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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유담(龍遊潭)은 ‘자연사박물관’ 명승지정 더 늦추면 안 된다”
  • 서부경남신문
  • 승인 2017.11.14 23:13
  • 호수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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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다목적댐 건설계획으로
명승지정 미루고 있는 ‘용유담’

20년간 고통 받는 주민들 외면
문화재 보호 없이 댐 건설 집착

글·사진=이선진 지리산생명연대 생태보전팀장

지리산 정령치, 달궁, 뱀사골, 한신, 칠선계곡에서 시작된 물줄기들이 모이는 곳 용유담(龍遊潭)은 아홉 마리 용이 놀던 곳이란 전설이 있을 만큼 너른 계곡을 자랑한다. 오랜 세월동안 세찬 계곡 물살이 만든 기암괴석은 감탄을 자아내 예부터 학자, 시인, 묵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지난달 20일 함양 성당에서는 이런 용유담을 보존하기 위해 ‘용유담 명승지정의 과제’라는 주제로 지리산댐백지화 함양대책위원회, 함양시민연대, 지리산생명연대가 공동으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발제는 노재현 우석대 조경학과 교수가 <용유담, 전래명승으로써의 의의와 가치 구명>, 이선진 지리산생명연대 팀장이 <명승지정의 절차와 용유담>에 대해 발표했다. 토론은 선시영 지리산댐 백지화 마천면 위원장, 김휘근 지리산생명연대 팀장, 신강 지리산여행협동조합 이사장이 맡았다. 좌장에는 최세현 지리산생명연대 공동대표가 함께했다.

토론회에서는 용유담이 문화재지정구역 경계로부터 반경 500m 이내인데 수십 ㎞로 둔갑하고, 현상변경허가신청 등에 의해 주민생활불편을 조정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지 않아 생긴 오해를 버리고, 용유담 그 자체의 보전가치에 대해 다시금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지난달 20일 함양성당 1층 강당에서 용유담 명승지정을 위한 토론회에 나선 발제자들. 왼쪽부터 김휘근 지리산생명연대 팀장, 선시영 지리산댐 백지화 함양대책위원회 마천면 위원장, 최세현 지리산생명연대 공동대표, 노재현 우석대학교 교수, 이선진 지리산생명연대 팀장.

지리산댐 건설계획은 일제강점기부터 거론되기 시작해 1984년에 구체적인 실시계획이 다시 세워졌고, 1996년 부산·경남의 식수 취수원 이전과 맞물려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이때부터 범국민적으로 전개된 지리산댐 반대 운동에 의해 지리산댐 건설 계획은 2001년에 전면 백지화되면서 사실상 종결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지리산댐은 그 목적과 위치 등이 조금씩 변경되면서 여전히 국토부 댐건설장기계획에 홍수조절용댐(댐높이 107m, 댐길이 735m, 총저수량 6700만톤, 예산 6768억원)으로 포함되어 있는 상태다.

길고 지난한 댐건설 추진과정은 댐건설 및 수몰 예정지인 함양군 휴천면, 마천면 주민들의 삶을 댐 찬성과 반대로 가르고, 그에 따른 불안, 갈등, 반목, 불신의 고통이 일상이 되게 만들었다. 마을공동체에 생채기를 냈다. 이러한 주민간의 갈등은 2012년 용유담 명승지정 문제를 두고 다시 한 번 고조됐다.

문화재청은 2011년 12월 용유담이 지닌 ‘뛰어난 자연경관·역사문화·학술적 가치’를 인정하여 용유담을 국가지정문화재인 ‘명승’으로 지정예고 했으나, 2012년 1월 함양군과 수자원공사가 지리산댐 계획 추진을 이유로, 같은 해 6월 국토부가 지리산댐 대안조사 연구용역을 이유로 명승지정을 보류해달라고 요청하면서 용유담의 ‘명승지정’은 보류됐다.

2013년 5월 국토부의 남강유역 신규수자원시설 대안조사가 완료된 후에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회의에서는 용유담 명승지정이 안건으로 상정됐고, 같은 해 6월 용유담 명승지정 예고, 7월 심의, 8월 고시하기로 결정했으나 이후에 실행은 되지 않았다.

지리산댐 반대를 위한 래프팅 퍼포먼스.
아홉 마리의 용이 놀던 곳이라는 전설이 전해지는 용유담. 지리산둘레길 4구간에 위치하고 있다.

