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 있는 천혜의 자연적인 요새
출입구 고수하면 성내 진입 불가
영호남의 요충지를 지키는 산성
임진왜란 전에는 군창역할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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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석산성 배치도. |
황석산성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고지 해발 1190미터 축조된 산성으로 성의 중앙 아래쪽 바위틈에 샘물이 있는 천혜의 요새다.
성 내부에 샘물이 있고, 계곡이 있다는 것은 다른 산성에서 볼 수 없는 가장 큰 특징이다. 이런 까닭으로 1597년 정유재란이 발발하자 안음, 함양, 거창, 산음, 합천, 삼가, 초계 인근 7개 군현의 일반백성과 부녀자, 경비병 등 모두 7000여명이 모이기에 적합한 곳이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샘물의 양과 계곡의 협소성으로 그렇게 많은 인원이 운집하기에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황석산성은 70~80도에 가까운 급경사이며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절벽은 어느 누구에게도 쉽게 허용하지 않은 자연적인 요새로 웅장함과 함께 험난함이 대단하다.
산성에 이르는 주요 접근로는 남문, 동문, 북문, 서문에 이르는 4개의 접근로가 있는데 산의 정상을 배경으로 하고 접근이 가장 양호한 곳은 서하면 봉전리에서 우전마을로 거쳐서 가는 남문이다. 남문 위쪽에 위치한 서문은 지금은 임도가 만들어져 있으나 중간에 단절이 되어 황석산성으로 바로 접근하기는 어렵다.
북문은 심진동 용추사 입구와 유동마을을 거쳐야 갈 수 있고, 동문은 화림동 계곡과 서하면 황산마을로 접근하는 방법이 있으나 동문에 다다르는 순간까지 급격한 경사로 접근이 쉽지 않다. 특히 북문과 동문은 능선의 소로를 제외하고는 양쪽은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어 성의 출입구만 고수한다면 성내로 진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황석산성은 1987년 9월 18일 사적 제322호로 지정됐다. 산성의 면적은 44만6186㎡(13만5207평)이며, 성곽의 높이가 3미터, 둘레가 약 2.9㎞이다. 이 산성은 왜병들이 전북 장수와 진안을 거쳐서 전주성으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중요한 성이다.
너무나 험난하고 산적들이 많아서 6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야만 넘을 수 있다는 육십령 재를 넘어서 장수와 전주를 연결하는 접근로를 감시하고 통제를 할 수 있는 전략적 가치가 있는 성이다.
황석산성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조선왕조실록 태종실록 1410년(태종 10년) 2월 29일 감음현 황석산에 산성을 수축한 것이 최초의 기록이다. 또 성종실록에는 황석산 정상에 성이 있는데 함양군의 곡식 70석이 성중에 간직되어 있다고 적혀 있다. 임진왜란 전에는 군창의 역할을 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견고한 성인데도 일본인들은 임진전란에서 황석산성의 규모를 2924척의 조그마한 성으로 1㎞도 안 되는 작은 성으로 조작했다.
황석산성은 영호남의 요충지를 지키는 산성으로, 임진왜란 때는 일본군과 전투를 벌인 격전지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연구와 정비의 부재로 황석산성의 역사적 의미를 살려내지 못했다. 따라서 종합적인 정비와 함께 원형 복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황석산성에는 ‘피바위 전설’이 있다. 황석산성이 함락되자 여인들은 왜적의 칼날에 죽느니 차라리 깨끗한 죽음을 택하겠다고 치마폭으로 얼굴을 가리고 수십 척의 높은 바위에서 몸을 던져 순절하고 말았다. 그때의 많은 여인들이 흘린 피로 벼랑아래의 바위가 붉게 물들었다. 피맺힌 한이 스며들어 오랜 세월이 지난 오늘에도 그 흔혈은 남아 있어 이 바위를 피바위라 한다.
