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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월 한가위 보름달 보며 먹는 송편은 ‘고향의 정경이 서린 맛’

오곡백과 무르익는 풍요로운 달
다양한 민속놀이와 풍속 행해져
“메마른 사회일수록 소외계층과
함께하는 명절이 되어야 할 것”


여기 저기서 모인 식구들
만면에 웃음 가득
호호~하하 즐겁구나
오랜만에 만난 혈육 어디보자
고운 얼굴 자식사랑, 손주사랑
앞을 봐도 뒤를 봐도
눈에 넣어도 안아플 내 새끼, 내 강아지들
이렇게도 좋을 수가
이렇게도 기쁠 수가
어화 둥둥 좋구나, 한가위가 좋구나
(중략)
팔월이라 한가위 만나니까 반갑구나
마음도 넉넉 음식도 넉넉
웃음소리 요란하고 집안이 들석들석
한가위라, 명절이라 우리모두 좋구나

- 권정아 시인의 ‘어화 둥둥 좋구나, 한가위가 좋구나’ -

달맞이. 한가위 밤에 뒷동산에 올라가 달구경을 하면서 가정의 평안과 결혼 등을 기원했다. <자료: 이억영 화백, 1976. 국립민속박물관>

일주일 후면 우리민족 최대명절의 하나인 추석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고향의 부모형제를 찾는 사람들의 행렬이 길게 이어지면서 민족의 대이동이 시작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느 한 계절 아름답지 않은 계절이 없지만 추석 무렵의 가을은 풍성하고 넉넉한 계절이다. 추석 무렵은 양력과 달라 절기에 들락날락이 있기는 하지만 산과 들의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계절이다.

그래서 농촌에서는 달을 따라 별명을 붙여서 부르는데, “깐깐 오월에 미끈 유월이요 어정 칠월에 동동 팔월”이 그것이다. 보릿고개는 닥쳐 양식이 딸리고 가뭄은 들고, 일거리는 겹쳐서 많고, 5월 한 달을 넘기기가 그냥 지겹기만 하다. 그래 깐깐하게도 안 간다는 뜻이고, 6월은 농사일이 비교적 단조로우면서도 바빠, 어느 결에 지나갔는지 모르게 보낸다하여 미끈덩하다는 것이다. 7월은 날씨도 건들건들하지만 논두렁의 풀이나 깎으며 농사 익기만 기다릴 뿐 별 할 일이 없는데, 8월은 이것저것 거둬들이느라 허둥지둥 지낸다고 하여 동동 8월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농사의 주된 것이 벼농사라면 밭이나 논두렁에서 거둬들이는 녹두, 팥, 강낭콩 같은 콩 종류며 집 뒤나 마당가에서 거두는 밤, 대추 등 가을은 마냥 풍성하기만 하다. 거기다 흔히 늦장마라 불리는 태풍도 다시 찾아 올 염려가 없고, 그래서 대부분 지방에는 추석 전날 동네 앞길을 닦았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달도 뜨고, 음식도 고루 갖춰져 있어 수고한 뒤끝은 마냥 즐거운 것이다.

농가월령가는 “며느리 말미 받아 본집에 근친 갈제, 개잡아 삶아 건져 떡고리와 술병이라. 초록 장옷 반물치마, 장속(裝束: 몸을 꾸며서 차림)하고 다시 보니 여름지어 지친 얼굴 소복(蘇復: 병이 나은 뒤에 원기가 회복됨)이 되었느냐? 중추야(中秋夜) 밝은 달에 지기 펴고 놀고 오소”하고 노래한다. 인정미가 뚝뚝 흐른다. 말미란 휴가요 근친이라 부모님 뵈러 가는 거다.

노래의 작가 정학유(丁學游)는 경기도 양주땅 사람으로 개잡아 삶아 얹는 풍속은 이 근방에 없는 일이다. 아마도 전라도 당진에서 귀양살이하던 아버지 다산 정약용을 뵈러 왕래하는 동안 어느 시골서 본 풍습일 것이다. 고기, 떡, 술을 사돈집에 선물로 며느리에게 휴가를 준 것이다. 중추야 밝은 달에 마음껏 놀고 오라 했는데 어린 며느리가 오래 만에 부모님 품에 안기는 기쁨이야 오죽하랴.

강강술래. 호남지방에서 한가위에 부녀자들이 하는 놀이이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해안을 경비하는 우리 군사의 수가 많음을 보이고, 왜군이 우리 해안에 상륙하는 것을 감시하기 위해 곳곳에 모닥불을 피어 놓고 돌면서 ‘강강술래’라는 노래를 부르게 한 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자료: 이억영 화백, 2001. 국립민속박물관>
줄다리기. 한 고을을 동과 서로 나누어 집집에서 모은 짚으로 꼰 수십 가닥의 새끼를 한 가닥으로 꼬아 굵은 줄을 만든다. 줄에는 암수가 있어 암줄이 이기면 그해 농사가 풍작이 되고 악질에도 걸리지 않는다고 전한다. <자료: 이억영 화백, 1992. 국립민속박물관>

추석놀이와 풍속에는 강강술래, 줄다리기, 밭고랑기기, 원놀이, 올게심니, 반보기 등이 있었다. 원놀이는 서당의 학동들 중 공부를 많이 하고 재치 있는 사람을 원님으로 정하고 나머지 학동들은 백성이 되어 원님께 소장을 내어 그 판결을 받는 놀이로 오늘날의 모의재판과 같은 놀이다. 올게심니는 추석전후 잘 익은 벼·수수·조 등 곡식의 이삭을 한 줌 베어다 묶어 기둥이나 대문위에 걸어두는 것이다. 반보기는 추석 지난 다음 서로 만나고 싶은 사람들끼리 일자와 장소를 미리 정해 만나는 것이다.

