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지세가 인물보다 높아
한국당 3곳… 무소속 1곳 당선

보수의 가치 재구성하지 못하면
2020년 총선에도 영향 끼칠 듯

민선 7기 기초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을 선출하는 6월 지방선거가 끝났다. 더불어민주당은 경남 18개 시·군에 모두 후보를 냈고, 창원시·통영시·고성군·김해시·밀양시·양산시·남해군 7곳에서 승리했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로 김경수 경남지사의 당선과 함께 경남에서 보수 우위의 정치지형을 바꾸면서 자유한국당과 균형을 맞추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궤멸되다시피 처절하게 패배하면서 보수에 대한 심판이 이뤄졌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국당의 참패는 오히려 합리적 보수로 거듭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처절한 반성과 쇄신을 통해 합리적 대안정당으로 거듭난다면 새로운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6월 지방선거 이후 최대 관심사는 2020년 총선으로 이어지는 보수의 미래가 될 것이다. 국민들은 개혁적 진보와 합리적 보수를 원하고 있다. 시대 변화에 걸맞게 보수의 가치를 재구성하고 진보와 함께 양 날개를 맞추는 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도 중요한 일이다.

본지는 이에 민심이 전하는 6월 지방선거 의미를 거창·함양·산청·합천 서부경남 4개 군을 중심으로 곱씹어봤다.

민주당 거창·함양·산청·합천 군수선거서 약진

거창·함양·산청·합천 서부경남 4개 군에서도 민주당의 약진은 두드러졌다. 군수선거는 비록 한 곳도 승리하지 못했지만 평균 28.79%의 득표로 한국당 평균 44.52%에 육박했다.

2014년, 민주당이 경남에서 16곳 가운데 5곳에서 후보를 내 노무현 전 대통령 고향인 김해시 한 곳만 차지한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특히 4년 전에는 서부경남 지역에서 민주당 당적을 가진 후보를 찾을 수가 없었다. 함양과 산청은 새누리당과 무소속 양강구도였고, 거창과 합천은 새누리당 후보 한 명에 무소속 후보 두 명이 붙는 삼자구도로 전개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모든 지역에서 후보를 냈고, 상당한 파괴력을 보였다. 양강구도, 삼자구도까지 만드는데 절반은 성공했지만 뒷심 부족으로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한국당은 김태호 전 경남지사의 고향인 거창군과 보수 색이 강한 합천군, 인접지역인 산청군에서만 승리했다. 함양군은 무소속 서춘수 후보가 3전 4기만에 1.63%인 429표 차이로 경남에서 유일하게 당선됐다.

거창군수 선거는 경선 후유증이 예상됐으나 한국당 구인모 후보가 여유 있게 민주당 김기범 후보를 따돌리고 당선됐다. 무소속 안철우 후보가 약진했으나, 당선권의 표를 확보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무소속 조성진 후보는 얼굴을 알리는데 만족해야 했다.

구 후보는 거창군 부군수와 경남도 문화관광체육국장을 지낸 경력이 큰 효과를 봤다. 선거초반부터 퇴임한 거창군 공무원들이 대거 캠프로 몰려오는 등 대성고 출신들과 전임 공직자들의 도움이 컸다.

함양군수 선거는 선거 내내 한국당 진병영 후보와 무소속 서춘수 후보가 엎치락뒤치락 하면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구도였다. 결과 역시, 아슬아슬하게 서 후보의 당선으로 끝났다.

서 군수는 2010년(5회) 한나라당 군수 경선에서 패한 뒤 경남도의원을 역임하다 2011년(재선거), 2013년(재선거), 2014년(6회) 선거에서 3번 연속 낙선한 다음 3전4기만에 당선됐다. 마지막이라는 군민들의 동정표와 65세 이상 유권자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았다.

산청군수 선거는 현직인 허기도 군수의 민주당 입당으로 전 산청군수를 지낸 한국당 이재근 후보와의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경쟁으로 전개됐다. 여기에 무소속 이승화 후보가 단일화를 이뤄내면서 삼자구도로 전개되는 양상이었다.

