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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제 사라진 수승대 "정녕, 보기 좋으신가?"
  • 서부경남신문
  • 승인 2019.07.12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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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연극제의 해법은 간단하다
상표권을 돈주고 살 필요 없이
‘팔 길이 원칙’으로 해결해야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으면 된다

입으로는 군민 외치지만
연극에의 애정은 관심 없어 보여

올해 거창국제연극제 무산은
지나친 간섭이 빚어낸 결과물

2017년 거창군이 주관한 '거창한여름연극제'(사진 윗쪽)와 거창연극학교에서 열린 '거창국제연극제'(아래쪽). <사진: 서부경남신문>

지난 2017년 여름 거창연극제와 거창한 여름연극제가 동시에 개최됐을 때 결과는 크게 대비됐다. 군에서 주관한 거창한 여름연극제는 수승대에서 개최됐음에도 불구하고 개막식 외에는 관객들보다는 빈자리가 훨씬 많을 만큼 한산했다. 반대로 거창연극학교에 임시무대를 만들어 열린 거창연극제는 연일 만석을 이루며 성황을 이뤘다. 좁은 공간은 비가 쏟아지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저녁마다 연극을 보기 위해 찾은 관객들로 북적였다.

긴 시간 다른 지역보다 연극을 가까이서 즐길 수 있었던 환경이 어디 쪽의 연극제가 더 나은지 판별할 수 있게 만든 것이었다. 비록 허름해도 오랜 시간 함께해온 기존의 요리사가 있는 식당을 찾은 격이었다. 건물은 그대로지만 요리사가 바뀐 식당을 외면한 것과 같았다. 비록 규모는 작지만 30년간 불모지에서 만들어 온 연극인들의 행사가, 아무리 좋은 공간에서 할지라도 군청에서 만든 연극제보다는 낫다는 것을 체험적으로 알고 있었다.

2017년 두 개로 갈린 연극제는 군에서 상표권을 매입해 개최하려는 행사의 미래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게 했다. 군청에서 준비한 연극제는 당시 상표권 문제로 이름을 바꾸고 하느라 세금만 낭비했을 뿐 정작 지역민들과 연극애호가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당시 거창군에 고용돼 연극제를 준비한 연극 관계자들은 지금 남아 있지도 않다.

외지에서 거창하면 떠오르는 것은 거창연극제와 거창양민학살 사건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옛 시절의 어두운 그림자보다는 문화예술의 역동성이 더 마음을 사로잡게 만들었다. 수려한 공간에서 펼쳐지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야외극의 매력은 거창연극제의 가치를 높였다. 관객들의 수준 역시 서울 대학로에 뒤지지 않았다. 진지하면서도 배우들의 연기에 쉽게 동화돼 바로바로 호응해 주는 관객들에 배우들은 최고의 관객들이라는 찬사를 잊지 않았다.

상표권 문제를 놓고 소송까지 가는 거창연극제의 모습을 보면 안타까움이 앞선다. 쌓기는 힘들어도 무너지기는 쉬운 공든 탑을 매년 쓰러뜨리는 것 같아서다. 사실 처음부터 상표권을 사고판다는 발상 자체가 무리였다.

과정을 살펴보니, 여러 이유를 들어 군의회가 거창군이 직접 주관하는 조건으로만 예산을 지원할 수 있다고 했던 것이 시작이었다. 이를 받아 거창군도 직접 주관하려고 한 것이다. 부대조건을 달아 지원할 수 있었던 2018년도에는 군의회가 추경 예산을 끝내 막으면서 연극제는 더욱 초라해졌다. 그럼에도 수승대를 찾은 관객들은 좌석을 빼곡하게 메우고 연극에 대한 감흥을 찾아 웃고 즐겼다. 군민들의 마음을 거창군의회가 제대로 알지 못한 결과였다.

