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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넘은 갑질’ 거창군의회… 그래도 연극은 무대에 오른다<뉴스의 속사정> 거창국제연극제 예산삭감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2014년 국제연극제를 문화상품에서
정치적 상품으로 보면서 갈등 발생

국제연극제 예산 전액삭감 부분은
266억에 이른 경제적 파급효과와
군민과 관객들 피해는 아랑곳없이
군의회에 대한 ‘괘씸죄’로 비쳐져

연극제 취소했다 재개최한 이유는
"관객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지난달 26일 거창군의회는 제1회 추경예산안을 의결하면서 거창국제연극제 개최지원 5억원을 전액 삭감했습니다. 5억원에는 도비 2억원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말입니다. 도저히 상식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충격적인 일이 민의를 대변한다는 군의회에서 발생한 겁니다. 제대로 ‘갑(甲)질’을 한 것이죠.

앞서 거창국제연극제는 2016년부터 2년간 거창군과 갈등을 겪으면서 파행을 겪었습니다. 6월 지방선거에서 새로 당선된 구인모 거창군수가 ‘연극제의 정상화’를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그동안의 갈등과 상처가 봉합되고, 이번에는 제대로 된 연극제를 치르나 했더니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복병을 만난 격이 됐습니다.

이에 많은 독자들이 궁금해 하고, 문의도 많아 ‘거창국제연극제 5억 예산삭감’ 이라는 배경에는 무엇이 감춰있는지 <뉴스의 속사정>을 차근차근 짚어보기로 했습니다. 아울러 이 기사가 거창군민들과 연극제를 사랑하는 관람객, 참가 극단, 연극인들에게 조금이나마 치유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도 담아봅니다.

돌담극장 전경. <사진: 거창국제연극제>


공식적으로 2년, 비공식적으로 4년간의 갈등

거창국제연극제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2014년 문화관광부 축제평가단에 의해 ‘F등급’을 받으면서입니다. 당시 신·구 집행부의 갈등이 발생했고, 신 집행부는 보조금 집행 불투명을 계기로 거창군과 손을 잡았습니다.

하지만 신 집행부는 연극제 전문적인 인사들이 아니다보니 ‘피서와 공연을 함께 즐긴다’는 연극제의 콘셉트가 무너지면서 거창국제연극제가 추구하던 본질과는 거리가 멀어졌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15만~20만명을 넘나들던 연극제 관객이 2015년에는 반 토막 나면서 2년간 숨죽여 지냈던 구 집행부에 새로운 희망이 떠오르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이 꿈은 2016년 거창국제연극제 예산편성 심의 시 거창군에서 직접 시행하는 조건으로 군의회가 승인하면서 물거품이 됐습니다. 거창연극제육성진흥회에서 자체 개최하겠다는 의견을 내놓으면서 거창군은 개최를 포기한 것이죠. 국·도비 5억원을 날려버린 것입니다. 올해까지 계산하면 15억원이 날라 간 셈입니다. 대체 예산까지 포함하면 20억원을 훨씬 넘어섭니다. 군민들의 문화향유 예산인데, 이 일에 대해서는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습니다. 이 문제는 뒤에서 다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연극제의 2014년~2015년, 2016년~2017년 불화는 서로 다른 각도에서 봐야합니다. 앞서 2년은 이홍기 전 군수 때이고, 뒤에 2년은 양동인 전 군수 때의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기의 공통점은 연극제를 문화상품에서 정치적 상품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정치인들이 화려하게 돋보이게 할 수 있는 데는 거창국제연극제가 적격이었기 때문입니다. <▶관련기사: 거창국제연극제 ‘홀로서기’… 썸머페스티벌 예산 전액삭감>

결국 담당자들이 아이디어를 찾은 것이 ‘거창문화재단’을 설립해 거창국제연극제를 흡수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안은 이홍기 전 군수 때 시작해, 양동인 전 군수 때 결실을 맺었습니다. 문화재단은 지역민들의 문화복지 향상을 위해 지자체가 육성해야 할 사업 가운데 하나이며, 독자적인 영역이 구축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거창문화재단은 공무원이 버젓이 파견되어 관리하는 상태로 일반적인 문화재단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자체 사업을 추진하기 보다는 기존 문화관광과 산하 ‘거창문화센터’와 중복된 일에 거창국제연극제와 거창한마당대축제의 업무가 사실상 전부였기 때문입니다. 역사와 전통, 정체성은 무시하고 인위적으로 사람만 있으면 가능하다고 본 것입니다. 거창문화재단 설립 당위성은 옳은 일이지만, 그 방향성이 잘못된 사례인거죠.

