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연령 만 18세 하향조정
표현자유 막는 선거법 개정

1.들어가며

대통령 한 사람 바뀐다고 해서 시민들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은 모두가 잘 알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이제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총체적 난국이라고 할 수 있다. 시민들에게 물어보면, 개혁이 필요하지 않은 곳이 없다. 개혁의 우선순위를 잘 잡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민주주의가 잘 되는 나라들은 거의 예외 없이 1)좋은 선거제도(민심이 반영되는 선거제도) 2)보완장치로서의 직접민주주의 제도를 갖고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두 가지가 모두 없는 나라이다. 87년 헌법에서 직접민주주의는 단 한 줄도 반영되지 않았다. 국민발안제도도 없고, 국민소환제도도 없다. 그리고 국민투표도 대통령이 하고 싶을 때에만 할 수 있다. 선거제도도 엉망이다. 대한민국의 선거제도는 세계최악이다.

대통령을 직선으로 선출하는 나라들 가운데 다수는 결선투표제를 도입했다. 핀란드, 오스트리아, 프랑스 등 유럽에서 대통령을 직선으로 뽑는 국가들, 그리고 중남미의 대통령제 국가들은 대체로 대통령 선거에서 결선투표제를 택하고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결선투표제도 도입하지 않았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만 19세로 선거권 연령을 규정하고 있는 국가이기도 하다. 결국 정치도 시스템과 규칙에 의해 움직인다. 정치시스템을 바꾸고 규칙을 바꿔야 각 주체들의 행태도 바뀐다. 그래서 정치개혁의 핵심은 바로 시스템 개혁이고, 선거제도를 개혁하고 직접민주주의를 도입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2. 지금 필요한 직접민주주의

촛불 이후에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에 헌법 개정을 한다면 아래와 같은 직접민주주의 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 주권자의 위임을 배신하는 행위를 할 경우에는 소환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현행 헌법에 있는 국민투표는 대통령만 발의할 수 있게 되어 있어서 아무런 의미가 없는 상황이다. 국민투표를 1)대통령 2)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이상 3)일정 수 이상 국민서명으로 발의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국민발안 제도의 도입도 필요하다.

△중요한 사회적 의제나, 헌법 개정 과정에 추첨제로 뽑힌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제도(심의민주주의제도)의 도입도 필요하다. 현재 논의가 진행 중인 헌법 개정 문제의 경우에도 그렇게 풀어야 한다. 가칭 ‘국민 참여 개헌 절차법’이 제정되고, 그 내용 중에는 추첨제로 구성되는 시민회의체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문제는 지금의 국회에서 이런 제도들이 실효성 있게 도입되는 것이 가능하냐이다. 직접민주주의, 심의민주주의가 도입되고 확대되기 위해서도 직접·심의민주주의에 친화적인 국회구성부터 이뤄져야 한다. 그래서 정치개혁의 첫 단추는 선거제도 개혁일 수밖에 없다.

3. 선거제도 개혁의 필요성과 방향

가. 현행 선거제도의 문제점

1) 높은 선거권, 피선거권 연령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16년 8월에 선거법 개정의견을 제시하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우리나라만 선거권 연령하한이 19세(다른 국가는 모두 18세 이하)이며, 세계 147개국의 선거연령도 18세”라고 지적했다. 만19세 연령을 고집하는 것은 청소년들의 참정권에 대한 침해일 뿐만 아니라, 국가적인 수치이다. 또한 대한민국은 피선거권 연령도 만25세로 너무 높다. 민주주의가 잘 되는 많은 국가들은 만18세부터 피선거권도 보장하고 있다.

2) 민의를 왜곡하는 의회 선거제도 : 정당득표율과 의석비율간의 불일치

대통령을 잘못 뽑았다고 하더라도, 국회가 대통령을 견제·감시할 수 있었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까지는 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유권자들의 절반이 한나라당 또는 새누리당을 총선에서 지지했을까? 그렇지 않았다. 한나라당 또는 새누리당이 국회 과반수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표심(민심)을 왜곡하는 선거제도 덕분이었다. <표1 참조>

대한민국이 하고 있는 비례대표제는 300명중에 겨우 47명만을 정당득표율에 따라 배분하기 때문에 그런 효과를 전혀 얻지 못한다. 한편 현재의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표심을 왜곡할 뿐만 아니라, 국회 구성에서 세대대표성, 계급·계층대표성 등이 완전히 깨지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표2 참조>

대한민국 국회는 다양한 계층을 대변하지도 못한다. 이런 식의 국회구성을 바꾸는 방법은 선거제도 개혁뿐이다.

3) 대표성 확보가 미흡한 대통령·지방자치단체장 선거제도

대통령을 직선으로 뽑는 국가 중에 대다수는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고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경우에는 결선투표제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결선투표제는 극단적 입장에 치우친 후보가 적은 득표율로 당선되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4) 유권자 표현의 자유, 교사·공무원 등의 참정권 보장 등

현행 공직선거법 하에서는 선거에 나선 후보자 또는 정당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표현조차도 단속의 대상이 되고 형사 처벌 대상이 된다. 이는 유권자들의 최소한의 정치적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또한 교사·공무원들의 정치적 권리(정당가입, 정치적 표현의 자유)도 보장해야 한다. 기탁금은 대폭 낮추거나 폐지해야 한다.

