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회 본회의에 상정조차 못해
재적과 출석의원 과반수로 확정 

범대위, 내달 2일 총회에서 결정
“5자 협의체 탈퇴방안까지 거론 

찬성 측 “12개 읍·면 전체 포함”
반대 측 “거창읍에 한정해 투표” 

주민투표 실시비용 7억3000만원
투표함개봉 1만7636명 참여해야

지난 5월 법무부, 거창군, 거창군의회, 찬반 측 대표로 구성된 ‘5자 협의체’에서 7월 이내에 거창구치소 주민투표를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사진: 거창군 자료사진>

오는 7월중 실시하기로 한 거창구치소 주민투표가 사실상 무산됐다.

지난 5월16일 경남도의 중재 아래 법무부, 거창군, 거창군의회, 찬반 측 대표로 구성된 거창법조타운 공론화 ‘5자 협의체’ 3차 회의에서는 7월 이내에 주민투표를 실시하기로 일정을 전격 합의했지만, 주민투표 실시구역을 합의하지 못해 장기간 파행이 예상된다.

특히 주민투표가 실시되기 위해서는 군수 직권 상정으로 거창군의회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과반수와 출석의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24일 열린 본회의에서 상정조차 못했기 때문이다.

다음에 열릴 거창군의회 제242회 임시회 본회의는 오는 9월19일로 예정돼 있다. 물론 이전에도 3일간 정해진 공고를 하지 않고, 당일에도 긴급사항으로 본회의를 열어 주민투표를 발의할 수 있지만 찬반 측이 첨예하게 다투는 현 시점에서는 불가할 것으로 보인다.

거창법조타운(구치소) 찬성 측은 주민투표 실시구역은 거창읍과 11개 면 등 거창군 전체 주민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반대 측은 11개 면을 제외한 거창읍에 한해서 주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는 논리로 팽팽히 맞서면서 주민투표는 불발됐다.

이는 찬반 측이 주민투표 실시구역을 12개 읍·면 전체와 거창읍 한정을 주장하는 데는 투표 실시구역 유·불리에 따른 득실 계산과 주민투표법 해석의 차이에서 비롯된 결과로 풀이된다.

주민투표 문안은 ‘거창구치소 신축사업 관련요구서 제출에 대한 의견’으로 ‘원안 요구서 제출’과 ‘관내 이전 요구서 제출’에 대해 찬반을 표시하면 된다. 투표문안의 원안, 이전 순서는 주민투표 관리규정 제8조에 따라 선관위 추첨에 따라 결정된다.

거창군은 7월중 주민투표가 사실상 무산되자 24일 군의 입장을 밝히려고 했으나, 반대(범대위) 측의 공식결과를 보고 논의하기로 연기했다. 찬성(거창법조타운) 측은 25일 오전 11시 군청 브리핑룸에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반대 측은 24일 저녁 8시부터 2시간 30분 동안 집행부 임시회의를 열었으나 잠정적인 결론은 유보했다. 오는 7월2일 범대위 전체 총회에서 주민투표 실시구역과 ‘5자 협의체’ 탈퇴 방안까지 물을 예정이다.

최민식 찬성(거창법조타운 추진위원회) 측 대표는 “지금까지 양보만 했는데 투표 실시구역을 두고 반대 측은 거창읍만 투표지역으로 하자고 마지막까지 ‘몽니’를 부린다. 11개 면민은 거창군민이 아닌가 보다. 주민투표 무산의 모든 책임은 반대 측에 있다”고 주장했다.

김홍섭 반대(학교앞교도소반대 범군민대책위원회) 측 대표는 “투표문구 등은 양측이 합의한 사항으로 주민투표가 완전히 무산된 것은 아니다. 실시구역에 대한 법률적 입장은 의뢰인에 따라 다르게 나온 것으로 최선을 다하되 충분한 검토시간이 필요하다”며 "최종 결정은 7월2일 총회에서 확정하겠다"고 강조했다.

거창군 관계자는 “지난 6월14일 행정안전부에 주민투표 실시구역을 놓고 유권해석을 한 결과 ‘주민투표법 제16조에 비추어 볼 때 특정한 지역 주민에게만 이해관계가 있는 사항으로 보기 어려움으로 거창군 전체를 대상으로 주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고 보여진다’고 했다”고 밝혔다.

한편 ‘5자 협의체’는 2018년 11월16일 1차 회의, 12월5일 2차 회의, 2019년 5월16일 3차 회의를 통해 7월 이내에 주민투표를 실시하기로 결론내고, 실시구역은 범대위 내부회의를 거쳐 재협의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주민투표 절차는 어떻게 되나

지방자치법 제14조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주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거나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결정사항 등에 대하여 주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2004년 7월말 시행된 이 법은 지금까지 총 8번 치러졌다. 가장 유명한 사례가 2011년 서울특별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다. 투표율 33.3%을 채우지 못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사퇴하기도 했다. 도내에서는 2012년 남해군이 지역 내 찬반이 첨예하게 대립했던 석탄화력발전소 유치 찬반문제를 주민투표를 통해 결정했다.

주민투표법에 근거하지 않은 ‘사설 주민투표’는 여러 차례 실시됐는데 2014년 삼척원전 유치주민투표, 2018년 제주 강정마을 주민투표는 법에 근거하지 않은 만큼 법적 구속력은 가지지 못한다.

주민투표 발의는 자치단체의 장이나 주민 또는 지방의회의 청구로 할 수 있다. 지방의회는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주민투표 실시를 청구할 수 있다. 자치단체의 장이 주민투표를 실시하고자 할 때는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투표일은 주민투표 발의일로부터 23일 이상 30일 이하의 범위 안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관할선거관리위원회와 협의하여 정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거창구치소 주민투표가 7월 중에 실시되려면 최소 7월8일까지는 발의가 돼야 하는 것이다.

주민투표 실시구역은 그 지방자치단체의 관할구역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 다만 특정한 지역 또는 주민에게만 이해관계가 있는 사항인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지방의회의 동의를 얻은 때에는 관계 시·군·구 또는 읍·면·동을 대상으로 주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 투표는 본투표 1일과 사전투표 2일을 합해 3일간 실시한다.

주민투표에 부쳐진 사항은 주민투표권자 총수 3분의 1이상의 투표와 유효투표수 과반수의 득표로 확정된다. 전체 투표수가 주민투표권자 총수의 3분의 1에 미달되는 때에는 개표를 하지 않는다. 투표결과는 3분의 1이상 투표와 과반수 득표로 확정된다.

거창구치소 주민투표 예산은 7억3000만원 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6년 총선과 함께 치러진 4·13재보궐 거창군수 선거에서 들어간 투표비용은 3억9359만원이다. 지난 1월 기준으로 거창군의 주민투표 청구권자 총수는 5만2960명. 주민투표를 실시할 경우 개표함을 열기 위해서는 1만7636명이 투표장에 나와야 한다는 계산이다.

이영철 기자  leeyc@seob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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