이에 반해 연극제 측은 부산국제영화제처럼 국제적인 행사로 키우려고 하다 보니 총 예산이 10억원 이상은 필요했고, 그러다보니 정치인들에게 기댄 것이 홍역을 앓는 발단이 된 것입니다. 거창을 넘어서 ‘아시아의 아비뇽’을 꿈꾸며 전문가들의 영입과 해외 공연초청비, 개막식 창작공연 제작에 공을 들인 것이 역설적으로 화근이 된 것이죠. 공연초청비는 대략 전체 예산의 절반을 차지합니다.

제30회 거창국제연극제 개막작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사진: 거창국제연극제>

의회민주주의 폭거 “거창군민들 무시한 처사”

그럼, 지금부터는 본격적으로 거창군의회의 예산삭감에 대해 따져 보겠습니다.

거창군의회는 지난달 26일 제1회 추경예산안을 의결하면서 거창국제연극제 개최 지원 5억원을 전액 삭감했습니다.

언론보도로 본 거창군의회의 설명은 “거창연극제육성진흥회 측이 거창군과 합의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반적으로 연극제 주최·주관을 홍보하면서 예산지원에만 관심을 보여왔다”며 “그동안의 갈등과 불신이 전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예산을 지원한다는 것이 부적절 하다는 게 삭감이유다”고 밝혔습니다. <▶관련기사: 거창국제연극제 예산 5억원 전액 삭감… 연기 또는 취소 ‘위기’>

사실 거창군의회 주장이 전혀 무리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거창연극제육성진흥회 측은 7월6일 ‘드디어 제30회 거창국제연극제 정상적 개최’라는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발송하며, 예산 통과를 기정사실화했기 때문입니다.

군의회가 트집을 잡은 것은 이 부분입니다. 의회에 보고되지도 않고, 예산의결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도자료를 발송한 것은 의회를 무시한다고 본 것이죠. 특히 주최가 ‘거창군·KBS창원총국·거창연극제육성진흥회’이고, 주관이 ‘거창문화재단·거창국제연극제집행위원회’인 것을 대대적으로 문제 삼았습니다. 거창문화재단에서도 때에 맞춰 반론을 폈고요.

하지만 진흥회 측이 독자적으로 포스터부터 연극제 리플릿, 홍보와 극단 선정까지 끝냈다고 문제를 삼은 것은 고개가 갸웃거리지는 대목입니다. 행사를 주관하고 티켓 판매를 위해서는 극단 선정부터 홍보계획이 적어도 연극제 개막식 2~3개월 전에는 이미 끝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올해 연극제에서는 논의할 시간이 이미 지나버렸습니다. 프랑스 아비뇽페스티벌 같은 세계적인 축제의 경우 최소 1년 전에 준비를 마치는 실정입니다.

이 과정에는 진흥회 관계자들을 좋게 보지 않는 거창지역의 일부 언론들도 불을 붙였습니다. 계속해서 “연극제에 예산을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타격을 가한 것입니다. 진흥회 측에서 이를 해결하는 게 미흡한 것도 사실입니다. 또 적은 동네다보니 잘못된 소문은 과하게 부풀려지는 구석도 많고요. 이래저래 진흥회 측이 힘든 싸움을 벌여왔습니다.

진흥회 측은 예산삭감을 막기 위해 국회의원, 군의원들을 전방위로 만났지만 설득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나 봅니다. 군의회는 한순간도 머뭇거림 없이 30년 동안 키운 거목을 3분 만에 베어버렸습니다. 연극제 예산 5억원을 전액 삭감한 것이죠.

이로 인해 군에서는 연극제 예산을 지원할 방법을 찾을 수 없었고, 확보해 놓은 도비 2억원마저 반납하게 된 것입니다. 제2회 추경예산에서 살리는 실낱같은 희망은 있지만, 이미 실기했고, 내년도 예산안과 겹치기 때문에 좋은 방법은 아닌 것입니다. 또 군의회에서 승인해준다는 보장도 없고요.