/권선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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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산성전투의 진실을 밝히는 게 평생 과업”
우리나라 입장에서 재정립
지난 20일 오후 안의에서 만난 박선호 황석역사연구소장은 황석산성전투의 진상규명에 열정을 바치는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그는 함양 안의 귀곡마을에서 태어나 육군3사관학교를 졸업했으며, 군사학학사과정과 육군대학과정을 이수한 뒤 새마을중앙연수원 교수를 역임했다. 박 소장은 우연한 기회에 접한 황석산성전투의 실체에 평생을 매달리게 될 줄은 몰랐다고 회고했다. 국가나 지자체가 나서 제대로 역사의 진실규명을 밝히는 것의 그의 소망이다. 다음은 박 소장과의 일문일답. -황석산성전투에 평생을 매달리고 있다. ‘백성의 전쟁, 황석산성대첩’이란 책을 내게 된 과정은. “중학교 1학년 미술시간에 우연히 황석산성전투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항상 머리 속에 맴돌고 있었는데 40년이 지난 어느 날, 우연한 기회에 서울 영풍문고에서 ‘바로 잡은 임진왜란사’를 접하면서 내가 알고 있는 이야기와 전혀 다른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황석산성전투는 하루 만에 끝난 전투가 아니라 5일간의 전투였고, 일본군 2만7000명이 참가한 것이 아니라 7만5300명을 동원했다는 사실을 접한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재편성’이라는 단어에 집착했다. 재편성은 군대가 본연의 임무를 할 수 없어 다시 조직을 짜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를 실마리로 삼아 접근하다보니 황석산성전투의 실체를 알게 된 것이다. 나의 군사학적 지식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 임진왜란(정유재란) 전쟁에서 황석산성전투가 끼치는 영향은 어디까지인가. “황석산성전투는 정유재란만이 아니라 임진왜란 7년에 걸친 전체 의미를 파악해야 한다. 왜군은 1차 전쟁에서 평양까지 갔다 ‘조명연합군’을 만나 다시 남쪽으로 내려오게 된다. 이때 왜군은 조선 전체를 통치할 수 없음을 깨달고 조선8도 4도 분할론을 계획하게 된다. 왜군 7만5300여명이 경상도를 지난 전주성으로 진격하려다 황석산성전투에서 4만83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된 것은 실로 엄청난 손실이다. 사실상 궤멸된 것이다. 이 전투로 왜군이 8월 29일 전주성으로 진격하자, 전라도에는 20일간 왜군이 없는 무주공산이 되었다. 이로 인해 시간을 벌게 된 이순신 장군은 후미(육지) 침략에 대한 두려움 없이 9월 16일 12척의 배로 적의 수군 133척을 대파하는 ‘명량대첩’을 이루게 된 것이다. 황석산성전투는 임진왜란사 전체에 영향을 끼쳤고, 명량대첩에도 영향을 준 전투이다.” - 역사적 고증과 사료 부분이 부족한 편이 아쉽다. 이에 대한 보완책은. “내가 전문 사학자가 아니다 보니 그런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2003년 ‘다시 쓰는 임진왜란사’의 저자 조종화 선생을 처음 뵙는데, 그 분의 서재에는 참고자료가 방 안에 가득했다. 조 선생이 2007년 87세의 나이로 별세하시는 바람에 그 분의 참고서적들을 인수받지 못했다. 나는 이만큼 온 것이 내 몫이라고 생각한다. 더 고증적이고 철저한 사료 부분은 다음 사람이 바통을 이어받아 연구해주길 바란다. 바람이 있다면, 황석산성전투는 앞으로 일본 사학자와 전문가들이 팀을 구성해서 황석산성전투에 7만의 일본군이 참가했다는 나베시마나오시게 가문 등을 찾아 자료조사를 해야 한다. 부족한 사료부분은 그렇게 메워가야 할 것이다.” - 황석산성전투에 대해 지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과 앞으로의 계획은. “지나간 역사를 돌이켜 보면 안의는 세 차례 큰 피해를 입었다. 첫 번째가 1597년 8월 황석산성전투에서의 피해이고, 두 번째가 1728년 3월 ‘정희량의 난’으로 100년 동안 벼슬길이 막히면서 인재를 얻지 못했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1914년 3월 일제강점기 강제적인 행정구역개편으로 안의군에서 안의면으로 강등된 것이다. ‘안의 송장 하나가 거창·함양 사람 열을 당해낸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역사적 사실을 알아야 강력한 의지를 찾을 수 있다. 이제는 잃어버린 역사와 정신을 찾아야 한다. 황석산성전투의 올바른 고증과 역사적 의의를 밝히는데서 그 일이 시작되는 것이다. 안의 사람뿐만 아니라 그 당시처럼 거창, 함양, 산청, 합천 등 4개 군민 모두가 힘을 합쳐 제대로 된 역사를 찾아야 할 것이다.” /이영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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