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임진왜란을 종식시킨 전투
5만명에 가까운 왜군들이 증발

‘조명연합군’ 없는 백성들 전쟁
1:10의 숫자로 싸워 왜군 궤멸

조선과 일본 모두 부끄러운 전쟁
제대로 된 역사적 평가 필요하다
 

1597년 8월 안의에서 치룬 황석산성대첩이 7년 임진왜란을 종료시킨 결정적인 전투라는 증언이 나왔다.

이같은 주장은 박선호 황석역사연구소장의 10년에 걸친 연구결과물이기도 하다. 박 소장은 2009년 7월 ‘황석산성전투와 임진대전쟁’를 출판했고, 2015년 10월 증보판으로 ‘백성의 전쟁 황석산성전투’라는 책을 펴낸 지역의 대표적인 사학자이다.

이에 앞서 조종화 선생이 1996년 6월 ‘다시 쓰는 임진왜란사’에서 일본에 의해 왜곡·조작된 임진왜란의 실체를 재조명하면서 황석산성전투의 실체가 수면위로 부상했다.

1967년 서울대에서 출판한 ‘임진전란사’와 ‘황석산성 순국사적비’에는 황석산성전투에 참전한 왜군의 숫자를 2만7000명으로 기록하고 있다. 반면 조종화 선생과 양재숙의 ‘다시 쓰는 임진대전쟁’에서는 7만여 명의 왜군이 황석산성 서문을 공격하였다고 했다.

특히 일본 나베시마나오시게 가문의 기록에도 “7만의 일본군이 황석산성을 완벽하게 포위 공격을 하였다”고 나와 있다. 일본전사의 정유재침략 전투편성표에 기록된 병력도 7만5300명인데 이들이 황석산성전투를 전후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결국 5만에 가까운 왜군의 숫자가 증발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하도훈 국사문화원 원장은 “황석산성전투는 양민이 모두 죽도록 내버려 둔 조선, 일반 백성들에게 궤멸을 당한 일본 모두에게 부끄러운 전쟁이었다”며 “당시 친명 사대주의 사관에 물든 조선의 역사인식의 오류와 일제에 의해 강제적으로 은폐된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하 원장은 420년 전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황석산성 아래 안의 황대마을에서 국사문화원을 운영하며 황석산성전투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재야 지식인이다. 황석산성 성역화 사업을 위해 함양군과 국가원로회의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

신동호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황석산성에서 7000여명으로 7만5300명에 대적한 것은 이순신 장군이 명량에서 12척의 배로 130여척의 적선에 맞선 것과 공교롭게도 똑같은 1:10의 싸움이었다”며 “황석산성전투도 명나라나 조선의 정규군 지원 없이 지방 관리와 7개 군·현이 경비병과 백성이 혼연일체가 되어 싸운 것으로 ‘황석산성 대첩’이라고 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황석산성전투는 비슷한 시기에 있었던 남원전투에 비해서는 너무나도 초라한 모습이다. 황석산성전투가 7년 임진왜란을 종식시킨 전쟁이었다는 제대로 된 평가가 절실히 요구된다.

더구나 황석산성은 고려와 가야시대에 축성을 했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가야문화권’에도 포함된다.

황석산성.

황석산성전투의 역사적 재조명 시급

황석산성전투는 1597년 8월 14일부터 18일까지 5일간 황석산성에서 안음현감 곽준, 전 함양군수 조종도, 거창좌수 유명개, 거창현감 한형, 성주 백사림을 비롯해 안음, 함양, 거창, 산음, 합천, 삼가, 초계 인근 7개 군현의 일반백성과 부녀자, 경비병 등 모두 7000여명이 황석산성으로 들어가 옥쇄한 전쟁이다.

그 결과로 왜군의 정예부대 7만5300여명 가운데 2만7000여명만 전주성으로 도망쳤으니, 이는 실로 궤멸적인 타격을 입힌 대첩인 것이다. 박선호 황석산성연구소장은 “황석산성전투는 7년 전쟁을 종료시키는 결정적인 싸움이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1592년(선조 25년)부터 1598년까지 우리나라를 침입했다. 두 번째 대침략이 이루어진 정유재란(1597년)은 14만1500명의 대군을 동원해 경상도(우군 7만5300명)와 전라도(좌군 4만5800명) 두 곳으로 나눠 한양 진격을 시도했다.

좌군은 남원성을 공격하고, 우군은 경상도에서 전라도로 넘어가는 육십령 길목에 위치한 안의현 황석산성을 공격한 후 전주성에 집결해 한양을 향해 돌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황석산성전투에서 막대한 타격을 입은 일본군은 기세가 꺾이면서 정유재란이 빠른 시일 안에 종결될 수 있었다.

박 소장은 “일본군이 황석산성을 함락한 뒤 100㎞ 떨어진 전주성까지 진격하는 데 8일이나 걸리고, 우군이 2만7000명으로 재편성된 정황은 결국 황석산성에서 4만8000여명이 죽거나 부상했음을 뜻한다”고 말했다.

역사에서는 1597년(선조 30년) 1월15일 정유재란이 발발하고 음력 8월 16일 총포로 무장한 일본군 2만7000명이 황석산성을 공격하자 당시 수성장 곽준 안음현감과 조종도 전 함양군수가 결사항전을 선포하고 7개 고을에서 집결한 의병과 장정, 부녀자들까지 참가해 이틀간 치열한 공방 끝에 조선 백성만 500여명만 전사한 전쟁으로 기록돼 있다. 반면 왜군은 단 1명의 피해자가 없다고 기록됐다.

이처럼 차이가 나는 가장 큰 이유는 황석산성전투는 조선 정규군이나 명나라 군대가 전혀 참여하지 않은 비정규전인 일반 백성의 전투였기 때문이다.

민족사에서 가장 영웅적인 사건

하도훈 국사문화원 원장은 “당시 조정에서는 일본이 황석산성으로 진격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 황석산성전투는 조선 조정에서 파견된 지명도 높은 장수가 참여했던 것도 아니었으며, 한명의 명나라 군인도 참여하지 않았다. 오로지 지방의 관군과 백성들에 의해 치룬 전투였다”고 말했다. 황석산성전투는 철저히 은폐된 전쟁인 것이다.

이런 이유들로 황석산성전투는 아직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사적지의 완전 복원도, 국가 차원의 제향도, 역사교과서에도 등재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황석산성전투의 역사적 의의와 가치를 재조명 하는 것이 지금 이 시대의 시급한 과제인 것이다.

특히 1914년 일제에 의해 강제적인 행정구역개편이 이뤄지면서 안의군이 안의면으로 강등하게 결정적 이유가 황석산성전투와 연계돼 있다는 사실도 관련 사학자가 아니고는 잘 알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일본은 안의군(安義郡)을 지도상에서 지움으로 1597년 정유재란 당시에 당했던 복수를 철저하게 자행했다.

일제강점기엔 1714년(숙종 41년) 황석산성 순국선열들을 기리기 위해 건립된 ‘황암사’를 일본이 강제로 불태워버렸으나, 1985년 황선산성순국선열 추모위원회를 발족하여 황석산성이 함락된 음력 8월 18일을 기일로 정해 매년 추모행사를 지내고 있다.

한편 황석산성 보수공사는 박성필 전 재경함양향우회장이 이철우 전 함양군수가 국무총리실 조정실에 근무할 때 요청해 처음으로 사업비가 확정됐다. 1991년 지표조사비로 5500만원, 1993년 남문 보수공사비로 2억8000만원이 책정되면서 본격적인 성역화 사업에 나선 것이다.

/박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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