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복원지시’ 계기 재조명
왜곡된 ‘임나일본부설’로 더 소외

경남도 ‘가야문화권’ 특별법 요청
서부경남 지역도 복원사업에 나서

합천 옥전·삼가고분군 출토유물서
두 개 이상의 가야왕국 존재 확인

‘가야사’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고대 가야사 연구와 복원을 지시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우리 고대사가 삼국사 중심으로 연구되다보니 삼국사 이전의 고대사 연구가 안 된 측면이 있고 가야사는 신라사에 겹쳐서 제대로 연구가 안됐다”며 “가야사 연구 복원은 영호남의 벽을 허물 수 있는 좋은 사업”이라고 밝혔다.

가야사가 경남 중심으로 경북까지 미친 역사로 생각하는데 사실 더 넓다. 섬진강 주변 광양만, 순천만, 심지어 남원 일대가 맞물리는데 금강 상류 유역까지도 유적들이 남아 있다.

일반적으로 가야사는 전기 가야연맹의 맹주 김해 ‘금관가야’와 후기 가야연맹의 맹주 고령 ‘대가야’ 또는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6개의 가야국’에 나온 연맹 국가들이 전부인 것처럼 여겨왔다.

하지만 중국과 일본의 역사서만 보더라도 가야가 적어도 20개 이상의 나라로 이뤄졌다는 기록이 나오고 있다. 또 영남과 호남의 여러 지역에서 다양한 가야의 유적이 출토되고 있기 때문에 학설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삼국시대 비해 기록 부족 조명 못 받아

가야사가 고구려와 백제, 신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명 받지 못한 이유는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서 가야에 대한 기록이 매우 부족하기 때문이다. 학계에서는 “고대사를 삼국시대라고 말하지만, 삼국시대는 가야가 멸망한 뒤부터 약 100년간만 존재했다”고 보고 있다.

역사적으로 가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시기는 임진왜란 이후다. 조선 중기 문신인 한백겸이 역사지리서인 ‘동국지리지’에서 가야사를 복원하고자 했고, 정약용 같은 실학자들도 가야사를 연구했다.

그러나 19세기 중반부터 일본이 고대에 한반도 남부를 지배했다는 임나일본부설이 유입되면서, 가야가 일본의 속국이었다는 인식이 퍼졌다. 임나일본부설은 일본의 야마토 정권이 4세기 후반 한반도의 남부 지역인 가야 지방에 임나일본부를 설치해 200여년간 한반도 남부를 지배했다는 잘못된 주장으로 대표적인 식민사관이다. 왜곡된 정보가 퍼져나가면서 가야사가 더 소외받게 된 것이다.

가야사 연구가 전환점을 맞은 것은 1970년대 후반의 일이다. 1977년 경북 고령 44호, 45호 고분에서 가야시대의 유물이 대규모로 발굴되면서 학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1990년대 들어서는 호남 동부 지역이 가야의 영토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전까지는 경상도 지역이 가야의 영토라는 통념이 지배적이었다. 2006년 순천에서 가야 고분군이 발굴됐고, 최근에는 전북 남원·장수·진안·임실 고분군도 가야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합천을 비롯해 거창·함양·산청 등 서부경남 4개 지자체도 모두 가야사에 포함된다. 경남도가 가야사 복원사업을 위한 준비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고, 합천군의 ‘옥전고분군’과 ‘삼가고분군’으로 대표되는 두 개의 큰 고분군은 가야세력이 서로 다른 문화를 이루면서 공존했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유적이다.

한편 가야문화권 시장군수협의회에는 5개도(전남·전북·대구·경북·경남), 17개 시군(거창군·함양군·산청군·합천군·고성군·의령군·함안군·창녕군·하동군·고령군·광양시·구례군·남원시·달성군·성주군·순천시·장수군)이 참여하고 있다.

경남도 본격적인 가야사 연구 나서

가야사복원에 참가한 관계자들이 세미나를 마치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경남발전연구원>

경상대 조영제 교수가 지난달 27일 경남발전연구원에서 발표한 주제 강연 모습. <사진: 경남발전연구원>

경남도와 경남발전연구원은 지난달 27일 가야사 복원을 위한 관계공무원 역량을 강화하고 유관기관 간 발전적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가야사 연구 전문가를 초청하여 특별 강연회를 열었다.

경남발전연구원 세미나실에서 개최된 이날 강연회에는 도, 경남발전연구원, 시·군 문화재 담당공무원,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 가야고분군 세계유산 등재추진단 등 80여명이 참석했다.

