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사랑

- 박노해

사랑하는 사람아
우리에게 겨울이 없다면
무엇으로 따뜻한 포옹이 가능하겠느냐
무엇으로 우리 서로 깊어질 수 있겠느냐

이 추운 떨림이 없다면
꽃은 무엇으로 피어나고
무슨 기운으로 향기를 낼 수 있겠느냐
나 언 눈 뜨고 그대를 기다릴 수 있겠느냐

눈보라치는 겨울밤이 없다면
추워 떠는 자의 시린 마음을 무엇으로 헤아리고
내 언 몸을 녹이는 몇 평의 따뜻한 방을 고마워하고
자기를 벗어버린 희망 하나 커 나올 수 있겠느냐

아아 겨울이 온다
추운 겨울이 온다
떨리는 겨울 사랑이 온다

추워서 떨다가
시려서 떨다가
종국에는 설렘으로 떨리는
이렇게 떨리는 겨울은
경건한 의식에 다름 아니다
늘푸른 희망에 다름 아니다
뜨거운 사랑에 다름 아니다

눈보라 몰아치는 혹한의 겨울이
사실은 봄을 잉태하고 있음을
꽃봉우리 하나 키우고 있음을
길고 긴 겨울의 자궁 속에서
다산까지 준비하고 있음을

눈발 흩날리는 동토 그 밑으로
천지는 끊임없이 소생하고 있느니

하여 새봄은 어김없이 다시 오느니
우리는 겨울을 즐길 일이다
우리는 겨울을 반길 일이다
우리는 겨울을 섬길 일이다
<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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