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치원 등 대표 시인 15점 선정
조선 최고 문장가 박지원은 빠져
경남 최초 시집낸 이진원도 제외

함양정수장 앞 시비공원을 찾은 27일 시비공원은 자물쇠로 굳게 채워져 있고, 산책로 주변에는 풀이 무성하게 자라있다. <사진: 서부경남신문>

함양정수장 내 시비공원 제막식이 1년이 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함양군은 지난해 7월 18일 함양정수장 시비공원 제막식과 백일장을 열 계획이었다. 그러나 행사 이틀을 남겨두고, 돌연 취소결정을 내리면서 1년이 넘도록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시비공원은 정수장 앞 2900㎡(878평) 부지에 사업비 5000만원을 들여 화강암 크기로 된 가로, 세로 2미터 크기의 시비(詩碑) 15점과 산책로, 표지석 등을 세워 상림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조성됐다.

당시 지역에서는 시비공원에 들어가는 시(詩) 선정부터 군민들이 발길이 뜸한 정수장 내에 위치된 장소선정까지 여러 문제점들이 동시에 도출되면서 군 행정의 난맥을 드러낸 바 있다.

더구나 15점의 시비(詩碑) 가운데 검증이 되지 않은 시인들이 함께 들어있다는 문제점을 문학계 내외부에서도 받아왔다. 함양군의회도 정수장내 시비공원은 환경문제와 접근성 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반발했다.

시비공원에는 신라시대 명 문장가 고운 최치원이 함양태수로 재임 시 지은 ‘가을밤 비는 내리는 데’를 비롯해 영남 사림학파의 영수 점필재 김종직의 ‘대관림’, 조선시대 대표적인 청백리로 알려진 옥계 노진의 ‘권주가’, 남계서원을 창건한 개암 강익의 ‘개암 시조’, 규장각 초대검서관이자 백탑파 동인이었던 청장관 이덕무의 ‘양쪽머리 뾰족뾰족’ 등 조선시대 최고문인의 대표시가 새겨져 있다.

또 옥관문화훈장을 받은 함양 유림면 출신인 허영자 시인의 ‘함양의 햇빛’, 윤동주 문학상을 수상했던 김석규 시인의 ‘낙향을 꿈꾸며’와 문단에서 대표시인으로 인정받은 시인인지 궁금증이 드는 정태화·오동춘·김수복·김추인·김성진·문길·권갑점·곽실로 등 함양 출신 현대시인의 시비도 함께 들어섰다.

더구나 ‘조선 500년 최고의 문장’ 이라는 연암 박지원과 1932년 4월 12일 경남에서 처음으로 ‘행정(行程)의 우수(優秀)’라는 시집을 발간한 이진언 시인이 빠져있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함양군 관계자는 “시비 선정 대상은 고대와 현대가 어우러질 수 있도록 함양문인협회와 논의해 선정했다”며 “시비공원을 이전하려고 해도 마땅한 장소가 없다며 보완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주지원 기자  joojw@seob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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