옛날 어느 고을 관속 다니는 사람이 추석날 출근길에 노상에서 동료를 만났다. 어디 다녀오느냐니까 추석이라 어른께 세배 갔다 오는 길이란다. “미친놈! 세배는 설이나 동지(冬至)에나 하지 아무 때나 해?” 그리고 원님에게 나아가 절을 하다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원님이 무례하다고 꾸짖으니까 사실대로 대답할 수밖에. 그랬더니 사또는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미친놈들, 세배는 한식(寒食)때 하는 거지 명절이면 다 한다든”

여기에 등장한 명절이 설, 한식, 추석, 동지 이렇게 넷이다. 옛날 법도 차리는 가정에서는 이 네 절기에 모두 차례(茶禮)를 지내는 법이었으나, 지금은 대체로 설하고 추석밖에는 쇠지 않는다. 이때에는 노래 후렴처럼 먹고 마시면서 교제를 나누는 음식이 감초처럼 뒤따르게 마련이다. 이런 명절이면 으레 그 시기에 먹는 음식이 있어 이것을 시식이라 한다.

정월의 떡국, 대보름의 오곡밥, 약식, 한식에는 산소에 가지고 가는 송편, 단오의 개피떡, 칠석의 밀떡, 추석의 송편, 동지의 팥죽 이란 유(類)다. 팔월의 한가운데 있는 큰 날인 한가위에는 달떡을 빚는다. 중국은 만월을 상징하는 둥그런 월병을, 우리는 발전의 상징하는 반달형의 송편을 만든다.

송편빚기. 송편은 한가위의 대표적인 음식이다. 콩·팥·밤·대추 등을 속으로 해서 온 가족이 모여 송편을 만든다. 송편의 모양을 보고 자식과 배우자의 생김새를 알 수 있다고 했다. <자료: 이억영 화백, 2001. 국립민속박물관>

송편은 추석 전날 저녁 가족끼리 달빛아래 둘러앉아서 오순도순 얘기하면서 빚는데 참 맛이 있다. 익반죽이라고 쌀가루를 익혀서 버무려 꾹 눌려서 속을 넣는 간편한 방식도 나왔지만 역시 촉촉하게 생 반죽을 해 가지고 똑 떼어서 손바닥에 놓고 동그랗게 돌돌 굴려서 두 엄지손가락으로 구멍을 내며 빚어야 제 격이다.

대골대골 토닥토닥 꼭꼭, 리듬 있게 빚어가는 손끝에는 봉숭아 물들인 개끼 손톱이 하얗게 밀고 나와 있어, 잊혀져가는 꽃빛이 애석하기만 하다. 맨드라미꽃을 뜯어 붙여 무늬 놓은 송편은 밤을 넣은 맛있는 거라, 쪄내어 참기름에 둘러내는 새 며느리는 하나라도 저희 서방님 그릇에 더 들어 갔으면 하고 혼자 낯을 붉힌다.

이슬이 촉촉이 내려 옷이 젖는 것을 깨달을 때면 소반소반이 하얀 봉우리가 줄을 이었고, 둥근달도 하늘 한복판에 뚜렷이 떠서 있고 여치, 베짱이 벌레소리에 새삼스레 길쌈내기를 함을 가배(嘉俳)라 하였대서 “팔월 한가위”라는 말이 나왔다 한다. ‘가위’에 대해서는 잔뜩 먹어서 ‘가쁘다’에서 나왔다고도 하고 모든 것을 갖추었다는 데서 유래했다고도 하는 등 여러 설이 있다.

추석(秋夕)을 글자대로 풀이하면 가을 저녁, 나아가서는 가을의 달빛이 가장 좋은 밤이라는 뜻이니 달이 유난히 밝은 좋은 명절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따라서 ‘추석’이란 대단히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용어라 할 수 있다. 중추절이라 하는 것은 가을을 초추(初秋), 중추(中秋), 종추(終秋)로 나누었을 때 추석이 음력 8월 중추에 해당하므로 붙은 이름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처럼 추석의 풍요의 계절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명절보다 민속과 놀이가 다양하게 전국적으로 행해졌다. 추석에는 강강술래, 줄다리기, 가마싸움, 소놀이, 거북놀이 등 다양한 놀이가 행해졌다.

추석 날, 온 가족이 둘러앉아서 먹는 그윽하게 스며있는 솔잎 향기에 베인 송편의 맛은 고향의 하늘빛이, 들판의 정경이 서려 있는 맛이다. 메마른 사회일수록 그래서 더욱 추석이 기다려지고, 정겹기만 하는지 모르겠다. 홀몸노인, 조손가정 아이들, 다문화가정, 실직자 등 소외계층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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