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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명이 주민투표 결정… 전체 거창군민 대신할 수 있나”

거창군 전역대상 주민투표 실시
총회참석 48명 중 31명이 찬성
10월 이내 실시될 것으로 예상

“공론화 후에 주민투표로 갔어야”
범대위 결정에 반발도 일고 있어

찬성, 군민들 피로감에 호기 잡아
반대, 관권개입없는 주민투표보장

1만7636명 이상 투표에 참가해야
개표함 열 수 있어… 비용은 7억

학교앞교도소반대 범군민대책위원회는 지난 2일 총회를 열어 거창구치소 주민투표 실시구역을 거창군 전 지역을 대상으로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사진: 매일경남뉴스>

거창구치소 주민투표가 거창군 전 지역을 대상으로 ‘관권개입 없는 주민투표 보장’을 조건으로 재개됐다. 시기는 추석 연휴가 지난 후 빠르면 9월, 늦어도 10월 이내에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범대위(학교앞교도소반대 범군민대책위원회)는 지난 5월 경남도의 중재 아래 법무부, 거창군, 거창군의회, 찬반 측 대표로 구성된 ‘5자 협의체’ 3차 회의에서 7월 이내에 주민투표를 실시하기로 전격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범대위가 주민투표를 11개 면을 제외한 거창읍에 한해서 실시해야 한다는 논리로 찬성 측인 거창법조타운 추진위원회와 팽팽히 맞서면서 7월 주민투표는 사실상 불발됐다.

주민투표 실시구역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자 범대위는 지난달 24일 집행부 회의를 열어 거창군 12개 읍면 전체로 할 것인지, 거창읍에 한정해 할 것인지 총회를 열어 결정하기로 했다.

이에 지난 2일 거창군보건소 2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총회에서 거창군 12개 읍면 전체 주민을 대상으로 주민투표를 실시하기로 결정하면서 실시구역에 대한 종지부를 찍었다.

총회에서는 지난 6년간 범대위에서 활동했던 집행부 임원과 그동안 교도소 반대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시민사회단체 임원과 학부모, 주민 등이 참석해 집행부에서 상정한 주민투표 실시구역을 두고 2시간 넘게 열띤 토론을 벌여 투표를 통해 결정했다.

총회에서는 주민투표에 대해 관권개입 우려도 나왔다. “주민투표를 실시하면 공무원과 이장들이 조직적으로 동원되어 관권투표 획책 가능성이 높다. 관권개입 없는 공정한 주민투표가 보장되지 않으면 수용할 수 없다”는 의견으로 지배적으로 이를 전제 조건으로 투표를 실시했다.

투표결과는 총 48명 가운데 17명이 ‘거창읍 주민투표’에 찬성했고, 31명이 ‘거창군 전 지역 투표’에 표를 던짐으로써 실시구역이 거창군 전역으로 결정됐다. 범대위는 주민투표 대응방안과 범군민 홍보 등을 위한 준비위를 이날 총회에 참석한 48명 전원으로 구성하기로 결의했다.

하지만 ‘체인지 거창’ 관계자는 “지난 6년간 교도소 반대운동에 동참한 사람이 수 천 명은 넘을 것이다. 집행부도 몇 차례 바뀌었다. 48명이 교도소를 반대하는 전체 주민들을 대신할 수 없다”며 “공론화 과정을 거친 뒤에 거창군 전역을 대상으로 주민투표 실시를 합의해야 했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범대위가 극적으로 거창군 전 지역 대상으로 주민투표 결정을 내렸지만, 과정은 결코 순탄치 만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특히 주민투표 실시구역을 두고 거창읍 한정으로 의견을 도출했다가 거창군 전체로 바뀌면서 명분은 물론 실리마저 잃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반해 찬성 측인 법조타운 추진위원회는 거창구치소 부지를 현 장소에 원안대로 유치할 수 있다는 호기를 잡았다. 찬반 갈등을 겪으면서 군민들의 피로감이 극에 달했고, 거창군 전체로 투표를 실시하면 원안대로 현 장소에 구치소를 유치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범대위는 “관권투표 감시단을 구성해 공정한 주민투표를 지향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관권개입 정황이 드러나면 고소·고발은 물론 주민투표 보이콧도 불사할 것”이라며 “적극적인 반대운동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거창군 관계자는 “공무원들은 주민투표에 대해 중립의 의무가 있다. 찬성 측이든, 반대 측이든 개입해서는 안된다”며 “주민투표법 제21조도 공무원들은 투표운동을 할 수 없게 되어 있다”고 단호히 밝혔다.

