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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사는 행복, 사람을 사귐에 밥상만한 게 없습니다”밥 사는 행복 모임
  • 서부경남신문
  • 승인 2019.10.15 14:28
  • 호수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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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거창한 곳에 있지 않다
친구는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든든한 동반자

밥 한 끼 나눔의 소중함을 알고
자신의 빛깔과 향기로
인생 후반기로 살아가는 친구들

만남을 기다리는 모습에서
세상살이의 내면을 채워간다

‘밥 사는 행복’ 모임이 지난해 10월 울진 덕구온천 원천탕에서 족욕을 하며 즐기고 있다. <사진: 밥 사는 행복>

[글= 이철우 본지 회장] 우리는 거의 무엇이든 사고 팔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사고 판다는 논리가 물질적 재화에만 적용되지 않고 점차 삶 전체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이제 사람들은 행복 등 사고 팔 수 없는 것에 더 매력을 느낀다.

행복의 요소는 돈과 건강이라고 생각하지만 돈과 건강을 가졌다고 마냥 행복한 것은 아니다. 누군가 행복을 가꾸는 것은 손닿는 곳에서 꽃을 따다 꽃다발을 만드는 것이라고 하였다. 행복은 거창한 곳에 있지 않다. 바로 옆의 친구이다. 친구는 말이 통하고 생각이 비슷하고 눈빛만으로도 마음을 읽어주는 친구가 좋은 친구이다. 자신의 어려움에 뜨거운 눈물을 흘려줄 수 있는, 여름날에는 그늘막이 되고 겨울날엔 바람피할 언덕이 되는 친구가 있다면 그의 인생은 성공한 것이다. 친구는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든든한 동반자이다.

좋은 인연인 친구와 함께 하는 인생은 외롭지 않다. 우정은 돈으로 살 수 없다. 돈으로 산 친구는 진짜 친구와 같을 수 없다. 돈으로 산 친구는 사라지거나 변질된다. 친구를 위해 시간, 정성, 관심을 보여야 한다. 가끔 찾아보고 안부도 물어야 한다.

‘밥 사는 행복’이라는 밥 먹고 대화하는 모임이 있다. 매주 월요일에 궁합이 맞는 친구 여섯 명이 만난다. 아무 이해관계도 없고, 목적도 없이 만나 식사를 하면서 근황을 묻고 세상사를 화제로 즐거운 교제시간을 갖는다. 사람들 삶의 절대적인 부분은 먹는 것이다. 그 누구도 먹지 않고 가능한 삶이란 있을 수 없다. 밥상을 마주하고 정을 주고받는다. ‘사람을 사귐에 밥상만 한 게 없다’는 말이 있다.

사람이 사는 재미는 마음 맞는 친구를 만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대화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 어떤 자리도 음식이 뒤따를 때 더욱 풍성해지는 것이다. 밥을 사는 것을 행복을 만드는 일이라고 여긴다. 밥을 사는 것을 복을 지을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한다. 밥 사는 순서가 대략 정해져 있는데도 서로 작복(作福)의 기회를 갖겠다고 서두르기도 한다. 만나는 횟수가 거듭될수록 가족동반 맛 기행도 하는 등 관계가 돈독해지고 있다.

요즘은 혼자 밥을 먹는 사람도 늘고 있다. 혼밥을 즐기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른데, 자유롭고 편해서, 다른 사람과 같이 먹는 것이 불편해서 또 그냥 밥 먹을 때가 됐는데 혼자라서 어쩔 수 없이 혼자 먹는 사람도 있다. 슬픈 경우가 있다면 같이 먹고 싶은데 다른 사람과 어울릴 수 없어서 혼자 먹을 수밖에 없는 경우다. 우리의 인식은 “혼자 밥 먹는다=친구가 없다=사회성 없는 사람으로 보인다.” 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1인 가정, 독신, 미혼이 늘어나면서 개인주의가 늘어나고 혼밥을 먹는 경우가 점점 확산되어가는 추세에 있다.

