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면한 흐름의 역사 속에서
제 역할을 다하고자 합니다

이철우 본지 회장.

길고 험난한 시간이었습니다.

신명나는 시간은 짧지만, 쫓기는 시간은 길게 느껴지는 가 봅니다. 서부경남신문에게 있어, 지난 2년은 참으로 긴 시간이었습니다. 신문창간이 쉬운 일이 아니었기에 어느 정도의 어려움은 각오했지만, 생각보다 힘들었습니다. 비굴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중에 위축되고 보호받고자하는 마음도 들 때가 없었다고 하면 솔직하지 못합니다. 처음의 기개를 꽃피우지 못하고 변절하면 비극이 됩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간다는 건 힘들게 마련입니다. 서부경남신문은 독자들에게 다소 익숙하지 않은, 행정구역이 다른 서부경남의 인접 4개 군을 비교하고 아우르는 전국 유일의 지역신문입니다. 지역민 중에는 제호만 보고 자기 지역신문이 아니라 광역신문으로 치부하는 경우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신문발행횟수가 늘어나면서 신문 잘 만든다는 평가를 받기 시작할 무렵, 경남신문이 특허심판원에 서부경남신문이란 제호가 경남신문의 상표등록과 유사하다는 이유로 등록 무효심판을 제기하였습니다. 서울대학교가 남서울대학 명칭사용에 이의를 제기했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경남을 대표하는 거대신문이 혹여나 있을지 모르는 지역적 분화를 우려한 사전 대비였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서부경남은 경남지역에서 오래전부터 관용적 지리적으로 사용되어 오고 있는 명칭입니다. 사람들이 재미삼아 던지는 돌이 개구리에게는 생명에 관련된다는 말처럼 경남신문의 심판제기는 신생신문으로서는 위축되고 신경 쓰이는 일이었습니다. 여름날 초가지붕을 다 덮을 것 같은 기세로 무섭게 뻗어나가는 박넝쿨처럼 호기롭게 달리던 신문발행에 급제동이 걸리게 되었습니다. 오랜 법리논쟁 끝에 문제없는 것으로 결론은 났지만 적지 않은 내상을 입었습니다.

신문이 소재한 공간적 특수성과 신문을 알차고 유수한 일간지처럼 잘 만든 것 때문에 치룬 값비싼 대가라고 생각됩니다. 크게 발전하기 위한 계기로 삼으라는 자극제로 생각하며 위안을 삼습니다. 변화는 인간의 방법이 끝났을 때 시작됩니다. 역사는 항상 그렇습니다. 이제 씌워졌던 멍에를 벗었으니 힘찬 발걸음을 내딛어야 합니다.

우리 사회는 무더운 날씨만큼이나 열기를 내뿜고 있습니다. 국가적으로는 경기침체, 최저임금문제, 청년일자리 창출문제, 남북문제 등이 핫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지방에서는 새로 당선된 지자체장들이 업무를 시작하면서 당선의 공로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목소리가 예사롭지 않다는 애기들이 들립니다.

면면한 역사의 흐름 속에, 언론이 제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는 독자가 많습니다. 생각은 가지고 있으면서도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태도, 누군가가 하기 시작하면 그제야 따라서 하는 정신, 큰 길 가에 달랑 휴지 한 장이 떨어져 있는 것을 보면 줍고 싶은 마음은 있어도 위선자처럼 보여질까봐 선뜻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 선도역할을 우리 신문이 해주기를 바랍니다. 공감대가 없는 시대라는 지탄이 오늘에 만연되고 있습니다만 이런 때 일수록 의식의 공감대가 곳곳에서 이뤄져야할 필요성을 느낍니다.

시대가 변하고 있습니다. 닭의 무리 속에 섞여있는 학을 바라보듯, 바른 역할을 하는 신문을 찾고 있습니다. 우리 신문은 사회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소망을 갖고 있습니다. 밝은 내일을 위한 소망은 2주년까지 여일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가야하는 길은 곧 밝은 내일을 위한 길이기 때문입니다.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 사회 저변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일은 대단히 중요한 일입니다. 사회의 어두운 면보다 밝은 면을 조명해 가되 사회발전을 위해 비판적 시각도 담아낼 것을 주문합니다. 지역이라고 좋은 것이 좋다는 식으로 얼버무려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늘 진 것과 아픔의 시간도 역사의 한부분이기에 구겨버리거나 찢어버리지 않고 새로이 조명해 나가야 합니다. 보는 신문이 아니라 읽는 신문이 되고자 합니다.

오늘 읽을거리 가득한 신문을 내놓았습니다. 신문을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속적으로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독자의 의견도 존중합니다. 더욱 알찬 서부경남신문이 되기 위해 배전의 노력을 약속드립니다.

7월의 태양은 광열합니다. 섭씨 35~6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복사열로 인한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날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작열하는 태양아래서 청포도는 익어갑니다. 독자 여러분의 가정과 직장에 알알이 익어가는 청포도처럼 건강과 행복이 주렁주렁 달리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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