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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의 도시, 지원은 없다… 5년간 연극제 군비지원 3억

2015년 이후로 보조금 끊겨
경제적 파급효과 아랑곳없어

4년간 국·도비 20억원 못 받아
감사 받을 정도로 중요한 부분

수승대 찾는 발걸음 절반 줄어
군민 문화향유권 통째로 박탈

연극제 무산은 거창군·군의회
지나친 간섭이 빚어낸 결과물

국내 최고의 야외연극축제로 명성을 날리던 거창국제연극제가 몰락하게 된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연극도시’라고 불리던 거창군의 명성에 걸맞지 않은 초라한 모습이다.

원인은 보조금 지원 금액에서 그 단초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5년간 거창국제연극제에 지원된 군비는 3억원에 지나지 않는다. 국·도비를 합해도 지원 금액은 8억원. 이 금액도 2015년 한 해만 지원됐고,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간은 보조금 지원이 아예 없다.

이는 지금까지 거창군이 ‘교육도시·연극도시’를 내세우며 ‘문화예술도시’라는 브랜드를 쌓아왔지만 안으로는 한 축인 연극도시를 포기한 것과 다름 아닌 것이다. 거창군이 연극을 통해서 벌어들이는 경제적 파급효과와 군민들의 호응과도 정반대로 간 것이다.

이런 사정이다 보니 국민 피서지로 불리던 ‘명승 수승대’는 피서철에도 불구하고 성수기 일정기간을 제외하면 텅 빈 모습이다. 올해 거창국제연극제를 대신해 거창전국대학연극제가 지난 3일부터 9일까지 7일간 열렸지만 상인들은 “피서객을 제외하고는 연극을 보기 위해 수승대를 찾는 이는 예년의 반의반도 되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가장 많은 피서객이 몰렸던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하루 평균 차량은 800~1000대 가량, 피서객은 3000여명이 몰렸지만, 거창국제연극제가 왕성하던 시기와 비교하면 이마저도 30~50% 수준에 불과하다. 피서객과 연극제를 찾는 관람객이 확실히 구별되면서 상인들과 민박업소가 입는 타격은 불가피한 실정이었다.

가장 최근 조사인 2014년 거창국제연극제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경남발전연구원과 한국공연예술컨설팅연구소의 조사결과 266억원으로 집계됐다. 유료관객 1만2885명, 무료관객 11만4380명 등 총 12만7265명이 찾은 결과물이다.

이뿐인가. 방송, 신문, 라디오, 잡지, 인터뷰 등 연극제를 통해 ‘거창’이라는 지명이 전국적으로 홍보되는 것을 포함하면 파급효과는 더 커질 것이 뻔한 사실이다.

하지만 거창국제연극제·거창전국대학연극제·거창겨울연극제까지 포함해도 지난 5년간 국비와 도비를 제외한 순수 군비 지원규모는 3억5664만원에 지나지 않았다.

연도별·항목별로 살펴보면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거창국제연극제에 투입된 보조금 지원현황은 2015년(27회) 군비 3억원, 도비 2억원, 국비 3억원 이외에는 단 한 푼도 지원되지 않았다.

보조금을 사계절 연극도시를 표방한 거창전국대학연극제와 거창겨울연극제로 확대해 보아도 마찬가지다. 거창전국대학연극제는 2015년(10회) 1964만원을 지원받은 것을 마지막으로 보조금 지원이 끊겼다.

서부경남을 포함해 전국의 초·중·고 학생들이 참여하는 거창겨울연극제는 2015년(23회) 1700만원, 2018년 2000만원이 지원된 것이 전부다. 거창군이 ‘문화도시’ ‘연극도시’를 표방하며 홍보했지만 실제 보조금이 집행된 것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특히 문제점은 거창국제연극제가 2016년(28회) 거창군의회에서 보조금 지원을 삭감하면서 매칭으로 붙는 국비 3억원, 도비 2억원을 이후 4년간 받지 못했다. 총 20억원의 국·도비까지 받지 못한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이에 대해 책임지는 곳은 아무도 없어 사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더구나 지난 2017년 10월 거창군이 추진한 ‘수승대관광지 친자연 녹색화계획’ 사업은 사실상 무산됐다. 수승대 내에 있는 은하리마을 이전 46억원을 포함해 총 757억원이 책정된 이 사업은 4건(4억원)을 제외하고는 13건(720억원) 장기검토 사업으로 변경되면서 진행이 어렵게 됐다.