찬반 양측은 주민투표 발의일로부터 본 투표 하루 전까지는 자유롭게 투표운동을 전개할 수 있다. 성공적인 주민투표 실시와 투표율 달성여부가 공정한 투표에 달린 것이다

한편 거창구치소(법조타운) 조성사업은 거창읍 가지리 1354 일원 22만6174㎡(6만8537평) 부지에 1405억원(국비 1191억, 군비 214억)을 들여 법원, 검찰청사 이전과 함께 보호관찰소, 구치소 등을 건립하는 사업이다.

주민투표 절차는 어떻게 되나

지방자치법 제14조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주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거나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결정사항 등에 대하여 주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2004년 7월말 시행된 이 법은 지금까지 총 9번 치러졌다. 가장 유명한 사례가 2011년 서울특별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다. 투표율 33.3%을 채우지 못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사퇴하기도 했다. 도내에서는 2012년 남해군이 지역 내 찬반이 첨예하게 대립했던 석탄화력발전소 유치 찬반문제를 주민투표를 통해 부결시켰다.

주민투표법에 근거하지 않은 ‘사설 주민투표’는 여러 차례 실시됐는데 2014년 삼척원전 유치주민투표, 2018년 제주 강정마을 주민투표는 법에 근거하지 않은 만큼 법적 구속력은 가지지 못한다.

주민투표 발의는 자치단체의 장이나 주민 또는 지방의회의 청구로 할 수 있다. 지방의회는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주민투표 실시를 청구할 수 있다. 자치단체의 장이 주민투표를 실시하고자 할 때는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투표일은 주민투표 발의일로부터 23일 이상 30일 이하의 범위 안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관할선거관리위원회와 협의하여 정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거창구치소 주민투표가 7월 중에 실시되려면 최소 7월8일까지는 거창군 본회를 통과해 발의가 됐어야 한다.

다음에 열릴 거창군의회 제242회 임시회 본회의는 오는 9월19일로 예정돼 있다. 물론 이전에도 3일간 정해진 공고를 하지 않고, 당일에 긴급사항으로 본회의를 열어 주민투표를 발의할 수 있지만 찬반 양측이 첨예하게 다투는 현 시점에서는 시일에 여유를 둘 것으로 보인다.

주민투표 실시구역은 그 지방자치단체의 관할구역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 다만 특정한 지역 또는 주민에게만 이해관계가 있는 사항인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지방의회의 동의를 얻은 때에는 관계 시·군·구 또는 읍·면·동을 대상으로 주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 투표는 투표일전 5일부터 2일간 실시되는 사전투표와 본투표를 합해 3일간 실시한다.

주민투표 문구는 찬반 양측이 합의한 바 있다. 문안은 <거창구치소 신축사업 관련요구서 제출에 대한 의견>으로 ‘원안 요구서 제출’과 ‘관내 이전 요구서 제출’에 대해 찬반을 표시하면 된다. 투표문안의 원안, 이전 순서는 주민투표 관리규정 제8조에 따라 선관위 추첨에 따라 결정된다.

주민투표에 부쳐진 사항은 주민투표권자 총수 3분의 1이상의 투표와 유효투표수 과반수의 득표로 확정된다. 전체 투표수가 주민투표권자 총수의 3분의 1에 미달되는 때에는 개표를 하지 않는다. 투표결과는 3분의 1이상 투표와 과반수 득표로 확정된다.

거창구치소 주민투표 예산은 7억3000만원 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6년 총선과 함께 치러진 4·13재보궐 거창군수 선거에서 들어간 투표비용은 3억9359만원이다. 지난 1월 기준으로 거창군의 주민투표 청구권자 총수는 5만2960명. 주민투표 개표함을 열기 위해서는 1만7636명이 투표장에 나와야 한다는 계산이다.

이영철 기자  leeyc@seob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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