여기서 드는 의문이 있습니다. 왜? 거창군의회는 30년의 역사를 가진 거창국제연극제를 그토록 기를 쓰고 냉대하려고 드는 것일까요?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커나갈 수 있는 공연예술제를 동네축제로 전락시키려고 한 것일까요?

적어도 거창군의회가 예산을 삭감하려고 했으면 충분히 고민했다는 흔적을 남기고 ‘조건부 예산삭감’이라는 단서를 달아야 했습니다. 이러이러한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예산을 줄 수 없고, 적어도 차기 년도부터는 이런 부분을 수정해달라고 마땅히 요구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런 점도 없이 뭉텅 예산만을, 그것도 전액 삭감한 것은 거창군민과 연극제를 관람하러 오는 10만명의 관객들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도비 2억원을 마저 날린 것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이는 직무유기입니다. 진흥회 측이 못마땅했다면 도비에 맞춰 군비 예산을 부분 삭감하는 게 맞기 때문입니다. 일종의 ‘괘씸죄’가 작용한 것입니다.

얼마나 많은 연극인들과 군민들, 관객들이 허탈에 빠졌습니까. 1년 가까이 거창국제연극제에 참가하려고 한 연극인들과 경연단체들은 얼마나 허무할까요. 더운 여름날, 연극을 보기위해 손꼽아 기다려온 관객들은 어떻게 되고요. 그렇지 않아도 지역경제가 어려운 사정이라 ‘대목’을 준비했던 지역의 상인들은 또 어떻고요. 너무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는 일부 거창군민들이 지적하다시피 ‘대의민주주의 폭거’와 다름이 없습니다. ‘완장 찬 군의원님들’께서 전혀 군민들을 고려하지 않은 거죠. 아예 무시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어떤 이는 얼마나 억울하면 “거창군민을 조롱한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겠습니까.

여기서 추가로 드는 의문은 과연 ‘전액삭감’ 이라는 ‘돌발변수’가 거창국제연극제 측만 향한 게 아닐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군 집행부를 향한 ‘힘겨루기’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갑니다. 왜냐하면 연극제 개최 일주일을 앞두고 예산을 전액 삭감한다는 것은 아무리 이해를 하려고 해도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한발 양보하더라도 ‘부분삭감’ 또는 ‘조건부 동의’가 옳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거창국제연극제 정상화’는 거창군의 주요 쟁점과제인 ‘거창교도소 부지 이전을 주민판단에 맡기겠다’는 것과 함께 구인모 신임군수의 대표공약이기 때문입니다. 또 그동안 제대로 판을 키우지 못한 연극제를 보고 싶은 군민들의 열망이 담겨있었고요.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거창군의회는 ‘폭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시계를 조그만 앞으로 돌려 보면 거창군의회 제7대 후반기 의회가 ‘거창구치소’ 해결을 위해 거창을 방문하려 한 이낙연 국무총리 방문을 이틀 앞둔 2017년 10월26일 “법조타운 조성사업을 원안대로 추진하라”며 사실상 이 총리의 방문을 막은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관련기사: 거창군의회 9명 의원들 “법조타운 원안대로 추진하라”>

당시 군의원들은 결의문에서 “법무부에서 대체부지 조사결과 이전 불가라는 통보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소모적인 논란으로 갈등의 골만 깊어지는 법조타운 추진에 대해 원안 추진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몽니를 부리면서, 결국 이 총리는 거창 방문을 접었습니다.

거창교도소와 관련해 주민들은 대체적으로 교도소를 짓더라도 부지는 옮겨야 한다는 게 중론입니다. 실제 거창교도소 예정지는 직선거리로 1.2㎞ 이내에 11개의 초·중·고 학교가 분포하고 있고, 1㎞ 이내에 현대·대우·대경·상동주공아파트가 있는 거창 최대 주거 밀집지역으로 약 1500가구가 거주하는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때 거창군의회에서 ‘몽니’를 부리지 않았다면 2014년 7월 31일 ‘학교앞 교도소 반대’ 발대식 이후, 4년 만에 거창교도소로 쌓인 군민들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거창군으로서는 두고두고 아까운 절호의 기회를 놓친 것입니다.

거창군의회의 두 번째 몽니가 거창국제연극제 예산 전액삭감입니다. 현재 거창군의회 분포는 자유한국당 6명, 민주당 3명, 무소속 2명입니다.

