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이해할 수 없는 선택
현직 군수 시너지 효과 놓치고
서부경남 교두보 근거지도 잃어

2020년 총선 ‘열쇠’ 쥐고 있어
정치권 러브콜은 계속 이어질 듯

지난 6·13 지방선거 결과 경남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했다. 자유한국당은 일당 독재체제가 무너지고 궤멸하다시피 참패했다.

민주당은 경남지사를 비롯해 경남 18개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창원시·통영시·김해시·거제시·양산시·고성군·남해군 7곳에서 승리했다. 도의회는 전체 58석 가운데 민주당 34석, 한국당, 21석, 정의당 1석, 무소속 2석으로 분포되면서 다수당이 됐다.

거창·함양·산청·합천 서부경남 4곳 기초의원 지역구 선거에서도 민주당은 최초로 당선자를 배출했다. 민주당은 거창군 3석(비례 1명 포함), 함양군 3석, 산청군 1석, 합천군 3석(비례 1명 포함)의 기초의원을 당선시켰다.

민주당의 돌풍은 가히 위력적이었다. 도저히 민주당 깃발을 꼽을 수 없어 보였던 서부경남까지 지방권력을 교체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한국당 경남지사의 후보인 김태호 전 의원의 고향이 거창이고, 산청·함양·거창·합천 지역구 강석진 국회의원 당적이 한국당인 것을 고려하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 지역위원회는 치명적 실수를 범했다. 2016년 4월 재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양동인 거창군수가 지방선거를 1년 남겨 둔 시점인 지난해 7월 민주당에 전격 입당했지만, 공천이 경선으로 치러지면서 낙천해 본선에 명함조차 내밀지 못했다.

당시 서부경남에는 민주당 소속 단체장이 전무한 상태라 지역에서는 크게 고무됐고, 당원들을 모집하는데도 큰 힘이 된 것이다. 이후 2018년 1월 허기도 산청군수도 민주당에 입당함으로 서로가 상당한 파괴력을 과시할 전망이었다.

만약 양 전 군수가 민주당 공천을 받았다면 4.59% 차이로 낙선한 허기도 전 산청군수 또한 섣불리 결과를 예측할 수 없었던 상황이다. 한국당 역시, 산청·함양·거창·합천 4곳 지자체에서 가장 힘겨워 했던 양 군수가 본선조차 오르지 못하자 쾌재를 부른 상황이 연출됐다. 선거구도가 단순해지면서 고민에 빠졌던 거창군수 선거에 한 시름을 놓은 것이다.

현직 군수라는 프리미엄에다 잘 알려진 ‘양동인’ 이라는 거물을 놔두고, 다른 후보를 선택한 것은 민주당으로서는 모험이었다. 거창은 내륙지방에다 농촌지역으로 김해, 양산과는 선거구도와 전략이 판이하게 다른데 이 부분을 민주당이 간과한 것이다.

게다가 민주당 경선이 권리당원 50%, 여론조사 50%로 이뤄지다 보니 한국당의 역선택도 간과할 수 부분이다. 공천은 당연하다고 생각한 양 전 군수 측의 안일한 생각도 한 부분을 차지한 것이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창에서 양 전 군수가 민주당 공천을 받았다면 그 영향이 함양, 산청, 합천까지 이어져 더 원활한 선거전을 펼칠 수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거창·산청 2석의 단체장을 놓친 것 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으로서는 뼈아픈 실책이다.

실제 함양은 기초의원 선거 전체 9석(비례 1석 제외) 가운데 3석이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게다가 함양은 기초의원 비례대표는 49.06%라는 높은 지지율을 얻어 비례대표 또한 당선될 뻔 했다.

양동인 전 거창군수의 본선 불출마로 민주당은 산청, 함양, 거창까지 이어질 태풍을 놓친 것은 앞으로 민주당 산청·함양·거창·합천 지역위원회에서 두고두고 곱씹어봐야 할 부분이다.

한편 양 전 군수는 오는 2020년 총선을 바라보며 민주당 산청·함양·거창·합천 지역위원장에 응모했는데 여기서 제외돼 큰 충격에 빠졌다.

민주당을 위해 일해 왔지만, 민주당이 버린 카드. 양 전 군수의 고민은 당분간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020년 총선의 유력 후보이자 ‘킹메이커’가 그가 될 것은 확실하기 때문에 정치권은 러브콜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양 전 군수의 몸값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영철 기자  leeyc@seob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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