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대전에서 상 받고 두각 발휘
예술과 봉사에 대한 애정은 여전

‘의좋은 형제’ 팀 방송에도 출연
라이온스클럽, 미술회 회장 역임

그의 첫 인상은 참으로 푸근했다. 이웃집 빵집 아저씨를 만난 것처럼 사람 좋은 웃음은 금방 귀를 쫑긋하며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든다. 함양의 정경화 시인이 젊어서 그를 만나 시(詩)를 짓고, 지리산문학회 동인지 시집에 출간한 이유를 금방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이용권(55) 광보디자인 대표는 고등학교 시절에 미술에 소질이 있었다. 그러나 차마 대학을 가겠노라고 집에 손을 내밀지 못해, 창원의 상농기업에서 금속 모형을 만드는 사출공으로 1년 2개월을 보냈다.

이를 지켜보던 고등학교 미술 선생님이 그를 진주전문대 응용미술학과에 입학하도록 추천했다. 당시 미술 선생님의 친구 분이 응용미술학과 학과장으로 계셔서 그도 믿음을 가지고 학업에 정진했다. 이 대표는 재학 중에 제11회 경상남도 미술대전 공예 입선, 제8회 부산산업디자인 전람회 입선, 제38회 개천예술제 공예 특선 등의 상장을 받으면서 응용미술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런 그를 알아본 서울 충무로 광고회사 ‘마이너 애드’는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그를 뽑아 광고 일을 맡겼다. 이 대표는 회사에서 일하면서 엘지(LG) 신제품·사무자동화(OA)·컴퓨터 등의 신제품이 나오면 카탈로그, 포스터 등을 만드는 매뉴얼 작업에 매달렸다.

능력을 인정받으면서 반도체 사보를 만드는 일에 집중했다. 사보는 2주 만에 나오는데 원고를 본사에서 모아오면 2주 만에 디자인, 제판, 인쇄, 제본까지 하여 전국으로 발송시켜야 하는 고된 작업이었다. 야근은 밥 먹다시피, 주말도 없이 일하다보니 1년 6개월이란 시간이 어느덧 흘러버렸다.

이 대표는 피로도가 극에 달하면서 건강이 나빠지자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 고향을 찾아 독자적인 사업체를 꾸렸다. 처음에는 바로 함양으로 오려고 했으나, 선배들도 많고 또 예의도 아닌 듯싶어 산청에 사무실을 차렸다. 그러나 고향 친구들이 계속해 찾아오고 권유해 함양으로 사무실을 이전했다. 예의를 잘 지키고, 반갑게 인사하며, 사람 좋은 그를 싫어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이 대표는 함양에서 자리를 잡고부터 금속구조물, 창호공사업, 전문건설업을 추가하여 사업을 조금씩 확장하기 시작했다. 어릴 때의 가난과 고생이 이제 어느 정도 보상을 받은 격이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제 자리에서 맴돌지 않았다. 끝없이 고민했고, 무엇이 더 나을까, 어떻게 발전시킬까 노력하고 탐구했다. 그러면서도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와 미술에 대한 애정은 손을 놓지 않았다.

1994년 천령미술회 회원전에 출품한 작품.

1984년 창립된 천령미술회의 10대 회장으로 취임한 것이다. 전시회를 열고, 함양의 문화발전을 위해 틈틈이 노력했다. 당시 천령미술회원전은 지역에서 대단한 성황을 이루었고, 이를 시작으로 회원들 가운데는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에 뽑히기도 한 이도 있었다. 회원들 모두 상당한 기량을 가진 작품전이었다.

이런 그를 눈여겨 본 정경화 시인이 1992년 지리산문학회 시집에 ‘털보를 위하여-그는 참으로 순박한 청년이다’라는 시 작품을 내게 된 것이다. 정 시인은 어릴 때 고모가 안고 나오다 문지방에 걸려 넘어지면서 땅에 떨어져 이때부터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시인이다. 그의 시 저변에는 항상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흐른다. 함양 사람들이 존경하는 시인 중 한명이다.