첫 번째로는 자유한국당 군의원 6명이 같은 당 소속인 구인모 군수와 다른 의견을 냈다는 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고요. 한국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궤멸하다시피 참패한 지경에 같은 당 소속인 군수의 주요 군정시책에 발목을 잡았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신임 군수가 처음 올린 추경예산이고, 공약사항인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두 번째로는 믿었던 시민단체를 뿌리로 하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도 한국당 의원들의 생각에 동조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의회민주주의의 폭거에 동참한 꼴이고, 시대에 역행한 격이라 이를 보는 군민들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알고 동참한 건지, 한국당에 속은 건지, 아니면 군의원의 위상을 부리고 싶었던 건지 알 수 없는 까닭입니다.

세 번째로는 연극제 예산삭감은 총무위원회에서 먼저 이뤄졌고, 따라서 본회의에서 충분히 예견됐던 사실입니다. 기립표결에서 무소속 김향란 군의원 빼고는 모두 삭감에 찬성한 거죠. 이는 의회사무과와 집행부에서 사전에 충분히 설득에 나서야 했다는 점인데,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군수 혼자 정상화만 외친 꼴이 된 것이죠. 이 부분 역시 짚어봐야 할 대목 같습니다. 신임 군수의 첫 번째 과제를 외면하고 실책했다는 것은 공무원 조직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죠. 구인모 군수로서는 이와 같은 전철을 다시는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숙제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거창국제연극제 예산 삭감에는 많은 변수가 숨겨져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모든 예산은 항상 군민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당연한 목적의식을 싹 빼버린 것이 안타깝습니다. 알력다툼에 애꿎은 군민들만 피해를 입은 건지 모르겠습니다.

울산문화예술회관의 '불매'. <사진: 거창국제연극제>

거창국제연극제를 기어코 ‘동네축제’로 만드나

거창국제연극제 예산 전액삭감과 관련해 거창에서 20년 이상 기자 생활을 하신 언론인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분께서 하시는 말씀 “거창국제연극제 브랜드 가치가 높겠냐? 거창군의회 브랜드 가치가 높겠냐?”고 대뜸 저에게 물으셨습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각자 생각하는 차이에 따라 답은 달라지겠죠. 그러나 분명한 사실 하나는 2014년 경남발전연구원과 한국공연예술컨설팅연구소의 조사결과, 거창국제연극제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총 266억에 이른다는 것입니다.

군비 3억원을 투자해 그 100배에 해당하는 300억원의 가치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지역경제에 끼치는 경제적 효과입니다. 또 6만4000여명인 거창군민의 3배에 이르는 관람객이 수승대를 찾는다는 것은 거창국제연극제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내 최고의 야외연극축제임이 틀림없는 사실이라는 점입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거창군 위천면에서 상가를 하는 한 상인은 “거창군의회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없느냐?”고 하소연했다는 점입니다. 지역경제를 살려야 할 군의회가, 오히려 지역경제를 죽인 꼴이 된 것이죠. 군의회는 귀담아 들어야 할 부분입니다.

3억원은 오페라 한 편 만드는 비용에도 턱 없이 부족한 예산입니다. 그런데 이 비용으로 연극제를 개최할 수 있고, 거창군민의 문화적 자부심을 높이고, 문화브랜드가 있다는 것은 거창군의 복이고 자랑입니다. 참고로 거창군의회 운영에는 매년 9억7651만원의 예산이 들어갑니다. 거창군민 1명당 매년 1만5425원을 부담하는 셈이지요. 앞서 브랜드 가치를 물어본 언론인에게 대한 답이기도 합니다.

아울러 거창국제연극제가 올해도 비정상적으로 치러지자 연극제의 정상화를 외치면서 사욕을 불태우는 이들도 있다는 점은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연극제의 정상화를 위해 거창군, 군의회, 시민단체, 문화단체, 언론인, 연극인들이 모여 수습대책을 세우고 바로 잡아야 한다는 거죠.

대체적으로 공통적인 것은 예산집행은 군에서 하고, 행사주관은 진흥회에 쪽에서 하라는 거죠. 여기까지는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사실 올해도 예산집행은 군, 행사주관은 진흥회 측에서 하기로 결정됐지만 군의회가 예산을 전액삭감하면서 불발에 그쳤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더 나아가 진흥회 측 인사들은 물러나고 외지에서 행사 전문인들을 불러와 제대로 된 연극제를 치러야 한다는 주장의 이면에는 “이참에 우리가 한 번 해 볼까?” 하는 사욕이 자리 잡은 것 같습니다. 아니면 사감을 가진 관계에서 진흥회 측을 공격할 구실이기도 하고요. 실제 2017년은 거창문화재단 주관으로 그렇게 행사를 치렀지만, 오명만 남기고 끝나버린 기억은 벌써 잊어버린 것 같습니다.

