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 회의에서 시작해
협동조합이 구판장 짓기로

윤인숙. 간디숲속마을 대표.

지난 8월 말 간디숲속마을 점빵이 문을 열었습니다. 면소재지에서 10킬로미터 떨어진 마을인지라 구판장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나온 지 딱 일 년 만입니다. 구판장 이야기는 작년 초에 있었던 공모사업 아이디어회의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마을에 필요한 게 무엇인지 의견조사를 하니 구판장이 1위였습니다. 그냥 아이디어로 끝날 일이었는데, 8월 주민모임에서 협동조합이 구판장을 짓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그 제안을 받아들여 설립위원회를 구성하고 어떻게 지을지, 무엇을 팔지를 두 달에 걸쳐 논의 했습니다.

처음에는 마을체험관 안의 창고를 활용하려 했으나 공공건물이라 용도변경이 어려울 것 같아 컨테이너를 하나 구입하자는 생각으로 바뀌었고, 최종적으로는 아담한 목조건물을 짓기로 했습니다. 비용은 마을기금으로 자재 값을 충당하고 인건비는 울력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작년 11월 착공하려 했으나 총괄진행을 맡은 마을목수님이 바빠지면서 올 3월부터 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틀은 두 명의 마을목수님이 잡고, 손이 많이 가는 작업에는 여러 주민들이 힘을 모았습니다. 그 사이 마을대표인 저의 역할은 목수님 점심 준비하기와 시시때때로 필요한 일손을 모으는 것이었지요. 다들 생업으로 바쁜 와중에 시간을 쪼개느라 생각보다 오래 걸렸습니다. 일은 늘 하는 사람만 한다는 불만도 제기되었고 참여하지 않는 주민에 대한 서운함도 있었습니다.

시간이 흘러가는 사이 걱정이 먹구름처럼 몰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올해 들어 주민들이 부쩍 바빠져 구판장을 맡아 할 사람이 마땅치 않아 보였습니다. 물건을 떼어다 파는 일은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수익계산이 필요 없는 무인 재활용매장으로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주민모임에서 운영방법을 논의했습니다. 예상외로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혼자 먹고 쓰기에는 너무 많은 음식과 농산물을 나누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운영에 참여할 사람을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고민이 깊어가던 어느 날, 친구를 따라 홍성군 홍동면에 갈 일이 생겼습니다. 몇 년 전에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좋다는 생각만 했지 큰 감흥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마을대표가 되어 고민을 안고 오니 달랐습니다. 마을카페와 빵집, 무인중고서점, 게스트하우스와 주인장의 작업공간 등등, 모든 것이 영감을 주었습니다. 그래, 내가 한번 재밌게 해보자, 하는 마음이 올라왔습니다.

돌아와서 마을밴드에 나누고 싶은 물건을 기부해달라고 글을 올리고, 저도 집안 곳곳을 뒤져 잠자는 물건들을 찾았습니다. 오래도록 존재감없이 숨어 지내던 물건들이 많았습니다. 최소한의 것만 가지고 산다는 미니멀라이프 스타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여전히 많은 물건들을 놓기가 어렵습니다.

지금 점빵은 만물가게이고 나눔창고이고 마을문고입니다. 조만간 커피머신을 구해서 마을카페도 겸할 예정입니다. 카페에서 나누는 커피는 점빵 수익금으로 준비하려 합니다. 여느 시골마을의 정자나무 그늘 밑처럼, 하루 일과를 마치고 마을카페에 앉아 커피 한잔, 차 한 잔의 여유를 이웃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윤인숙  yoonis@seob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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