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국제연극제 지키기 위한
전국 연극인 모임 결성 예정

원로 연극배우들은 불참 시사
질적 하락으로 경쟁력도 손실

연극제 파행에도 책임자 없어
군이 앞장서 ‘조정 역할’ 필요

매년 한여름 7월 말이면 거창 수승대에서 열리는 국내 최고의 야외연극축제인 거창국제연극제가 두 동강 나면서 파행을 겪고 있다. 사진은 ‘100인의 햄릿’ 공연 모습. <사진제공: 거창국제연극제 집행위원회>

30여년 전통의 거창국제연극제가 두 동강났다.

‘제29회 거창국제연극제’는 거창연극학교에서 7월 28일부터 8월 6일까지 거창국제연극제 집행위원회가 개최하고, 거창문화재단은 기존 연극제 행사장인 수승대에서 ‘2017 거창韓거창국제연극제’를 7월 28일부터 8월 13일까지 연다. 두 연극제 모두 개막식 날짜가 같다.

거창문화재단은 지난달 30일 이사회를 열고 집행위원회가 제안한 거창국제연극제 공동 개최안에 대해 이사 전원의 만장일치로 거부하고, ‘2017 거창韓거창국제연극제’를 단독으로 개최하기로 했다. 거창문화재단은 거창군이 출연한 재단 법인이다.

군은 이달 말까지 러시아·대만·일본·폴란드·미국·독일 등에서 10개 단체의 참가를 확정하고, 국내 참가단체 등 70여개 작품을 최종 선정할 예정이다. 또 국내 정상급 연극인 박정자·손숙·윤석화 등 최정상의 출연진을 초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박정자·손숙 등 원로 연극배우들이 거창문화재단과 집행위원회 측이 공동으로 개최하지 않으면 불참의사를 밝히면서 거창문화재단 측에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집행위원측은 오는 27일 서울 동숭동 예술가의 집에서 전국 연극인 100여명이 모여 ‘거창국제연극제 지키기 전국 연극인 모임’을 열 예정이라 파장이 어디까지 확장될지 주목을 받고 있다.

공동개최를 거부당한 거창국제연극제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문화재단에 연극제가 동시에 개최되면 군민들은 물론이고, 이를 바라보는 관객들과 다른 지자체도 거창군의 문화예술을 부정적으로 바라볼 것이기에 재단 측에 공동 주관을 요청했지만 결국 거부당했다”고 밝혔다.

집행위원회는 또 올해 연극제를 문화재단과 공동 주관하는 합리적 요구를 했지만 재단은 설립 목적대로 단독 개최하는 것으로 통지해 왔다고 밝히고 30여 년간 이어온 거창연극제 전통성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이어 “재단과 공동 주관을 요구하면서 이종일 집행위원장은 집행위원장과 예술감독 등 아무런 직책도 맡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이마저도 거부당했다”고 덧붙였다.

집행위원회 관계자는 “모든 것을 양보하더라도 ‘공동주관’ 만이라도 관철되도록 요구했던 것은 올해 연극제를 공동으로 주관해 치루지 않게 되면 지난 1989년부터 29년간 명맥을 이어온 ‘거창국제연극제’의 역사와 전통이 끊기게 되는 셈이어서 그랬던 것”이라며 “문화재단이 주관하는 제1회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재단 측은 마치 이를 제29회 거창국제연극제인 것처럼 홍보하고 있다. 이는 예산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민간의 연극제를 관에서 강탈하는 파렴치한 행위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고 분개했다.

이에 대해 문화재단 관계자는 “거창국제연극제가 특정 단체나 개인의 전유물이 될 수 없어 공동 개최를 거절했다”고 말했다. 군과 재단은 거창국제연극제 ‘파행’을 이유로 스스로 나서 지역 문화예술 행사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태도다.

거창군은 지난해 연극제 개최를 둘러싸고 거창국제연극제 신·구 집행부인 거창연극제운영위원회와 진흥회간 갈등으로 인해 예산지원을 중단하면서 군비 지원 없이 연극인 등의 후원을 받아 지난해 제28회 연극제를 개최해 갈등을 빚었다.

이 때문에 관객들은 올해 거창국제연극제가 둘로 쪼개진 상황까지 받아들여야 하는 처지다. 장소가 바뀐 사실을 알지 못하는 관객으로서는 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경쟁력을 모색하기는커녕 연극제의 ‘질적 하락’이 우려된다. 국내 최고의 야외연극축제라는 타이틀을 경남 밀양과 통영 등 인근 지자체에 빼앗길 처지에 놓인 것이다. 거창국제연극제는 2014~2015년간 독단적인 운영과 개최장소 분산 등으로 문화관광부 축제평가단으로 ‘F등급’을 맞아 국비 4억원이 삭감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이종원(58·세종대 융합예술대학원 교수) 전 충남문화재단 초대 대표이사는 “거창국제연극제는 민간이 만든 가장 오래된 연극축제인데 두 개의 연극제가 열린다는 것은 과정이나 내용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 재단은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뒷받침하고, 예술영역은 연극인들에게 맡겨야 한다”며 “거창군이 직접 나서서 문화재단과 민간 연극인들이 서로 보완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조정이 필요할 때”라고 밝혔다.

주지원 기자  joojw@seob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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