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믿고 싶었던 ‘정의’가
민낯으로 까발리지는 씁쓸함

이원우. 대중문화평론가 / 미래한국 전 편집장.

불과 올해 초까지만 해도 그의 별명은 ‘승츠비’였다. 예명인 승리와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를 조합한 별명이다. 지난 2013년 영화로도 발표된 이 작품엔 사랑하는 여자를 눈에 담기 위해 매일 밤 파티를 여는 개츠비의 화려한 파티생활이 그려진다.

승리는 몇 년 전 한 토크쇼에 나와 “이 영화에 푹 빠져 마치 개츠비처럼 화려한 파티를 자주 열었다”고 고백했다. 생일파티에 몇 억 원씩 썼다는 그의 얘기를 전해 들으며 사람들이 ‘영 앤 리치’(Young & Rich)라고 선망의 눈길을 보냈던 게 바로 얼마 전이다.

사람들은 소설 ‘위대한 개츠비’의 결말이 비극으로 끝난다는 사실은 잠시 잊었던 것 같다. 개츠비는 비참하게 죽는다. 아울러 주변 인물들의 삶도 나락으로 떨어진다. 지금 ‘승츠비’의 인생 또한 비슷한 궤적을 밟고 있다.

하룻밤에도 몇 번이나 일어나는 클럽에서의 단순폭행 에피소드로 끝날 줄 알았던 ‘버닝썬’ 사건은 대한민국의 민낯을 민망할 정도로 적나라하게 까발리며 어마어마한 스케일로 커지고 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이 사건에 대한민국의 공권력이 부패된 형태로 개입돼 있을 가능성이다.

빅뱅이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K팝 스타로 성장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국민 모두는 자랑스러움을 느꼈다. 그리고 그들의 고군분투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그 뒷면에서 ‘법 앞의 평등’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었을 줄 누가 알았을까.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한 것 같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번 사건을 조사한 뒤 ‘경찰은 믿을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관련 내용을 검찰에 직접 넘겼다. 실제로 승리를 포함한 주변인들이 그동안 저질러온 여러 가지 범행이 경찰의 배려(?)로 은폐된 정황은 여기저기서 엿보인다.

이후 승리의 사건은 가수 정준영의 몰카 촬영건으로 옮겨 붙었다. 몰카 촬영건은 새로운 불꽃을 내포하고 있는데, 그의 충격적인 카톡 내용이 핸드폰 수리기사에 의해 제보됐다는 사실이다.

이번 건만 놓고 본다면 정준영의 카톡 내용이 유출된 것은 ‘공익제보’로 봐도 좋을 것 같다. 문제는 수리기사들이 수리 과정에서 카톡 내용까지 확인하는 게 어느 정도로 일반적인가 하는 점이다. 수리기사들은 언제부터, 어느 정도로 우리의 카톡을 ‘검열’하고 있었던 걸까?

이번 사건은 우리가 믿고 싶었던 대한민국 ‘정의’의 뿌리가 생각보다 튼튼하지 못하며, 너무나 많은 불편한 작업들이 ‘몰래몰래’ 일어나고 있었다는 사실을 만천하게 까발리고 있다.

다시 개츠비 얘기로 돌아오자. 이번엔 첫 문장이다. 소설 ‘위대한 개츠비’는 이렇게 시작된다. “남을 비판하고 싶을 때면 언제든지 이 점을 명심해라. 이 세상 사람들이 모두 너처럼 유리한 위치에 놓여있지 않다는 걸.”

우리는 하늘의 별처럼 빛나던 수많은 스타들이 자신들의 ‘유리한 위치’를 얼마나 철저하게 악용했는지를 지켜보고 있다. 승리라는 이름의 스타 하나가 만든 나비효과가 우리 모두를 패배자로 만든 듯한 기분에 혀끝이 씁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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