지리산생명연대와 지리산댐백지화 함양대책위원회는 2015년부터 이런 과정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그 경위에 대해 문화재청에 공문을 통해 물었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문화재 보존관리의 직접적인 주체이자 해당지자체인 함양군이 명승지정에 대한 의지를 갖고, 지역 주민간의 찬반갈등 문제가 해소가 되지 않는 한 용유담의 명승지정은 어렵다”고 답변했다.

이에 따라 2016년 함양군 마천·휴천·유림·수동·서상·안의·지곡·병곡면·함양읍 주민 250여명의 용유담 명승지정을 요청하는 주민서명을 받아, 이를 바탕으로 함양군 문화관광과장을 상대로 지리산댐백지화 함양대책위원회 위원들의 면담을 진행했다.

이때 함양군은 “지리산 다목적댐 건설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그렇다면 용유담의 명승지정은 아예 할 필요조차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책위 위원들은 문화재를 가꾸고 지켜야 할 문화관광과에서는 문화재 보호가 먼저가 아니겠냐는 의견을 전달할 수 있을 뿐이었다.

언젠가는 지리산댐이 건설될 것이라며 용유담 명승지정을 추진할 수 없다는 함양군의 입장은 용유담 명승지정 보류의 근거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용유담이 꼭 국가가 인정하는 명승으로 지정되어야만 보전가치가 높아지거나 댐건설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한 것은 아니다. 용유담이 명승으로 지정되고 되지 않고는 지리산댐 건설 계획과 무관하게 용유담의 학술적, 생태적, 문화적, 역사적, 경관적 가치 등을 고려해서 진행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용유담의 명승지정 여부와 관계없이 용유담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충분히 지켜가야 할 곳이라는 것이다.

용유담 명승지정에 대한 주민들의 입장과 갈등

댐 짓기 위해 명승지정 반대 “주민들 분열 마음 아프다”

선시영 지리산댐 백지화 함양대책위원회 마천면 위원장.

안녕하십니까, 지리산댐 백지화 함양대책위원회 마천면위원장 선시영입니다.

대도시에 나가서 살다가 20여년 전에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 아름다운 자연의 품에서 평화로운 여생을 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고, 그건 바로 지리산댐 계획 때문이었습니다.

내 고향, 내 삶의 터전을 가만히 앉아 빼앗길 수는 없다는 마음으로 지리산댐 반대 활동에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땐 이렇게 오랜 세월동안 댐을 반대하게 될 줄 몰랐습니다. 20여년의 시간 동안 주민들이 겪은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형제 같던 이웃지간이 원수가 되고, 댐을 찬성하는 주민과 반대하는 주민으로 나뉘어 서로 얼굴 마주치는 것조차 불편해하면서 살았습니다.

마천, 휴천 용유담 주변의 주민들이 댐 문제 말고 또 한 번 찬성과 반대로 나뉜 적이 있습니다. 5년 전, 용유담이 국가명승으로 지정된다고 했다가 취소됐을 때였습니다. 댐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용유담 명승지정을 찬성하고, 댐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용유담 명승지정을 반대했습니다.

사실, 처음 용유담이 명승으로 지정된다고 했을 때는 그렇게 크게 찬성과 반대로 나뉘지 않았습니다. 함양군에서 먼저 나서서 용유담 명승지정을 추진한다고 했고, 우리 지역에 국가로부터 인정받는 문화재가 있다는 것은 명예로운 일이라고 대부분의 주민들이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사는 지리산 자락의 아름다운 산과 강, 그리고 용유담의 빼어난 경관과 역사문화적 가치가 인정받아서 명승으로 지정이 되면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그 가치들이 더 높아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면과 군 공무원들, 댐 추진위원회 사람들이 용유담이 명승으로 지정되면 반경 몇 십 ㎞는 개발제한으로 아무 것도 못 한다, 집도 못 짓고, 장사도 못 한다, 환경오염에 대한 규제가 강력해져서 사람이 살기 힘들어진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 용유담이 명승으로 지정되면 댐을 건설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고, 댐이 건설되고 보상을 받기를 바라는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용유담 명승지정을 반대했습니다.

이렇게 공무원이 나서서 국민을 분열시키는 국가가 제대로 된 국가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주민들이 아름다운 자연과 고향을 등지게 만드는 것도 참 마음이 아픕니다. 그동안 군수, 도지사, 대통령, 지도자를 잘 뽑아야겠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올바른 정치를 하고, 제대로 된 행정을 하는 국가가 되어 지금 우리 세대가 제 멋대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움이 잘 보전된 자연을 대대손손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용유담이 명승으로 지정돼서 더 잘 보전이 되고 지리산댐 계획은 영원히 폐기가 되기를 간절하게 바라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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