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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에 꾸민 ‘캠프 1950'… 역주행의 인생을 사는 사나이김양식 ‘캠프 1950’ 대표
  • 이은정 기자
  • 승인 2018.10.28 18:24
  • 호수 22
  • 댓글 0

거창 민들레울 성공 이끌다
김천 수도산의 곰으로 살아

운동장에는 취침용 군용텐트
바비큐 완성 6~12시간 소요

훈연향 위해 나무·불도 연구
각종 군수품은 군부대 느낌

김양식 대표가 바비큐(BBQ) 준비를 하며 미소 짓고 있다.

지난 2000년, 수려한 계곡과 자연이 어우러진 거창 남덕유산 월성계곡에서 자그마한 허브농장과 아기자기한 허브숍으로 가득 둘러싸인 ‘민들레울’이 태어났다.

달빛고운 월성계곡 강선대에 자리 잡은 민들레울은 사랑하는 가족과 연인들의 잃어버린 고운 감성을 되찾을 수 있는 고감도 감성충전소로 인기를 끌고 있는 곳. 민들레울은 1만3000여㎡ 규모의 농장에 온실과 체험장, 허브숍, 전시장, 정원, 야영장과 함께 숙박을 할 수 있는 방갈로를 만들어 향기와 감성으로 충만하다.

민들레울은 전국에서도 알아주는 허브체험 농장으로 무주, 진안, 곡성 등 마을 권역 사업팀이 방문해 벤치마킹할 정도로 유명한 곳이다. 무조리조트에서도 30분 거리밖에 되지 않아 인도 등 다른 나라의 대사관들의 주목도 받아왔다.

민들레울을 세운 김양식(62) 대표는 대구에서 살다가 무주리조트에서 스키 레슨과 펜션을 만들려고 갔는데, 1997년 아이엠에프(IMF)가 터지면서 통나무학교에서 룸메이트를 통해 허브의 세계를 알게 되어 공부했다. 그는 무주보다는 따뜻한 남쪽이 좋겠다는 생각으로 거창에 정착했다.

김 대표는 ‘민들레울’ 이라는 상호명에 대해 “민들레는 10대 허브에 드는데 씨앗을 널리 퍼뜨리는 특성이 있다. 또 울타리는 가족이라는 개념이 포함되어 있다. 그 울타리를 넘어 씨앗이 멀리 퍼지 듯 세계로 나아가자 하는 뜻에서 민들레울이라는 이름을 짓게 됐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허브로 명성을 날리게 되자 여기저기에서 러브콜이 들어왔다. 가창 허브힐즈, 달서구 이랜드, 용인 에버랜드, 곤지암랜드 등의 허브랜드 책임자가 되기도 했다. 덕평휴게소 등 고속도로 휴게소에도 3개의 매장을 열었다.

김 대표에게 있어서 ‘민들레울’은 분신이자 오랜 노력 끝에 얻은 성공의 상징인 셈이다. 그는 이곳에서 17년 동안 땅을 갈고, 심고, 키우고, 가꾸고, 연구하면서 허브의 치유력에 대해 생각하며 꿈을 향해 날아 오른 것이다.
 

지난해 6월 오픈한 바비큐(BBQ) 전문 밀리터리 오토캠핑장 ‘캠프 1950’. 이곳은 원시적 삶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최고의 휴식처다. <사진: 캠프 1950>
'캠프 1950'에;는 야전의 냄새가 물씬 배어있다. <사진: 캠프 1950>


하지만 어느 날, 그는 이곳을 딸에게 물려주고 새로운 모험을 향해 떠났다. 스스로를 ‘역주행의 사내’라고 규정한 김 대표는 김천시 대덕면에 있는 폐교된 문의초등학교(1949년 개교, 1995년 폐교) 자리에 신개념 바비큐 전문 밀리터리 오토캠핑장 ‘캠프 1950’을 지난해 6월 오픈했다.

그런데 캠프 이름이 ‘1950’이다. 그 숫자는 ‘한국전쟁 6·25’를 의미한다. 김 대표는 “한국의 삶은 아직 남북으로 갈라진 상황이라 전쟁의 상흔에서 완전하게 벗어나지 못했다. 그래서 분단적인 심성을 푸르게 지켜주고 싶었다. 그 공간이 이 캠프장이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캠핑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운동장 정면에 커다랗게 쳐져 있는 야외 텐트 위에 보닛을 떼어낸 미군 지프가 허공에 매달려 있는 게 보인다. 본부동 텐트 천장에는 카누를 비롯해 등산용 자일 등 각종 레저용품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다.