선거 내내 간발의 차이를 오가다 이재근 군수는 허기도 후보를 4.59%표 차이로 간신히 꺾었다. 거창에도 초기에는 민주당 바람이 거세게 불었으나, 무소속 신분으로 있다 민주당에 입당한 양동인 군수가 경선에 패하면서 본선에 출마하지 못한 게 영향을 미쳤다. 선거 당시 거창·함양·산청·합천 4곳 가운데 거창과 산청군수가 민주당 소속이었으나 모두 당선되지 못했다.

합천군수는 한국당 문준희 후보가 민주당 정재영 후보를 28.85% 차이로 여유 있게 따돌리고 당선됐다. 바른미래당은 거창·함양·산청·합천 4곳 군수선거 가운데 유일하게 합천군에 공천했으나 유의미한 득표율을 확보하는 데는 실패했다.

합천은 한국당 텃밭임이 분명했다. 경선이 곧 당선이라는 성립이 아직까지 지속된 유일한 지역이었다. 그러나 이곳도 민주당 바람이 심심찮게 불고 있어 2년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는 어떤 위력을 떨치지 자못 궁금하다.

도의원 선거는 표심이 중간지대에 머물러 있어

지난 6·13 지방선거 결과 경남도의회 의석분포를 보면 전체 58석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34석(비례 3석 포함), 자유한국당 21석(비례 2석 포함), 정의당 1석(비례), 무소속 2석이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비례대표를 포함해 새누리당(한국당 전신) 50석(비례 3석),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2석(비례), 노동당 1석, 무소속 2석이었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은 2석이 모두 비례대표로 당선된 것과 비교하면 ‘상전벽해’가 된 것이다.

아쉬운 점은 경남도의회 전체 58명 의원 가운데 48명이 초선이어서 의정 경험 부족과 전문성 부족에 따른 혼선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더구나 민주당은 34명 중 재선은 2명에 불과하다.

경남도의회 선거 결과, 거창·함양·산청·합천 선거구(전체 5명, 거창은 1·2선거구) 가운데 거창과 합천에서 무소속으로 도의원 2명이 당선된 것은 주목할 만한 점이다. 4년 전, 새누리당에서 싹쓸이 한 것과 비교하면 바뀌어도 너무 많이 바뀌었다.

특히 무소속 2명의 당선은 한국당을 향해 있던 표심이 바로 민주당으로 향하기에는 아직까지는 미흡한 상황이라는 것을 직접적으로 증명한 셈이라 중간지대의 표심을 어떻게 모을지가 향후 선거에서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거창 1선거구는 무소속으로 2번이나 군의원에 당선된 강철우 후보가 도의원 역시 무소속으로 당선되는 관록을 선보였다. 무소속 강철우 후보가 38.19%를 얻었고, 한국당 박주언 후보가 35.57%, 민주당 홍정희 후보가 26.22%로 뒤를 이었다.

거창 2선거구는 한국당 김일수 후보가 65.00%를 얻어 34.99%를 획득한 민주당 이곤섭 후보를 여유 있게 따돌리고 당선됐다. 이곤섭 후보는 거창군수 경선에서 떨어진 뒤, 도의원 후보로 방향을 틀었지만 민주당 당적으로만 표를 모으기에는 아직까지 서부경남 지역은 준비가 덜 된 셈을 나타내 보였다.

함양군 도의원선거는 함양군의회 의장을 지낸 임재구 후보가 손쉽게 당선됐다. 민주당 박재용 후보는 지명도에서 임 후보에 비해서는 한참 밀렸다. 무소속 임재원 후보는 도의원 선거에 2번째 출마했지만 12.65%를 얻는데 그쳤다.

산청군 도의원선거는 한국당 박우범 후보가 재선에 성공했다. 박 후보는 50.85%로 과반수를 획득해 도의회에서도 힘이 실릴 것으로 예측된다.

합천군 도의원선거는 2014년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새누리당 류순철 후보에게 5.99% 차이로 아깝게 낙선한 김윤철 후보가 이번에는 무소속으로 당당히 당선됐다. 무소속 김윤철 후보는 43.25%를 얻었고, 뒤를 이어 한국당 이진출 후보가 35.23%, 민주당 김무만 후보가 21.50%를 얻었다.

한편 경남도의회는 한국당의 독주체제를 무너뜨린 민주당과 어떻게 합리적인 견제와 대안제시 등으로 350만 경남도민들의 진정한 대의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부경남 4개군 5명의 도의원에게 기대를 거는 이유다.

이영철 기자  leeyc@seob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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