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이 닿는다는 것은
시공이 합쳐지는 지점에
너와 내가 함께 있는 것

혜인 스님. 경남일보 소설 당선, 진주문학상 수상.

펄펄, 염천이 끓는 듯합니다. 생명 가진 것들 모두 헉헉, 가쁜 숨을 내쉽니다. 법당 앞 미니 화단에도 화초들이 축 처졌습니다. 시원한 그늘이 속히 와 닿길 기다립니다. 하지만 그늘은 당장 오지 않습니다. 해가 중천을 넘어 훌쩍 기울어야 저만치 선 큰 나무의 그늘이 닿을 겁니다.

우주 만법은 때가 있습니다. 시절인연이라고 하지요. 인연 닿음은 시간 개념 뿐 아니라 공간적 개념으로도 적용됩니다. 하므로 인연이 닿는다는 것은 시공이 합치하는 지점에 너와 내가 함께 서 있을 때 가능한 게지요. 그렇게 만난 인연이란 얼마나 숭고하고 지중한지요.

제가 명리라는 학문과 희미하게나마 조우한 것은 초등학교 3학년 때입니다. 어느 날, 아침 조회 때 선생님이 출석을 부르셨죠. 최미희! 저는 여느 때처럼 못 들은 척 했어요. 대답하기가 정말 싫었어요. 제 이름을 부르면 이상하게 몸의 기운이 쑥 빠져나가는 느낌이었거든요. 꼭 남의 옷을 빌려 입은 느낌이랄까.

어린 나이에도 이런 생각을 했어요. “이 이름은 절대 내 거 아니야.” 그리고 모든 것은 자기에게 맞는 것과 맞지 않는 것이 있다고 생각했죠. 이 막연한 생각은 사춘기 무렵부터 닥쳐온 수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조금씩 확신으로 굳어갔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의지를 굳혀도 결코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사실 앞에서 뭔가 보이지 않는 힘이 있어 그 힘이 나를 이끈다는 것을 느낀 거죠.

저의 이번 생의 미션은 ‘타인을 위해 사는 삶’입니다. 수많은 전생 업연으로 인해 제게 주어진 달란트예요. 명리는 달란트를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달란트는 한 생을 살아가는 동안 수행해야 할 미션이예요. 명리는 또 그 미션을 훌륭히 수행할 수 있는 시기와 공부하며 기다려야 할 때를 그래프로 보여주는 학문이에요.

또한 나를 알고 너를 아는 학문입니다. 나와 같지 않아서 틀린 게 아니라 내가 너와 다르듯이 너도 나와 다름을 아는 학문입니다. 저는 하고 싶은 일이 많습니다. 그 중 하나가 공감능력을 키우고 관계개선에 탁월한 효과를 가진 이 명리라는 학문을 대중화시켜서 각계에 진입시키는 일입니다.

첫째는 교육계입니다. 긍정적으로 작동만 하면 아주 큰 효과를 볼 것이라 자신합니다. 교사는 학생들 개개인의 개성을 존중하여 키워줄 것이고 학생들은 나와 다르거나 약한 아이를 왕따 시키는 일이 줄어들 것입니다.

둘째는 의료계인데 특히 산부인과가 시급합니다. 거의가 제왕절개로 출산이 이루어지는 시대에 좋은 사주를 선물하고 싶은 부모들이 출산일을 잡는 요즘, 의사들은 자기 근무시간 안에서 잡아오길 원하죠. 출근해서 미팅하고 회진이 끝난 열시부터 오후 회진 전까지입니다.

그 때 출산한 아이들은 사, 오, 미 시주를 가집니다. 어떨까요? 연월일주가 화기로 넘치는 아이들은 정말 어떨까요? 넘치는 화기로 인해 감정자제가 안됩니다. 참을성이 없는 것은 물론 분노조절도 안됩니다. 작금의 사회문제를 일으키는 불씨를 만들어내는 셈이죠.

보통 사람들은 일어나는 갈등의 원인을 밖에서 찾으려 합니다. 명리는 이렇게 외부로 향하는 판단의 촉수를 안으로 돌리는 공부입니다. 모든 것은 나로부터 시작된 일임을 스스로 자각 하는 학문입니다.

부디 일제강점기의 잘못된 교육으로 인한 명리학의 일반적인 오해에서 벗어나시기를 원합니다. 해서 내 인생의 분(分)을 알고 순행하는 길을 걷기를 바랍니다. 당신이 어려움에 봉착해서 괴로워하지 않고 행복하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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