이는 거창국제연극제가 부활하지 않으면 사실상 수승대와 월성권역을 발전시키고 지역 상권을 활성화시키기 어렵다는 결론에 부딪힌 것이다.

지난 3일 수승대 수변무대(무지개극장)에서 열린 찾아가는 문화나눔 '와우(WOW)밴드' 공연에 모인 관람객들의 모습. 이날은 8월 첫째 주 토요일로 여름휴가의 절정을 이룬 날이다. 하지만 피서객들의 모습은 어딘가 한산해 보인다. <사진: 거창군>
거창국제연극제 무지개극장에 모인 관객들의 모습. 제20회 거창국제연극제는 처음으로 관람객 수가 20만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6만4000여명인 거창군 인구의 3배다. 이 시기에는 8월 첫째 주 토요일 무렵은 마리면 삼거리부터 교통체증이 발생해 수승대까지 오려면 1시간 넘게 걸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사진을 보면 올해와 크게 비교된다. <사진: 거창국제연극제>

◇거창국제연극제 어디서부터 틀어졌나= 거창국제연극제의 파행은 2014년 문화관광부 축제평가단에 의해 ‘F등급’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당시 신·구 집행부의 극심한 갈등으로 15~20만명을 넘나들던 연극제 관객이 2015년 반 토막 나면서 퇴보가 어느 정도 예견됐다.

2016년은 거창군이 “거창국제연극제 상표권을 거창군에 양도 및 공증할 것”을 요구하면서 무산됐다. 또 군이 ‘거창국제연극제 상표권’을 진흥회 측과 상의 없이 독자적으로 출원하려는 것이 알려지면서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같은 해 3월 공식출범한 거창문화재단이 연극제를 주최하고, 집행위원회는 주관만 하기로 합의하면서 공동으로 개최될 듯 했지만, 끝내 거창국제연극제는 군의 예산지원 없이 진흥회 독자적으로 치러졌다.

2017년은 거창군이 ‘거창썸머페스티벌’로, 집행위원회가 ‘거창국제연극제’로 같은 시기에 각각 다른 장소에서 ‘반쪽짜리’ 행사로 열리며 최악의 연극제라는 오명을 남겼다.

당시 군은 ‘거창한여름연극제’로 시작했지만 ‘부정경쟁행위금지 등 가처분’ 소송에서 패소해 ‘거창썸머페스티벌’로 명칭을 변경했다. 이 축제는 문화관광부에서 정통성을 인정받지 못해 국·도비를 지원받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진흥회에서 개최한 거창국제연극제도 군비 매칭이 되지 않아 국·도비에서 자연스럽게 탈락됐다.

2017년은 거창국제연극제를 대신해 거창군이 수승대에서 개최한 ‘거창썸머페스티벌’ 예산 8억원이 전액 군비로 집행된 1회성 예산이고, 연극제 예산은 아니라 집계에서 빠졌다. 이때 ‘거창국제연극제’는 수승대에서 쫓겨나 위천면 모동마을에 있는 ‘거창연극학교’에서 독자적으로 열렸다.

2018년은 거창썸머페스티벌 예산 7억9740만원이 거창군의회에서 전액 삭감됐고, 6월 지방선거에서 구인모 군수가 당선되면서 예산지원 없이 행사장만 승인받은 채 수승대에서 진흥회 단독 주최로 조촐하게 열렸다.

