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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댐 20년 만에 건설 중단… 주민들 “세상을 변화시켰다”선시영 지리산댐백지화 함양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 이영철 기자
  • 승인 2019.01.12 01:29
  • 호수 23
  • 댓글 0

지리산댐백지화 함양대책위
SBS 물 환경 ‘대상’ 수상

전국 댐 반대운동 구심점 역할
정부 물 정책 변화하는데 앞장
용유담 ‘명승지정’ 의지 내비쳐

“댐에 찬성했거나, 반대했거나
모든 주민들에게 큰 상처 남겨”

지난해 11월 ‘SBS 물 환경 대상’ 시상식에서 지난 20여년간 지리산댐 건설 계획에 맞서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를 꾸준히 내어온 ‘지리산댐백지화 함양대책위원회’가 대상을 수상했다. <사진: 지리산생명연대>

환경부는 지난해 9월18일 국가 주도의 대규모 댐 건설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댐건설 장기종합계획을 사실상 백지화 한 것이다. 댐 건설 업무는 물 관리 일원화를 계기로 국토교통부에서 환경부로 넘어왔다.

환경부는 ‘댐건설장기계획’을 ‘댐관리계획’으로 개편해 댐의 효율적인 유지관리와 안정적 운영에 중점을 두기로 한 것이다. 물그릇을 늘리기보다는 물이용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2012년 댐건설장기계획에 반영된 14개 댐 가운데 원주천댐, 봉화댐을 제외한 12개 댐의 건설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12개 댐은 △지리산 함양 문정댐 △영덕 달산댐 △영양 영양댐 △김천 대덕댐 △홍천 내촌댐 △영동 상촌댐 △완주 상관댐·신촌댐·신흥댐 △평창 장전댐 △청양 지천댐 △구례 내서댐이다.

지리산댐 건설 반대운동은 지난 20년 전으로 거슬러 간다. 1999년 8월23일 지리산 시민운동가들이 <지리산을 사랑하는 열린연대>를 만들면서 시작됐다. 이어 전국의 환경운동가들이 지리산댐 백지화추진을 위해 2000년 8월30일 <지리산 살리기 국민행동>을 창립했고, 지역의 활동가들이 가세하면서 2002년 5월25일 두 단체를 통합한 <지리산생명연대>가 창립됐다.

지리산생명연대는 지난 20년간 지리산의 역사와 환경보호 운동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고, 함양·산청·남원·인월·진주 등 지리산권 지역의 시민단체들과 운동가들에게도 힘을 보탰다.

지리산댐백지화함양대책위원회(공동위원장 선시영·전성기)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11월19일 환경부와 환경운동연합, SBS가 공동주최한 ‘제10회 SBS 물 환경 대상’에서 지역주민들의 목소리를 꾸준히 내온 결과로 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20여명의 함양 주민들로 구성된 대책위가 함양군과 경남도, 수자원공사에 맞서 지리산댐 백지화 운동을 펼쳐 전례 없는 성과를 만든 것이다. 국가 주도의 대규모 댐 건설 중단 등 우리나라 물 정책을 변화시키는데 앞장서 왔다는 점에서 대상 자격을 인정받은 것이다.

특히 2002년 11월2일 창립한 <함양시민연대>가 주도되어 만들어진 <지리산댐백지화함양대책위원회>는 지역의 반대여론을 뚫고 실제 창립되기까지 도법·수경스님, 양재성·엄용식 목사, 월공 스님, 송원요 교무, 전진석·정병주 선생님, 김일수·노기환 공무원노조위원장, 정경화 함양신문 편집국장, 조재만·김정규·박한섭·임병택·양난희씨, 김경일·김혜경·김태완·양재혁 지리산생명연대 정책위원들의 공이 컸다.

이에 앞서 <함양군기독교환경연대>가 주축이 되어 1999년 9월30일 결성한 <지리산함양댐백지화대책위원회>는 당초에는 함양군 도의원, 군의원, 번영회장, 노인회장, 문화원장, 체육회장, 자연보호협의회장, 문인협회장 등이 참가하면서 전 군민들이 반대운동을 펼쳤으나, 2002년 6월 지방선거에서 무소속 천사령 군수가 당선되면서 분위기가 바뀌어졌다.

천 전 군수는 함양군의 발전을 위해서는 댐이 들어와야 한다는 강한 신념을 갖고 있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지리산댐을 반대하는 여론은 점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고, 함양군 여론도 점차 댐을 만들어야 한다는 쪽으로 강하게 바뀌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초기에 만들어진 지리산댐백지화대책위도 힘을 잃게 됐다. 선시영 지리산댐백지화함양대책위 위원장이 함양시민연대·지리산댐백지화대책위와 연을 맺은 것은 2002년 봄 무렵이다. 모두가 찬성할 때 묵묵히 제 목소리를 낸 것이다.

