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가까이 ‘1인극’ 활동 진행
거창민예총·평화인권예술제 창립
귀농학교 통해 47가구 정착시켜

한대수 아시아 1인극협회 한국본부 대표. <사진: 생명두레문화교육원>

한대수 아시아 1인극협회 한국본부 대표는 지난 1984년 풍물을 매개로 활동을 하면서 지역문화에 눈을 뜨게 됐다. 1987년 ‘거창우리문화연구회’를 창립해 지역 내 초·중·고 교사 및 학생들을 중심으로 풍물패 동아리를 이끌면서 본격적으로 문화운동의 중심에 서게 된다.

한 대표는 1996년 공주민속극박물관 학예연구원으로 일하게 된 것을 계기로 1997년 충남도 무형문화재 제17호인 ‘승무’ 전수자로 지정받고, 심우성 관장으로부터 현존하는 유일한 전통그림자 극인 ‘만석중놀이’ 기예능을 전수받았다

그는 1999년 거창지역 시민사회, 종교, 예술단체 11개를 모아 ‘거창평화인권예술제위원회’를 창립했고, 그 이듬해 2000년에 개별적으로 참여하던 예술단체와 개인을 묶어 ‘거창민예총’을 이끌었다. 거창민간인학살사건 추모제를 진행했고, 합천비핵평화축제의 기획·연출을 맡고 있다.

특히 지난 29~30일 이틀간 거창군 고제면 삼봉산문화예술학교에서 열린 28년의 역사를 가진 아시아 1인극협회 실행위원장 겸 한국본부 대표를 맡아 예술제를 이끌어 오고 있다. 올해는 ‘전쟁 가고 평화 오라’를 주제로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타이완, 말레이시아 배우들이 한데 모여 춤, 노래, 연주를 통해 자연과 평화를 노래했다.

한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문화예술정책 민속분과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거창군 고제면에 위치한 생명두레문화교육원 원장이기도 한 그와의 28일 대담을 싣는다.

지난 2015년 지리산 청학동 삼성궁 천재 ‘단군신위’ 공연. <사진: 생명두레문화교육원>

‘마고신위’ 공연 모습. <사진: 생명두레문화교육원>

- 여름 휴가철을 맞아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아시아 1인 연극제가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거창에서 아시아 1인연극제가 열리게 된 배경은.

“아시아1인극제는 1988년 민속학자 심우성 선생의 주도로 타이완, 일본의 원로 연극인들과 함께 서울에서 창립했다. 이 세 나라들의 특징은 국가가 자기 민족의 무형의 문화를 법으로 만들어 보호하고 있는 세계에서 유일한 나라들이었다. 처음 일본이 그리고 일본을 본 따서 타이완 한국 순으로 우리나라는 1962년 무형문화재보호법이 만들어졌다.

아시아 대개의 나라들은 오랜 기간 서양의 식민지를 살았고 해방이후 근대와 현대를 그쳐 오면서 자기민족 문화의 전승의지를 상실하였고 서양문화로 물들어 있었다. 거기는 식민지라는 외부의 요인도 있었지만 해방이후 스스로 들이 자기민족문화를 비하하고 버리게 되었다. 이에 대한 반성을 시작으로 인류의 소중한 재산인 아시아 민족문화를 발굴 하여 계승하기 위해 아시아1인극협회를 창립하고 서로 교류하고 공부하기 위해 연극제를 열게 되었다.

1988년 한국에서 시작하여 일본, 대만, 인도, 말레시아, 베트남에서 개최했다. 1996년 아시아1인극협회 심우성 회장이 공주민속극박물관을 개관하면서 공주아시아1인극제로 10년을 해오다, 2006년 공주민속박물관 사정에 의해 개최가 무산되면서, 2007년부터 거창으로 옮겨와 현재까지 거창아시아1인극제로 열리고 있다.”

- 올해로 아시아 1인극제가 28회를 맞게 됐다. 국비·군비 지원도 없고, 예산이 적어서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 지금까지 어떻게 1인극제를 이끌었나.

“공주에서 개최 할 때는 국비와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행사를 해 왔다. 거창으로 옮겨오고 2008년 양동인 군수와 김두관 도지사 재임 때는 지원금을 받아서 연극제를 했다. 그러나 거창에서 자리도 제대로 잡기 전에 2013년 거창귀농학교를 운영하면서 지원금사업 자부담을 이행하지 않아 문제가 되었고, 이로 인해 대표인 제가 법의 처벌을 받게 되었다.

도지사 군수가 바뀌면서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속담처럼 1인극제 지원도 다 잘려 버렸다.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그 동안 1인극제를 함께 해 왔던 배우와 스태프들, 거창귀농학교를 수료하고 학교 주변에 귀농한 귀농인, 인맥을 통해 후원금을 조금씩 얻어서 행사를 축소하여 진행해왔다.”

- 전통그림자극 ‘만석중놀이 보존회’ 회장이기도 하면서 전수자로서 책임이 막중하다. 만석중놀이에 대해 설명해 달라.

“만석중놀이는 우리나라에 유일한 전통그림자극이면서 인형극이다, 문헌에 의하면 고려 때 사월초파일 관등놀이 중 하나로 큰절이 있는 곳이면 마당에 포장을 치고 행해 져 왔던 민속놀이 다. 1920년대 그 맥이 끊어진 것을 민속학자 심우성 선생이 문헌과 그림자극을 보았던 사람들을 찾아다니면서 놀이를 재구성하여 1984년 서울에서 발표했다. 그 이후 두 세 번의 다른 연희자들의 손을 거치고, 1996년 공주민속극박물관이 개관되면서 제가 학예연구원으로 재직을 하면서 심우성 관장님으로부터 만석중놀이 기예능을 전수를 받았다. 1997년 거창 우리문화연구회 제자들과 함께 보존회를 만들어 전국을 다니면서 발표회를 가졌다.”