척박한 환경에서 30년 동안 연극제를 키워온 공로는 잊어버리고 온통 비판만 하는 것은 동네 양아치들과 다를 바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염불은 관심 없고 잿밥에만 관심 갖는 후안무치한 태도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지금 연극제 정상화라는 주장에는 이런 논리들도 스멀스멀 숨어있는 듯 합니다. 모두가 경계해야 할 지점이고, 뒤돌아봐야 할 지점입니다.

바람직한 연극제 정상화는 현실적으로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 “문화는 간섭 없이 문화인에게, 행정은 투명하게 행정가에게”라는 대원칙처럼 연극인들에게 맡겨버리는 것입니다. 둘째 거창문화재단 또는 연극제재단을 만들어 거창군에서 흡수하는 방법입니다. 3년 동안 갖다버린 15억원과 문화재단을 만들면서 소요된 비용의 일부만 하더라도 가능할지 모르겠다는 것은 저만의 생각일까요.

무엇보다도 분명한 것은 예술가는 예술가의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행정의 눈으로 보는 순간 창의성은 사라집니다. 연극, 문학, 무용, 미술, 조각 등 예술인들의 외길인생이 우리의 문화 복지를 탄탄히 살찌워 왔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의 시선으로 봐 줄 수 있는 여유가 지금 필요해 보입니다.

어설프게 연극제를 조금 안다고 “감 놔라 배 놔라”하는 것은 극히 위험스런 일입니다. 목소리 크다고 그 주장이 대세인 것처럼 굳어지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거창군에서는 더 이상 일어나지 않길 바랍니다.

끝으로 올해 연극제는 8월3일부터 12일까지 10일간 수승대 일원에서 6개국 27개 단체가 참가할 예정이었지만, 4개 단체가 참가해 조촐하게 열립니다. 다행히 같은 기간에 거창전국대학연극제가 열려 실제는 9개 팀의 공연을 보실 수 있습니다. 기간은 10일간으로 동일합니다.

특히 연극제가 사실상 취소되었다가 축소된 상태로 다시 열리게 되기까지는 참여 극단들의 자발적인 성원이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가슴을 뭉클하게 합니다. “초청비를 받지 못하더라도 관객과의 약속을 지키겠다는 것”이 올해 연극제를 다시 개최하게 된 이유입니다.

기상관측 이래 111년 만에 최고로 더운 올 여름, 거창 수승대를 찾아 연극 한 편 보면서 더위를 식히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합니다. 궁금하신 점이 어느 정도 풀어지셨는지요. 이 더위 독자님들께서도 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 추가: 기사가 나가고 나서 공공기관 관계자로부터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거창국제연극제 예산 심의과정에서 민주당 군의원들은 처음부터 삭감 반대를 했고, 한국당 군의원들은 2~3일 전에는 예산통과 찬성기류였다가 갑자기 반대로 돌아섰다고 합니다.

이 제보내용이 사실이라면 충격입니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앞장서 삭감을 주장했고, 한국당 의원들이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찬성에서 반대로 기류가 변했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를 지금 여기서는 논외로 하더라도 군민들의 공익적 이익은 없고, 개인적 이해관계가 앞서는 의회가 되서야 되겠습니까.

거창군민들과 관객들 중 거창국제연극제 개최를 반대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요. 아마 일부분은 있을지 몰라도 찬성하는 쪽이 훨씬 많을 겁니다. 군민을 대표하는 군의회로서 대의기관이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기사 본문을 수정하려다가 첨부내용으로 설명하는 게 나을 것 같아 제보내용만 추가합니다.)

이영철 기자  leeyc@seob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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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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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동조 2018-08-03 20:25:16

    군민을 위한 좋은 기사 잘 읽었습니다.

    기사에 동네 양아치 짓거리를 했다는 표현은 절절히 공감을 주는 표현이었습니다.

    기사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카톡과 페이스 북에도 공유하겠습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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