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산삼엑스포를 계획할 때
많은 우려 속에서 시작했으나

함양군 공무원 모두의 합심으로
11년 만에 꿈이 현실로 이뤄져

정민수 전 함양군 산삼항노화엑스포과 과장.

공무원을 시작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퇴직인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6남매를 키우기 위해 많은 고생을 하신 어머님을 모시기 위해 서울생활을 접고 고향에서 공무원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조직과 제도의 울타리 속에 갇혔다는 후회도 있었지만 민원인을 대하고 새로운 시책을 추진하며 일에 대한 보람을 느끼게 되었고, 가족같이 도와주고 배려하는 직장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그 선택이 옳았다는 소회도 남기고 싶습니다.

정년까지 정든 직원님들과 함께 하고 싶었는데 제 여건상 부득이 1년 4개월여를 남기고 떠나게 되었습니다. 뒤돌아보니 잘했던 기억은 없고 못했던 기억들만 남습니다, 다시금 시간을 돌려준다면 이렇게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게 직원님 모두에게 잘 할 수 있는데… 회한이 남습니다.

엑스포라는 무게에 짓눌리고 2018년에 반드시 국제행사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때론 자다 깨고를 반복하며 질곡의 밤을 보내야 했고, 혹여 실수가 있을까 조바심까지 앞서다 보니 제 역할을 제대로 못했던 것 같습니다. 직원님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크고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못했고 사기진작 보다는 힘든 업무만 부여하며 독촉했던 지난 일들이 제 마음의 큰 짐으로 남습니다.

모든 것이 부족한 저를 믿고 불평불만 없이 도와주신 과내 직원님들! 같이 근무했던 직원님들! 엑스포를 위해 다른 부서로 가지 않고 수년간 함께 노력해 주셨던 직원님들! 그리고 산삼축제와 엑스포 준비를 내업무같이 적극적으로 도와주신 동료 직원님 여러분! 너무고마왔습니다,

2007년 처음으로 산삼엑스포를 계획할 때 계란으로 바위 치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많은 우려 속에 시작되었으나 우리 함양군 공무원 모두가 합심하여 노력한 결과, 11년 만에 그 꿈이 현실로 다가와 새로운 역사를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행정조직이 하고자 하면 불가능은 없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오늘의 엑스포가 있기까지는 산삼정책의 지방선거 정치 쟁점화로 인한 후유증, 전국적인 언론에 회자되었던 크고 작은 사건들, 수차례 실시된 감사원과 검찰조사, 수십억 원의 손배상 소송, 공무원의 희생 등 숱한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참으로 험난하고 혹독했던 길이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안타까운 일은 2006년부터 저와 함께 산삼항노화산업을 육성해 오다 지난 2018년 1월, 과로로 쓰러져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양병호 계장님의 희생입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근무했고 민원인이나 동료직원에게 늘 모범을 보여 왔던 분이기에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노력과 희생이 있었기에 엑스포가 유치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양 계장님과 가족님들께 늘 죄스러운 마음뿐입니다. 부디 쾌유를 빕니다,

여러 선배님들께서 그러하셨듯이, 저 또한 직장에만 너무 얽매이다 보니 가족, 친지, 동료직원, 친구, 선후배님들께 할 도리도 못하고 살아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 자신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옆도 뒤도 돌아보며 제가 해야 할 도리를 다하고 싶습니다,

부족함이 많았지만 원도 한도 없이 일하고 떠나게 되었다는 생각에 모든 미련은 버릴 수 있겠지만 그러나 산적한 현안들을 두고 떠나게 되어 동료 직원님 여러분께 미안스럽다는 마음은 저버릴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군민이 군의 주인이듯 공무원 여러분이 행정조직의 주인입니다. 어느 정치인이 “정치는 생물”이라고 말 했다시피 정치는 언제나 변하지만 행정은 영원합니다. 언제 어디서 어떤 여건이 주어지더라도 올곧은 행정을 펼칠 수 있는 소신 있는 공무원이 많이 나올 때 그 조직은 흔들림 없이 경쟁력을 키워 나갈 것입니다.

저는 근무하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하는 사람이 직장동료라는 얘기를 종종 해 왔고 늘 가족같이 소중한 분들이 직장동료라는 사실을 직접 체감하면서 살아왔습니다, 제가 공직생활을 할수있었던 가장 큰 버팀목은 동료직원님 여러분이었습니다,

이제 여러분의 정든 울타리를 떠나 새로운 길을 걸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외롭고 쓸쓸한 마음이 앞을 가립니다. 여러분들과 함께 했던 소중한 추억들은 제 삶의 한 자락으로 남아 기나긴 세월을 함께 할 것입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19년 2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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