문화예술에서 중요한 것은 지원을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팔 길이 원칙’이다. 문화는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행정은 지원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게 흔들리면 배가 산으로 가는 형국이 된다. 지금 거창연극제가 무너지고 있는 것은 이 원칙이 훼손된 데 있다. 문화예술에 거창군 의회와 군청의 지나친 간섭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지원은 하되 간섭 않는 원칙 지켜야

지난해 수승대에서 개최된 거창국제연극제. <사진: 서부경남신문>

거창연극제 측의 보조금 사용 투명성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감사와 고발이 이어졌음에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고 무혐의가 나왔다는 것에 대해서는 다들 아무런 반박도 못하고 있다. 보조금 문제가 있었다면 관리감독을 담당했던 공무원들이 징계와 처벌이 있어야 하는데 고작 훈계 정도로 징계가 이뤄졌을 뿐 승진에 지장이 없었다는 것은 어떻게 봐야할 것인가? 거창연극제 측은 “시기하는 세력의 모함이며 가짜뉴스”라고 분개하고 있다.

거창연극제의 해법은 간단하다. 굳이 비싼 돈을 들여 상표권을 사고 팔 필요가 없다. 지원을 하고 간섭하지 않되 세금으로 지원된 부분에 대해서는 철저히 관리감독을 하면 될 일이다. 군청 담당자들이 재정 지출을 직접 관리하거나 담당 공무원을 파견해서 보조금을 관리하면 되는 것이고, 문제가 생긴다면 쇄신책을 요구하면 된다.

굳이 민간이 성장시켜 놓은 연극제를 일부러 ‘관변연극제’로 만들 필요가 없는 것이다. 관변연극제로 바뀌는 순간 2017년 두 개의 연극제가 열렸을 때처럼 연극은 이어지겠지만 지금껏 이어온 특성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 30년의 역사를 모르는 사람들이 공연을 준비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한껏 높아진 군민들의 눈높이를 맞추기는 어렵다. 예산을 쏟아 부으면 되겠지만 그럴 거면 기존에 해 오던 연극인들이 하는 게 더 효율적이다.

30년 성과는 무시한 채 거창국제연극제가 예전만큼의 가치가 남아있는지도 의문이라며 상표권 주장을 철회하라는 일부의 주장도 방향을 제대로 못 잡기는 마찬가지다. 입으로는 군민을 외치지만 정작 군민들의 문화향유와 연극에 대한 애정에는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문화예술을 딴따라 취급하며 무시하던 옛 시대의 발상도 일부분 엿보인다. 30년 동안 애 쓴 노력은 인정할 가치가 없다는 것일까?

올해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칸국제영화제는 프랑스 정부가 막대한 정부 예산을 지원한다. 하지만 프랑스 국민의 것이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수백억 정부 지원으로 컸다는 생색조차 내지 않는다. 영화인들이 운영해서 키운 행사에 정부의 지원은 당연한 것이지 그것을 지분으로 인식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 우뚝 선 문화강국으로서의 자랑으로만 생각한다. 그 프랑스는 세계적인 아비뇽연극제도 갖고 있다.

30년 동안 행사를 이어오면서 노쇠해진 것은 거창연극제가 책임감을 가져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이제라도 세대교체를 통해 새로운 젊은 피들이 거창 연극의 전통을 이어갈 수 있게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건 연극제의 몫이고, 이를 뒤에서 지원하는 게 군청과 군의회의 몫이다. 민간이 발전시켜 온 영역을 관청에서 간섭하면 안 된다는 의미다. 옛말에 동냥은 못 줘도 쪽박은 깨지 말라고 했다.

지역주민들은 올 여름 연극이 사라진 수승대를 걱정하고 있는 듯한데, 말로만 군민을 강조하는 정치인들의 눈에는 그 근심이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그런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이런 꼴로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책임감조차 없는 무능한 태도가 씁쓸하다. 군수와 군의원들에게 묻고 싶다. 연극제가 사라진 수승대의 모습이 정녕 보기 좋으신가?

/오마이뉴스=성하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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