당시 함양시민연대는 댐 찬성 분위기 속에서 지리산 식수댐에 대한 자료를 입수해 검토한 결과, 함양읍 웅곡댐과 지리산댐을 전면 반대하기로 공식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마천면 추성마을 주민 선시영씨와 허상옥씨도 온갖 반대와 회유에도 불구하고 지리산댐을 막기 위해 온 몸을 던졌다. 당시 작은 식당을 운영하면서 댐 반대 운동에 나서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었다. 사실상 전부를 던진 셈이다. 도법 스님과 양재성 목사는 밤낮으로 마을마다 다니면서 지리산댐을 백지화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런 열정에 힘입어 함양시민연대가 앞장서 창립한 지리산댐백지화함양대책위원회도 지리산댐 수몰 예정지역 주민들이 들어오면서 점차 힘을 얻기 시작했다.

선 위원장은 처음에는 개인으로 마을주민으로 참여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더 커지는 열정과 노력이 대책위의 상징까지 맡도록 한 것이다. 선 위원장은 댐 반대운동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에 대해 “오랜 세월 친구로, 형이자 아우로 지냈던 사람들이 어느 날부터 나를 피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선시영 위원장이 물 환경 대상 시상식 ‘에코 프로포즈’를 통해 지난 20년간의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선 위원장은 물 환경 대상 시상식에서 10분간 진행된 ‘에코 프로포즈’를 통해서도 “지리산댐 건설 계획은 댐에 찬성했거나, 반대했거나, 모든 주민들에게 크나큰 상처와 피해를 남겼다”며 “이제는 과거를 잊고 새롭게 예전처럼 평화로운 공동체를 다시 만들어 나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날 시상식에 함께 참석한 전성기 대책위 공동위원장도 “그동안 지리산댐 백지화를 함께 염원해주신 많은 국민들과 주민 여러분들이 함께 받는 상이라고 생각한다. 용유담 명승지정 등 앞으로도 많은 변화가 필요한 상황에서 더 열심히 활동할 수 있는 계기를 삼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다짐은 간사단체 활동가로서 대책위 실무를 맡았던 김휘근 지리산생명연대 생태보전팀장의 의지에서도 잘 드러난다. 김 팀장은 “이런 결과가 있기까지 20년 이상 버텨온 주민들의 경험과 의지가 가장 큰 힘이 되었다”며 “소수의견에 불과했던 대책위의 활동이 결국 세상의 변화를 가져온 것처럼, 우리나라 곳곳의 가치 있는 소수의견이 빛을 보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선 위원장은 “이번 대상 수상은 지리산댐 백지화에 마침표를 찍는 것으로 볼 수 있으나, 더 확실한 마침표는 용유담 명승지정을 이뤄내는 것”이라면서 앞으로 용유담 명승지정 재논의를 위한 활동의지를 내비쳤다.

20년 간 한결같이 지리산댐 반대운동에 나선 선시영 위원장과 그의 친구들. 그의 이런 열정과 노력이 있었기에 정부 정책의 변화를 이끌어 낸 것이다. 이웃들의 찬성에도 불구하고 수몰 예정지역 주민으로서 댐 반대운동의 구심점 역할을 한 공로도 지대하다.

선 위원장은 빛나는 모습은 지금도 묵묵히 자기 할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3대 계곡인 지리산 칠선계곡과 벽송사·서암이 만나는 지점에서 여전히 그는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세월이 갈수록 더 아름다워지는 사람이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그동안 함양군 휴천면 문정리(용유담 일원)에 높이 107m, 총저수량 6700만㎥, 저수 면적 2.3㎢ 규모의 지리산댐 건설을 추진해왔다.

지리산댐은 1984년 수력발전용 댐이 처음 추진되면서 논란이 불거졌으며 1999년에 식수댐, 2000년대 들어 다목적댐과 홍수조절용 댐으로 거론되며 갈등의 진원지가 돼 왔다. 2012년 국토부는 댐 건설 장기계획을 수립하고, 이듬해 5월 총저수량 6700만톤 규모의 홍수조절용 댐을 기획했지만, 명승지인 함양 용유담이 수몰되는 등 환경 파괴 우려가 커지면서 지역 시민단체들의 반대에 부딪혀왔고, 결국 댐 건설 중단을 밝혔다.

이영철 기자  leeyc@seob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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