나.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중요성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의회 선거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갖는 중요성이다. 의회를 선출하는 선거제도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미국, 영국, 캐나다 등이 택하고 있는 소선거구제이다. 지역구에서 1등을 하면 당선되는 이 제도에서는 득표율과 의석비율간의 불일치(불비례성)가 발생하고, 자연스럽게 거대 정당중심의 양당제 구조가 형성되기 쉽다.

다른 하나는 정당득표율과 의석을 최대한 일치시키는 제도이다. 이런 방식의 선거제도도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다양한 방식이 있다. 지역구 선거를 하지 않고 정당이 얻은 득표율로만 정당별 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을 택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방식이든 결론적으로 정당득표율과 의석비율을 일치시키는 선거제도를 ‘연동형 비례대표제’라고 부른다면, 대부분의 복지선진국들은 이런 식의 선거제도를 갖고 있다. 그리고 이런 선거제도아래에서는 어느 한 정당이 과반수를 차지하기 어려운 ‘다당제’ 구조가 정착된다. 선거제도를 통해 형성되는 정치구조는 그 사회의 행복수준에 큰 영향을 미친다. <표3 참조>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택한 국가에서는 어느 한 정당이 독주를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정당 간에 견제와 감시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흔히 다당제는 정치가 불안정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정치안정성에 대한 조사결과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연간 노동시간이 적은 국가, 저임금 노동자 비율이 낮은 국가도 대체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택한 나라들이다. 농민들의 목소리가 비교적 반영되는 곳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택한 국가들이다. 유럽에서 일찍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던 국가들에는 농민을 대표하는 정당이 있었다. 결국 농민들을 대표할 수 있는 정당, 정치인들이 국회내에 얼마나 존재하는지가 농민들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다. 선거제도 개혁의 방향

첫째, 선거권 연령은 만 18세로 낮추고, 더 나아가서 만 16세까지 낮추는 것도 추진해야 한다. 피선거권도 선거권이 부여되는 나이부터 보장되어야 한다.

둘째, 국회의원과 지방의원 선거제도는 정당득표율과 의석비율을 일치시키는 방향으로 개혁해야 한다.

우선 2015년 2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독일식에 가까운 전국을 6개 권역으로 쪼개는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제안했다. 지금처럼 지역구 후보에게 1표, 정당에게 1표를 던지는 ‘1인 2표’ 투표방식을 유지하되, 전체 의석은 정당투표에 따라 배분하는 방식이다. 국회의 구성은 정당투표에 의해 좌우된다. 정당투표를 얻은 만큼 의석을 배분받기 때문이다. 이 제도에서는 어디까지나 정당투표가 중요하다.

셋째, 대통령과 지방자치단체장에 대해서는 결선투표제를 도입해야 한다. 만약 2차례에 걸쳐서 투표를 하는 것이 부담된다면, 한 번에 결선투표의 효과를 얻는 제도도 있다.

넷째, 유권자들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가로막는 공직선거법 제90조 제1항, 제93조 제1항 등의 독소조항은 폐지되어야 한다. 그리고 교사, 공무원들의 정당가입, 정치적 표현의 자유도 보장해야 한다. 공공기관, 협동조합 노동자들에 대한 불합리한 정치규제 조항도 폐지되어야 한다. 고액기탁금, 과도한 선거운동 제한 등도 개선되어야 한다.

라. 지방의회선거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현재의 지방의회 선거제도는 국회의원 선거와 마찬가지로, 정당득표율과 의석비율이 일치하지 않고, 대량의 사표가 발생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지방선거 제도의 개혁방향은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혁방향과 다르지 않다. 그동안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제 폐지’가 쟁점이 되어 왔다. 그러나 그보다 더 보편적으로 택할 수 있는 방법은 지역 차원의 정치결사체(local party)를 인정하는 것이다.

4.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의 상관관계

국회에서 개헌특위가 구성되어 개헌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선거제도 개혁이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권력구조만 개편하는 것은 ‘개혁’이 아니라 ‘개악’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특정한 정당이 국회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상태에서의 의원내각제는 대통령제 못지않은 권력집중을 가져올 수 있다. 의원내각제가 갖는 긍정적 기능이 나타나려면, 그 전제가 되어야 하는 것이 비례성이 보장되는 선거제도로의 개혁이다. 권력구조 개편을 얘기하기 전에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바로 선거제도 개혁이다. 정당득표율에 따라 의석이 배분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바뀌어야, 다당제-연립정부 구조가 되면서 의원내각제의 장점이 발휘될 수 있는 것이다.

5. 마치며

선거제도 개혁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지금 조건은 그 어느 때보다 좋다고 할 수 있다. 촛불민심이 근본적인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국회 내에서는 과반수를 차지한 정당이 없어서, 특정 정당의 반대로 인해 개혁이 불가능해지는 과거의 같은 상황은 아니다. 그리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2015년 2월에 독일식에 가까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라는 의견을 냈다.

노동운동·시민사회운동이 힘을 모아야 하고, 대중조직의 경우 자기 조직내부에서 이 문제를 교육하고 홍보하며, 대중행동을 할 수 있는 단계까지 가야 한다. 지역별로도 움직일 수 있는 틀을 만들어야 한다. 자기 지역구 국회의원은 자기 지역에서 맡는 개념으로 지역촛불들이 힘이 선거제도 개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요약·정리=이숙경 함양시민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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