 설치하고 크리스마스 트리를 많은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오래 유지하고 청사방호를 구실로 군청 출입을 막는 등의 조악한 행위를 일삼았다. 이러한 행위는 오히려 군민들의 동의를 못 얻는 행위였다.
둘째, 이홍기 군수와 신성범 의원의 낙마는 살아있는 민의가 반영된 결과였다. 거창교도소를 무리하게 끌어들이고 군민들을 분열시킨 주범들에 대한 인식은 여러 차례의 설문조사 결과와 선거결과로 나타났다. 거창교도소의 이전을 약속한 현 양동인 군수의 당선과 강석진 국회의원의 당선으로 거창교도소의 성산마을 추진은 소강상태에 이르고 있다. 현재 중산마을과 오릿골의 이전부지에 대한 타당성 검토가 법무부에 의해 진정성이 의심되고 있으나 이 또한 주민들은 그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셋째, 2014년 이후 거창교도소 예산은 보류되거나 부대의견을 달고 있어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는 거창교도소 사업은 진척될 수가 없다. 이에 따라 대체지 논의가 진행되었으며 공론화를 거쳐 법무부의 실사도 진행되었다. 그러나 법무부는 미온적 태도를 넘어 의도가 다분한 설문을 실시하는 등 거창 주민들의 의사와는 무관한 행보를 현재 보이고 있다. 이러한 법무부의 태도는 규탄을 받아 마땅하며 더 이상 거창군민은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미래 교육도시 거창의 길은 주민들이 만들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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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창교도소 신축후보지는 토지매입만도 200억으로 다른 지역의 교도소 예정지와 10~20배 가량 보상비가 차이가 난다. |
거창교도소 신설 문제는 그동안 등한시 했던 거창군의 가치, 거창군의 미래, 거창군의 발전에 대해 이제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만들었다. 천혜 자연환경과 생명농업, 교육도시로의 브랜드 가치와 배치되는 거창교도소 신축사업은 반드시 재조정되어야 한다.
입지의 부적절성, 민주적 절차의 불법성, 국가예산의 낭비로 인해 이미 신뢰와 설득력을 잃고 있다. 현 군 집행부는 이러한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를 하고 있으며 새로운 대체부지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강석진 국회의원 또한 거창교도소 신설문제에 군 집행부와 함께 협조적, 적극적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일부에서는 아직도 성산마을에 교도소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헛소문을 퍼트리며 자신들의 이해에만 몰두하는 집단들이 건재하고 있다. 아무리 교도소가 이 사회에서 어쩔 수 없는 필수 시설이고 거창군 또한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더라도 거창의 미래 발전을 무시하면서 강행하려는 법무부와 일부 기득권 세력의 행보는 이제 거창군에서는 용납될 수 없다. 더 이상 거창군민은 속지 않을 것이며 이제까지 없었던 길을 만들어 온 것처럼 앞으로도 계속 길을 만들어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거창교도소반대 범대위=김은옥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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