본관 앞에는 T자형 텐트기지가 구축되어 있다. 스태프들은 여기를 ‘UN 본부’라고 부른다. 운동장 왼쪽에는 수십 명이 한꺼번에 잠잘 수 있는 군용텐트 3개가 있다.

혼자만의 고적한 시간을 갖기를 원하는 이들은 간단한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는 취사장을 지나면 아까와는 또 다른 군용텐트장이 보인다. 비록 군용텐트이지만 조용하기 그지없어 혼자만의 시간을 갖거나, 가족끼리 함께 하기에는 최고의 장소다. 텐트는 숲 속에 둘러 싸여있고, 발밑으로는 수도산에서 내려온 계곡이 지나가면서 물소리를 일으킨다.

요즘 김 대표에게는 또 다른 직업이 생겼다. ‘카버(고기 썰기 전문가)’가 새로운 직업으로 그의 손에는 늘 장작, 바비큐용 집게, 칼이 주어져 있다. ‘캠프 1950’을 바비큐(BBQ)를 통해 구현해 보겠다는 야심이 가득하다.
 

드론을 띄워 공중에서 바라 본 ‘캠프 1950’의 전경. <사진: 캠프 1950>


이곳에서의 김 대표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온통 바비큐에 집중된다. 김 대표는 바비큐는 주인이 한 눈 파는 틈을 타 쉽게 변질해 버린다. 따라서 “바비큐 완성에는 우주가 통째로 동원된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가 굽는 고기는 빠르게 구워져 나오는 기존 패스트형 고기가 아니라 통고기다. 돼지 목심과 전지 1㎏는 6시간. 소고기는 12시간, 닭고기도 6시간 이상은 익혀야 한다. ‘느림의 미학’을 이 바비큐에서 볼 수 있다. 김 대표는 오랜 시간을 굽혀 나온 이 고기들을 한 점 한 점 정성스럽게 썰어 방문객들에게 내민다.

캠프장에는 60여개의 군용텐트, 100여벌의 군복, 군용박스, 위장망, 이동용 대전차 바리케이드, 앰뷸런스, 전시용 발전기, 트레일러, 전투식량인 각국 시레이션(C-Ration), 70여개의 바비큐 전문 그릴링(하부에서 화력 지원하는 방식)과 브로일링(상부에서 아래로 화력 지원하는 방식) 등을 갖추고 있다.

바비큐에는 당연히 허브가 필요하다. 거창 민들레울에는 300여종의 허브가 자란다. 그는 빵을 만들 때와 바비큐용 양념인 럽(시즈닝)을 만들 때 이 허브를 갖다 쓴다. 김 대표에게 거창과 김천을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허브인 것이다.

18년 전, ‘민들레울’에서는 재빨랐던 그가 여기에서는 흡사 한 마리 반달곰이 된 듯하다. 지리산 반달곰이 수도산에 온다면 이 모습이 아닐까 싶다.

이제야 와서 밝혀지는 비밀 하나. 폐교된 문의초등학교는 애초 이름이 ‘생각하는 섬’이었다. 그가 이 공간 문패에 ‘1950’을 삽입한 이유는 한국전쟁 당시 철저하게 파괴된 김천을 민들레꽃 같은 곳으로 김천을 위로하겠다는 결심이다.

따지고 보면 ‘민들레울’과 ‘캠프 1950’은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었던 게다. 사람에 대한 사랑, 인류에 대한 예의, 그가 추구하는 삶의 목적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모든 것을 잊고 싶을 때, 아니면 역설적으로 원시적 축제의 본능을 느끼고 싶을 때는 가족과 애인, 친구들끼리 이곳을 찾으면 된다”며 “한 끼 잘 먹고, 한 숨 잘 자고 나면 세상을 향해 살아갈 이유가 생긴다”고 호탕한 웃음을 날렸다.

캠프 문의는 010-3509-1225.

이은정 기자  newsnur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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