2019년은 거창군과 진흥회가 거창국제연극제의 정상화를 위해 연극제 상표권을 군으로 이전하기로 합의하고 기자회견까지 마쳤지만, 상표권 매입 값과 관련 양측의 입장 차가 크게 나면서 30년 동안 이어온 연극제가 아예 무산됐다.

군이 선임한 전문가 평가팀 감정가는 11억261만원, 진흥회가 선임한 평가팀 감정가는 26억3705만원. 산술평균금액은 18억6983만원이지만 거창군의회가 상표권 매입 값으로 내심 추정한 액수 5억원을 넘으면서 ‘소송전’에 돌입했다.

그러나 이번 일은 거창군과 군의회, 집행위 측 모두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거창국제연극제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화상품이고, 군민들의 문화적 향수를 위해서도 1년 정도 타협안을 두고서라도 연극제 개최가 우선이어야 했음에도 이를 뒷전에 둔 까닭이다.

거창국제연극제가 열리지 못함으로 해서 가장 큰 피해자는 군민들과 연극 관람객들의 몫으로 남게 됐다. 상표권 매입이 불가했다면 다른 방안들을 찾아서라도 연극제를 열기 위한 난제를 해결했어야 했는데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거창국제연극제와 가장 경쟁관계에 있는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가 주춤한 사이 틈새를 벌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스스로 포기하고 몰락의 길을 자초했기 때문이다.

◇거창국제연극제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거창군이 올해 상표권을 매입하기로 하면서 선임한 전문가 평가팀의 감정가는 11억261만원. 이는 거창국제연극제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61억55만원으로 계산했고, 연극제 집행위원회의 기여도는 18%로 산출한 값이다. 군이 계산한 경제적 파급효과에는 무료관람객은 제외시켰다.

반면 거창국제연극제가 선임한 전문가 평가팀 감정가는 26억3705만원으로 산출됐다. 연극제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219억7542만원으로 잡았고, 집행위원회의 기여도 값을 12%로 산출했다. 집행위원회가 추산한 경제적 파급효과에는 무료관람객이 포함됐다.

논란이 되고 있는 관람객 수는 양측이 제시한 관람객 기준에 따라 대략 6배 가량 차이난다. 거창군은 유료관람객 2~3만명만 포함했고, 진흥회는 무료관람객 13~17만명도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가장 최근에 파악된 공공기관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얼마일까. 지난 2014년 경남발전연구원과 한국공연예술컨설팅연구소의 조사 결과, 거창의 경제 효과는 입장료·주차료 등 직접 수입은 1억8000여만원에 불과하지만, 숙박·음식 등 관련 수입을 감안하면 모두 266억원 정도의 파급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어도 매년 200억원 안팎의 경제적 효과를 가져 온다는 것이다.

여기에 연극제가 파행을 겪는 5년 동안 국·도비 예산 20억원도 받지 못했다. 특히 예산지원을 받은 2014년을 제외하고 4년간만 환산해도 경제적 파급효과의 손실은 1000억원에 이를지 모른다. 감사원의 감사를 받아야 할지도 모르는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국·도비 예산 20억원은 거창군과 거창군의회, 연극제에 관여해 온 일부 단체들까지 헤게모니 다툼으로 변질되면서 고스란히 날렸고, 올해 거창국제연극제 개최가 무산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된 것이다. 군민들의 문화향유권을 박탈했다는 점에 대해 거창군과 군의회, 진흥회는 물론 시민단체들마저 모두 새겨들어야 할 부분이다.

거창읍 대평리에 사는 윤병찬(55)씨는 “친분을 매개로 내 편, 네 편 편가름이 아닌 전체를 보고 어떻게 매듭짓는 것이 거창군에 이익이 될지를 따져보는 지혜가 필요하다”며 “군민들 눈에는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지고 있다는 점도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2013년 제25회 거창국제연극제 개막작인 '100인의 햄릿'. 수승대 무지개극장 맞은 편에 무대를 세워 자연과 사람과 연극이 하나 된 모습을 연출했다. <사진: 거창국제연극제>

◇연극제 사라진 수승대 보기 좋으신가= 올해 거창국제연극제가 열리지 않는 자리를 대신해 거창전국대학연극제가 열렸다. 당초 거창전국대학연극제는 위천면 모동에 위치한 거창연극학교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위천면 주민들과 상인들의 강력한 요구로 수승대에서 개최됐다.