이 대표는 예술 활동 못지않게 사회활동도 열심히 했다. 함양라이온스클럽에 가입했고, 2007년에는 이 단체의 회장으로 취임하기도 했다. 그는 회장으로 재임하면서 천년숲 상림과 마천면 등지에서 건강상담, 부황, 전침 및 수기치료, 한약처방 등이 한방무료진료를 실시했다.

또 주말마다 상림 ‘함화루’ 앞에 있는 우물을 찾아 청소를 하기도 했다. 함화루는 함양 읍성의 남문으로 누각 앞 잔디밭은 아이들이 뛰어 놀기 참 좋다. 지금은 식수는 금지하고 있지만, 예전에는 상림을 찾는 이들은 누구나 한 번씩 목을 축였다 가는 곳이었다. 함양군민들의 자랑이 상림이고, 함화루와 우물은 상림 한복판에 자리 잡은 상징 같은 곳이었다. 이런 곳을 주말마다 청소하니, 군민들이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함양라이온스클럽은 연중 큰 행사가 있다. 매년 1월 1일 함양 백암산(621m)에서 해맞이 행사를 갖는 것이다. 새해 희망과 꿈, 열정을 충전시켜 군의 번영과 군민의 안녕을 기원하기 마련된 해맞이 행사에는 1000여명의 군민과 기관단체장이 참가한다. 또 재능기부, 의료봉사, 도배봉사 등 지역을 위한 많은 일들을 해오고 있다.

지난해 연말 KBS 1TV <노래가 좋아> 프로그램에 어머니와 4남매 부부가 ‘의좋은 형제’ 팀으로 출연한 모습. <사진: 이용권>

지난해 5월 남해 상주해수욕장을 찾아 가족들과 기념촬영을 했다.

이 대표에게는 좋은 기억이 있다. 지난해 연말 어머니를 모시고 형제들과 함께 KBS 1TV <노래가 좋아> (장윤정·도경완 진행)에 출연해 함양을 홍보하고, 우애를 과시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전국에서 저마다의 사연을 간직한 가족이 출연해 가족애를 확인할 수 있는 사연을 들려주며 노래경연을 펼치고, 방청객의 호응도에 따라 순위를 가리는 가족오락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10월말 이 대표는 어머니 송영임(81) 어르신과 4남 1녀 중 막내아들을 제외한 4남매 부부가 ‘의좋은 형제’ 팀으로 출연해 1승을 거두고, 12월 31일에는 연말특집 프로그램에 출연해 방영됐다.

첫째 이용판·박정이 부부, 둘째 이용태·임명희 부부, 셋째 이용권·김미경 부부, 딸 이미자(여)·정동하 부부 등 9명으로 구성된 ‘의좋은 형제’ 팀은 지리산 청정고장 함양을 자랑하며 가족이 겪은 사연을 들려주며 방청객을 감동시켰다.

이날 방청객은 30여년 전부터 3회에 걸친 이용태씨의 심장병 수술을 따뜻한 가족애로 극복한 사연과 함께 ‘나는 행복한 사람’을 멋들어지게 소화해 낸 ‘의좋은 형제’ 팀에 91점을 줘 1승의 영광을 안겼다.

이 대표는 “온 가족이 전 국민이 지켜보는 공중파 방송에 출연해 형제간 우애를 과시하며 산 좋고 물 맑은 지리산 청정고을 함양까지 홍보해 우리가족이 함양을 알리는 전도사가 된 느낌”이라며 “방송출연을 계기로 지역사회 발전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며 살겠다는 의지를 더욱 굳히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람 좋은 이 대표의 도전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는 영국, 스웨덴, 덴마크, 프랑스 등 유럽 지자체를 벤치마킹해 함양이 더 발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 이 대표는 “유럽에서는 토론문화를 즐기며 일처리를 하는 것이 부럽다”고 말했다.

그가 꿈꾸던 예술과 지역사회의 봉사, 열정어린 도전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영철 기자  leeyc@seob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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