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범 경제학 박사.

가끔 거창을 떠나 하루 종일 서울 출장을 다녀올 때면 씨악실 모퉁이만 돌아서도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낀다. 이런 마음은 거창 사람이라면 한번 씩 느껴본 감정일 것이다.

그런데 요즈음 거창읍 로터리를 접어들면 공기가 예전과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거창에 들어서려고 하는 교도소 문제로 ‘이전찬성’과 ‘원안찬성’으로 양분되어 서로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거창 관내로 교도소 이전의 당위성을 처음 주장했던 순수한 마음인 학부모의 입장에서 피력해 보고자 한다.

며칠 전, 큰아이 친구와 부모님을 만날 일이 있어서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물어볼 기회가 있었다. 큰아이 친구는 외지에서 거창으로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어머니와 함께 거창에 와 있는 친구였다. 친구 부모님은 왜, 이 문제로 양분되어 서로 대립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어쩔 수 없이 교도소가 들어오더라도 위치 선정은 지금 그 자리는 누구라도 아니라고 말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본인도 학교 주변에 교도소가 있었다면 거창으로 고등학교를 진학하지 않았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 문제는 거창 군민들끼리 대립하여 싸울 것이 아니라 법무부를 상대로 얼마만큼의 인센티브를 받을 것인가로 함께 뭉쳐야 하지 않느냐면서 의구심을 드러냈다.

그리고 큰아이 친구에게 물어봤다. “만약에 거창에 교도소가 들어오면 학생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말이다. 그 친구는 서슴지 않고 이렇게 대답했다. “사람들은 거창 아닌 다른 곳으로 고등학교를 진학하지 않았을까요?”

그렇다. 이 같은 의견들이 밖에서 거창의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거창의 문제는 거창 사람들이 풀어가야 하는 것이 맞지만, 서로 대립되어 자기 의견만 옳다고 할 때는 이해 당사자가 아닌 제삼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도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거창은 군소도시로 인구가 빠르게 감소되고 있고 10년 뒤에는 소멸하는 도시에 들어간다는 연구 보고서도 나왔다. 지금 학교 현장에 가보면 빠르게 아이들이 줄어들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아이들이 줄어들면 학교가 없어지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곳에서 문제가 나타나게 된다.

지금 현재 거창은 중학교보다 고등학교가 더 많아 농촌에서는 보기 드문 경우이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가 외지에서 거창으로 유학 오는 학생들 덕분이다. 이 학생들이 우리 지역에서 소비하고 있는 경제적인 측면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거창이 인근 함양이나 합천보다 활기찬 이유가 저녁이 되어도 불 꺼진 깜깜한 적막한 도시가 아니라 살아 숨 쉬는 도시가 될 수 있는 이유가 젊은 사람 즉 학생들이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거창이 발전할 수 있으려면 젊은이들이 계속 유입되고 그 젊은이들이 경제 활동을 하며 가정을 꾸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걸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만드는 힘이 교육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그 교육도시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도록 유치원과 초·중·고 11개 학교가 몰려있는 지금 그 자리는 교도소 자리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교도소는 아파트와 학교가 몰려있지 않은 외곽으로 이전하는 것이 누구나가 생각하는 보편적인 상식이 아닐까 생각한다.

지금 거창은 중대한 결정을 앞두고 있다. 교도소 관련 주민투표의 진행과정을 보면 정당간의 싸움, 진보 대 보수의 싸움, 공무원출신 대 비공무원 출신들의 싸움으로 비춰지고 있다. 또한 장날 주민투표 관련 양쪽 진영의 유세하는 것을 보면 정당이 개입하고 있음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거창군을 위하고 거창군민을 위해서는 교도소 이전 문제가 정당 대결로 가지 않길 바란다. 그렇지 않아도 선거의 후유증이 가시지도 않았는데, 또 서로 간에 시기와 반목을 한다면 거창은 또다시 두 동강이 날 것임이 뻔하다. 그래서 필자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교도소 이전을 공약으로 내세운 후보로서 책임이 있는 당사자지만 정당 대결로 가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생각에 내 주변부터 말없이 챙기고 있다.

이번 10월16일 교도소 관련 주민투표는 거창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선거이다. 학부모들이 길 위에서 보낸 시간들이 벌써 6년의 시간이 흘렀다. 학부모들이 무엇을 위해 6년의 시간을 버텨내며 이 자리까지 왔겠는가? “그곳은 교도소 자리가 아니다!” 오직 이 일념 하나로 버텨낸 시간들이다. 우리 모두 냉철하게 판단하여 어떤 결정이 눈앞의 이익이 아닌 미래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는 거창으로 만들 수 있는지, 우리 자손들에게 원망 듣지 않는 결정인지, 심사숙고하여 투표해 주시길 바란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도 아니고, 지나간 것도 아닌, 지금 여기에 있다. 교도소는 거창 내 다른 곳으로 이전시키고,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고 안전한 학창 시절을 보내어서 거창을 위해 일할 수 있는 큰 일꾼으로 자라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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