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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수수밭’ 중에서천양희
  • 서부경남신문
  • 승인 2017.11.14 22:35
  • 호수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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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또 수수밭을 지난다.
머위 잎 몇 장 더 얹어
뒤란으로 간다.
저녁만큼 저문 것이 여기 또 있다.
개밥바라기 별이
내 눈보다 먼저 땅을 들여다본다
새상을 내려놓고는
길 한쪽도 볼 수 없다
논둑길 너머 길 끝에는
보리밭이 있고
보릿고개를 넘은 세월이 있다

(중략)

번쩍 제 정신이 든다.
정신이 들 때마다 우짖는 내 속의
목탁새들 나를 깨운다.
이 세상에 없는 길을 만들 수가 없다.
산 옆구리를 끼고 절벽을 오르니,
천불산(千佛山)이
몸속에 들어와 앉는다.
내 맘속 수수밭이 환해진다.

산다는 것은 길을 가는 것인데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길을 가지 않는다.
일단 길을 나서면
많은 사람들을 만날 뿐만 아니라,
별도 보고 산도 보고 보리밭도 보고
수수밭도 볼 수 있다.
그들이 나를 일깨워주는 고마운 선생인데,
길 위에서 길을 알려주는
매서운 경책(警策)인데,
하여 천불산이 몸속에 들어와 앉고
돌연 내 맘속 수수밭 환해지는데
당신, 겨울이 오기 전에 길을 나서요!
<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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