하지만 전혀 홍보도 없이 이루어진 대학극이다 보니 전반적으로 공연을 찾는 관객들의 발길이 줄어들었다.

대를 이어 50년 동안 수승대에서 수승식당을 운영하는 신주범(53)씨는 “연극제 개막식에만 항상 비빔밥 300그릇을 준비했는데 올해는 한 그릇도 준비 못했다”며 “다른 지자체는 없는 관광 상품도 만들어 내놓는데 그동안 진행되던 연극제를 안 하면서 지역 상권을 죽이는 것 그 자체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신 씨는 “연극제가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거창군과 거창군의회에 있다”며 “줄 사람은 생각도 안하는데 자기들 입맛대로 연극제를 요리하려고 고집을 피우다 이렇게 된 것”이라고 싸잡아 비난했다.

또 다른 식당 주인도 “예년보다 손님이 줄어든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관광객 유입정책이 없고, 수승대 내에 편안히 쉴 시설과 공간이 없다보니 관광객들이 점점 외면하는 것 같다”고 에둘러 말했다. 이는 ‘수승대관광지 친자연 녹색화계획’이 무산된 것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10년 넘게 거창국제연극제 자원봉사를 해오던 이는 “30년 동안 잘하던 연극제를 왜 안하느냐. 외부에서 거창하면 떠올리는 것이 연극제인데 거창군과 거창군의회는 대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울먹였다.

거창국제연극제로 인해 ‘연극도시’라는 명칭을 얻은 거창군에는 옛 위천중학교 자리에 연극고등학교가 내년에 개교될 예정이다. 연극제가 아니었다면 생각지도 못할 일이다. 밀양·거제·진해로 갈 수도 있는 학교가 거창으로 온 것이다.

또 위천면 황산마을이 2013년 경남에서 두 번째로 전국에서 ‘아름다운 마을 7호’로 선정된 이유 중 하나도 연극제와의 시너지 효과 덕분이다. 사업비 50억원을 전액 국비로 지원받았다.

게다가 2005년에는 거창국제연극제와 연계한 문화타운 조성사업으로 거창군이 108억원을 지원받아 강남권 지역균형 개발 사업비로 집행했다. 앞서 2001년에는 거창국제연극제 문화관광 상품화 성공으로 담당 공무원이 국무총리 포상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거창국제연극제가 거창군의 효도 문화관광 상품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럼, 이처럼 초라한 모습으로 변질된 거창국제연극제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살릴 수 있는 방안은 분명 있다.

문화예술에서 중요한 것은 지원을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팔 길이 원칙’에 따르면 된다. 문화는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행정은 지원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게 흔들리면 배가 산으로 가는 형국이 된다.

지금 거창연극제가 무너지고 있는 것은 이 원칙이 훼손된 데 있다. 문화예술에 거창군의회와 군청의 지나친 간섭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이 원칙만 지킨다면 거창국제연극제는 예전의 그 화려한 명성을 분명 되찾을 수 있다. 비가 쏟아지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저녁마다 연극을 보기 위해 수승대는 관객들로 북적였다. 이 광경을 한번이라도 봤다면 결코 거창국제연극제를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거창국제연극제는 거창을 대표하고, 거창 지역경제를 살찌우고, 거창 사람들의 문화적 자부심이다.” 거창군민들과 관객들의 이 외침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 이 기사는 서부경남신문·서경신문·거창한뉴스 3사(社)가 풀취재(POOL·공동취재)를 통해 작성한 내용임을 밝힙니다.

특별취재팀  newsnur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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