국내 가야사 연구 권위자인 경상대학교 조영제 교수가 ‘가야사 복원을 위한 경남의 준비’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강연 후에는 참석자들과 함께 가야사 연구의 현안과 올바른 가야사 복원을 위한 대안과 상호 협력방안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아울러 국정과제로 채택 건의한 ‘가야문화권 개발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 등 6개 사업을 비롯하여 새로 발굴한 32개 시·군 사업에 대한 공동대응과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이에 앞서 도는 가야사 복원사업과 관련하여 지난 5월 ‘가야문화권 개발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과 가야고분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등 6개 사업에 대해 국정과제 반영을 건의했다. 지난달 8일에는 ‘가야사 연구복원사업 추진과제 발굴 시군과장 회의’를 개최하여 32건의 신규과제를 발굴, 전문기관에 의뢰해 타당성을 검토 중이다.

도는 가야사 복원 전담부서를 신설하여 체계적으로 가야사 관련 사업들을 통합·정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장순천 경남도 문화예술과장은 “그 동안 소외되어 왔던 가야역사의 재조명을 위해 문화재청, 학계, 관련 연구기관 등 전문가들과 손잡고 체계적인 대응방안을 모색해 나가겠다”며 “가야사 복원사업은 도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문화재청의 정책방향에 맞춰 가야문화권의 영호남 지자체와 함께 협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합천군 가야사 연구 뜨겁게 달아올라

합천군 삼가고분군 발굴현장을 학생들이 답사하는 모습. <사진: 합천군>

삼가고분군 발굴현장 모습. <사진: 합천군>

삼국사기, 삼국유사, 광개토대왕릉비 등 문헌 기록과 금석문 자료에 일부 남아 있는 것이 전부인 ‘미완(未完)의 왕국’이라고 불리는 가야문화가 합천군에서 재조명 된다.

합천군은 새 정부의 정책방향에 발맞추어 옥전고분군(사적 제326호), 삼가고분군(경상남도 기념물 제8호) 등 합천군을 대표하는 가야 유적을 발굴조사 및 복원 정비하여 그 동안 잊고 있었던 가야의 흔적을 되살리고 나아가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한 문화관광 산업 육성계획을 수립하고자 나섰다.

특히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삼가고분군은 1981년 동아대학교 박물관에서 발굴 조사하여 총 9기의 옛무덤을 확인했고, 이후 국도 확포장 공사에 따라 2009년에서 2011년까지 2차 발굴조사가 이루어졌다.

이 조사에서 삼한시대 널무덤이 경남 서부지역에서 최초로 확인되어 그간 공백상태로 남아 있던 역사를 새롭게 이해할 수 있는 고고학적 성과를 거두었다.

따라서 군은 다른 가야지역과 차별화되는 가야사 자료의 보고이며, 이러한 역사적 아이템을 바탕으로 가야 역사문화 유적 발굴 조사 및 복원계획을 진행 중에 있다.

또한 정부 정책기조에 신속히 부응하여 경상남도 핵심과제에 삼가고분군의 발굴 정비 사업을 선정해 반영했다. 오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사업비 150억원을 투입하여 발굴정비 및 탐방로 개설, 전시관 건립 등 고분군 일대를 전면 정비하는 야심찬 계획으로 가야문화권 사업의 선두주자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아울러 국가사적 326호로 지정된 옥전고분군 주변 지역에 대해서는 역사문화 인프라가 잘 구축된 점을 활용하여 가야유적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사업비 70억원을 투입, 주변을 역사문화테마파크로 조성하여 관내 주민들의 문화여가 활동과 지역의 문화관광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사업을 계획하고 있으며, 단순한 학문적 성과에만 머물지 않고 새로운 문화산업 콘텐츠로 접근할 계획이다.

그동안 3차에 걸친 발굴 조사와 학술용역을 거친 성산토성은 가야의 유적이 대부분 고분군 중심의 매장유적인 것과는 달리 당시 생활상을 직접 파악할 수 있는 생활유적으로서, 현존하는 유일한 가야시대 도성유적으로서 합천군은 향후 이러한 유적의 고고학적 가치를 바탕으로 성곽과 도성 복원도 검토 중이다.

합천의 역사적 근원을 살펴볼 때 비록 고대국가 단계까지는 진입하지 못했다 할지라도 북쪽으로 고령 대가야와 연합한 다라국, 남쪽으로는 고성, 진주 등 경남서남부지역 가야세력과 관련된 삼가고분군 축조집단 등 적어도 두 개 이상의 가야왕국이 존재한 지역이었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합천군에는 ‘옥전고분군’과 ‘삼가고분군’ 외에도 봉계리, 반계제, 저포리고분군과 아직 발굴 조사되지 못한 영창리, 금양리, 문림리, 정양리 등 많은 고분 유적들이 있다.

박준현 합천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옥전고분군은 가야문화연구에 가장 중심적인 위치에 있는 유적 중의 하나”라며 “가야를 역사 기록의 부족으로 미지의 왕국으로 남겨둘 것이 아니라 이들 유적의 적극적인 발굴조사와 연구가 절실히 요구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권선형 기자  kwonsh@seob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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