- 아시아 1인 연극제는 물론 거창사건과 합천원폭피해자들을 위해 지금까지 많은 공연을 했다. 이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과 사건은.

“저는 한국전쟁전후 거창민간인학살사건살과 관련하여 1987년부터 신원면 학살 현장에서 추모굿을 올려 왔다. 1995년 거창사건 특별법이 만들어지고, 신원면 민간인학살 희생자와 유족들은 명예회복과 함께 대대적인 위령사업이 이루어졌다. 그런 과정에서 거창사건 추모제 중심의 문화예술 활동을 거창지역 시민사화단체와 유족들과 함께 2000년에 거창평화인권예술제위원회를 창립했고, 집행위원장을 맡아 행사를 이끌어왔다.

이 행사를 통해 전국에 많은 거창사건과 유사한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학살 유족을 만나게 되었다. 2002년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학살진상규명 범국민위원회가 만들어지고, 위원회 운영위원으로 활동했다. 2005년 참여정부 때 진실화해위원회가 만들어져 2010년 해체되기까지 5년 동안 전국학살지를 찾아다니면서 ‘한대수 1인극 진혼굿’을 공연했다. 이후 30년 가까이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학살 뿐만 아니라 국가의 폭력으로 희생당한 억울한 죽음이 있는 곳에 불러주면 1인극진혼굿을 펼쳤다.

그 과정에 알게 된 많은 예술가들 그리고 학자들 인권운동가들과 교류하게 되었고 거창 행사에도 많이들 다녀갔다. 합천 원폭피해자 희생자유족들도 마찬가지로 인권단체의 섭외로 4년째 ‘합천비핵평화축제’ 행사를 기획하고 연출하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은 노충국이라는 청년이 군 제대를 하고 얼마지 않아 위암 말기 판정을 받고 치료를 다니다가 2005년 거창 서경병원에서 사망했다. 군에 있을 때 위암 판정을 받았는데 의무기록부를 속여 군에서 치료를 못 받고 제대를 하고 알게 되었고, 결국 시기를 놓여 병이 악화되어 젊은 목숨을 잃게 되었다. 그러나 유족들과 인권단체의 노력으로 진상규명을 약속받고 장례식을 치렀는데 국방부 앞에서 노제를 지낼 때 ‘1인극 진혼굿’을 올렸다.

2010년 진실화해위원회가 5년을 마감으로 폐지되면서 그 해 12월 서울 백범기념관에서 국가의 이름으로 처음으로 영령들에게 국가가 죄를 지었다는 것을 시인하게 되었으며, 처음이자 끝으로 한국전쟁전후민간인학살 합동위령제를 올려 드리게 되었는데 진실화해위원회의 요청으로 기획, 연출을 하여 추모제를 진행했다.”

- 거창귀농학교는 삼봉산문화예술학교로 불리면서 전국 귀농·귀촌인들의 중심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금까지 거창귀농학교가 거둔 성과는.

“삼봉산문화예술학교는 거창군 고제면 쌍봉초등학교 자리로 1956년에 개교하여 1994년에 폐교 되었다. 2002년 거창 우리문화연구회 대표로 있을 당시 청소년 전통예술 수련공간으로 거창교육청으로부터 대부받았다. 2007년 참여정부 때 문화관광부로부터 문화소외지역 공간조성사업비 지원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 국비 9000만원, 군비 9000만원을 지원받아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했으며, 3차에 걸쳐 약 5억원의 돈을 들여 현재의 학교로 만들었다.

사업비를 지원 받게되면서 쌍봉초등학교 출신 지역주민들과 사단법인 생명두레문화교육원을 설립했고, 부설 ‘삼봉산문화예술학교’를 열었다. 2008년 귀농귀촌 인구가 늘어나면서 현재의 교육원을 농촌지역 문화예술학교로서 실효성을 확장하기 위해 ‘거창귀농학교’를 하나 더 부설 하게 되었다. 봄·가을 농번기에는 귀농학교 중심으로 운영하고, 여름·겨울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문화예술학교 중심으로 운영을 한다. 2008년 개교 이후 거창귀농학교를 수료한 교육생이 1000명에 가까우며 거창지역에 정착한 세대가 47가구가 된다. 농촌인구를 늘리고 농촌에 활력을 불어 넣는 계기와 이들이 귀농귀촌하여 지역농업에 종사함으로써 지역경제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되었을 것이다.”

- 87년 민중당을 시작으로 국민승리21, 민주노동당, 통합진보당 등 선두에서 진보정당을 이끌어 온 거창지역 진보정당의 선구자이기도 하다. 현재 정당 활동은.

“80년대 운동 상황은 정파도 많고 그야 말로 혼란의 시기였다. 87년 6월 항쟁의 거치면서 분출된 시민과 노동자의 요구를 양김을 대표하는 야당은 수용을 하지 못했고, 그래서 백기완 선생을 후보로 민중당이 탄생하게 된다. 이후 민중당은 해체되고 노동자중심으로 국민승리21, 그리고 민주노동당으로 이어지면서 제도권 의회로 진출하게 됐다. 민주노동당은 다시 통합진보당으로 확장되었지만, 2012년에 둘로 쪼개지면서 정당 활동을 접었다. 민주정권으로 정권을 바꾸기 전에는 진보정당 활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앞으로 어떤 정당을 선택하게 될지는 한참을 지나봐야 알게 될 것 같다.” 

이영철 기자  leeyc@seob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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