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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군에 보내고
  • 서부경남신문
  • 승인 2019.10.15 14:04
  • 호수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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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애 산청 송강마을 거주, 산청글쓰기모임 '까르페디엠' 회원.

아들이 군대를 가게 되었다. 언젠가는 다녀오리라 생각을 했지만 그 시간이 이렇게 빨리 다가올 줄은 몰랐다. 아들은 아침잠이 많아 중학교 때부터 학교에 지각하는 일이 많았다 그런 아이가 군대라는 단체생활에 잘 적응하며 지낼지도 걱정이었다. 군대를 다녀오면 어른스러워진다는데 한편으로는 아들에게 어떤 변화가 올지 살짝 기대도 되었다.

아들이 입대하던 날은 아침부터 비가 많이도 내렸다. 이제부터 2년 가까이 만남도 통화도 많이 참아야 하는 곳에 보내야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논산에 들어서는 순간 철망으로 빙 둘러있는 높은 담벼락과 마주했다. 그곳의 내부는 삭막하기 그지없을 거라는 상상의 나래만 펼칠 뿐이었다. 밥을 먹고 논산훈련소 입구에 도착했을 때 무언가를 파는 자판대가 보여 가까이 가봤다. 방수시계, 편지지와 우표, 두꺼운 깔창 등의 물건이 놓여 있었다. 훈련 받다보면 평소보다 많이 걷게 되고 물집이 생겨 고생할지 모른다는 말에 상술인줄 알면서도 깔창을 구입하고 말았다.

논산훈련소 안으로 걸어가는데 유별스럽게 부는 바람을 맞으며 점점 이별의 시간이 다가오는 걸 느꼈다. 짧게 깎은 머리를 한 또 다른 아들들이 여기저기서 모여들었다. 마지막으로 걸어 들어가는 아들의 뒷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큰소리로 아들의 이름을 외쳤다. 한번이라도 더 아들의 모습을 기억하고 싶었다. 아들은 엄마 마음을 알기라도 하는 듯 뒤돌아보며 웃음으로 답해주었다.

일주일의 시간이 흐른 뒤 군대홈페이지를 통해 편지를 쓸 수 있었다. 연애편지를 쓰는 설레는 마음으로 쓰고 지우기를 반복했다. 잘 지내고 있을 거라는 위안의 한 마디가 마음속에서 나를 채찍질하듯 독려했다. 음식은 입에 맞는지, 잠자리는 괜찮은지, 낯선 동료들과는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한 것들이 많아 머릿속은 정리되지 않은 냉장고속처럼 혼란스러웠다. 한편으로 엄마의 편지가 훈련받느라 고단한 아들의 하루에 단비 같은 쉼표가 되었으면 했다.

입대하고 열흘 뒤 입고 갔던 옷과 신발이 든 택배를 받는 순간 새삼스레 아들의 부재를 실감했고 눈물은 헤프게도 흘러내렸다. 아들은 자신의 안부를 전하고자 편지 한 장에 콩나물시루처럼 작은 글씨들을 빽빽하게도 적어 넣어 살짝 미소 짓게 했다. 훈련받느라 그을린 얼굴, 군복을 입고 베레모를 눌러쓴 사진 속의 아들은 ‘엄마 잘 지내고 있어요. 걱정 마세요’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만 같았다.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남자라면 군대를 다녀와야 한다. 과연 모든 남자에게 군대는 의무일까? 연예인이나 사회적으로 저명하다는 이들의 아들은 군대를 가지 않으려고 편법을 자행하다 결국에는 들통이 나서 망신을 당하기도 한다. 어떤 가수는 이중국적을 가지고 있다가 군대는 꼭 다녀온다고 국민 앞에 약속하더니 돌연 출국하여 한국국적을 포기했다. 그는 지금까지도 도덕적으로 지탄을 받고 있다.

한편으로는 사상적, 종교적 이유로 법정투쟁을 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군대는 선택되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군대가 의무가 아닌 선택으로 결정되면 군대를 자발적으로 가려고 하는 이가 많지는 않을 것이다. 분단된 우리나라처럼 특수한 경우 의무적일 수밖에 없고 강제성이 부여되는 이유다. 군대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문화생활의 자유마저 상대적으로 적어지는 곳이라 가기를 주저하는 젊은이들이 많다. 군대생활을 하고 있는 군인들의 의견을 많이 수렴하여 개선한다면 국방의 의무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풍토로 바뀌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TV 뉴스를 볼 때마다 군대에 관한 기사가 자주 등장한다. 따돌림, 폭력, 구타로 인해 사망했다는 기사를 들을 때마다 군인아들을 둔 부모로서 남의 일 같지 않아 마음이 더 아팠다. 자주 연락할 수도 없고, 보고 싶을 때 마음대로 보러 가지도 못하는 곳이라 전역을 할 때까지 마음을 놓을 수가 없어 더 그렇다. 아들을 군대에 보낸 어머니는 간절함을 담아 자식의 안위를 위해 하루하루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지낸다.

서부경남신문  newsnur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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