그러나 아직 한국문화에서는 혼자 밥을 먹는다는 것이 익숙한 모습은 아니다. 세상에 저 홀로 사는 사람 없어서, 함께 믿고 의지하며 사는 것이 옳고 또 아름다운 일이라 생각한다.

밥 사는 행복친구들은 만남을 기다리는 마음이 가슴 한구석에 우정의 빛깔을 띠고 다소곳이 자리 잡은 듯하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모두 모인다. 친구들은 굶기를 밥 먹듯 하고 전구에 씌워 꿰면 양말을 신었던 60~70년대를 지나왔다. 봄의 춘궁기인 보릿고개를 겪은 세대이다. 밥 한 끼는 실로 대단하고 절실함을 알고 있다. 배곯아도 배워야한다는 부모들의 성화로 도시락도 없이 학교를 다녔다. 점심시간에는 밥숟갈대신 수도꼭지를 틀어 물로 배를 채웠던 일을 옛이야기처럼 회상하기도 한다.

인생에는 굴곡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오랜 연륜에 걸쳐 그 굴곡들을 밟아보지 않고서는 그것의 내막을 모두 알기 어렵다. 지식으로 아는 것과 경험으로 아는 것은 다르다. 일생의 시간을 대가로 지불하고서야 체득할 수 있는 세상살이의 웅숭깊은 내면을 노래한 고은 시인의 <그 꽃>이란 시가 있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나는 이 모임에서 많은 것을 배워 인생길에 참고한다. 옛 성현말씀에 “봉생마중(逢生麻中) 불부이직(不扶而直)”이라 했듯이 쑥이 삼밭에서 크면 누가 도와주지 않아도 곧게 자란다. 매회 시간마다 사람 사는 법을 배운다. 때문에 나는 회원님들께 늘 감사하고 있다. 덕담을 하면서 밥 한 끼 나눔의 소중함을 알고 자신의 빛깔과 향기로 인생 후반기를 살아가는 친구들의 면면을 본다.

밥은 정이다. 사람을 사귐에 밥상만한 게 없다. <사진: 밥 사는 행복>

# 김성옥은 ‘기쁜 소리사’를 1979년 4월부터 시작해 2017년 4월까지 39년간 운영하였다. 그는 누구보다 부지런하다. 그의 좌우명은 ‘부지런만 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일근무난사·一勤無難事)’이다. 잠시도 쉬지 못하는 성격이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친구다. 노인대학도 이수했고, 함양군 다볕풍물교실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행복마을 초대이장도 지냈고,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장을 맡아 봉사하고 있다. 사후 ‘장기기증’을 하는 등 웰 다잉(Well Dying)을 준비하는 참으로 열심히 사는 친구이다.

# 이차영은 고운 심성과 단아한 모습을 보여준다. 많은 사람들이 가볍게, 세상의 잇속을 향해 달려가는 경박한 시대를 훈도하는 뿌리 깊은 나무가 되고 있다. 밥 사는 행복의 중심추 역할을 하고 있다.

그의 주변에는 사람들이 많다. 겉과 속, 처음과 끝이 한결같기 때문이다. 이건 ‘비밀이야’하면 끝까지 비밀을 지켜주는 친구다. 과묵한 편이나 입을 열면 장강유수처럼 도도하다. 논리정연하고 설득력이 있다. 세사문초객(世事問樵客)이란 말처럼 초야에 묻어있는 범인(凡人)답지 않는 논객이다.

# 전범식은 평생을 공직에 봉직한 퇴직공무원이다. 그의 장점은 사람그릇의 크기에 관계없이 누구나 막론하고 가슴을 열고 만날 수 있는 순후하고 온화한 인품의 소유자다. 세 번의 대수술을 한 80의 밑자락을 깐 나이지만 여전히 농사일을 많이 한다. 자녀들이 이제 좀 쉬라고 권유하면 “경기장에서 달리기를 하고 있을 때 결승점이 가까워졌다고 해서 그만 멈추어야 하겠나?”고 여유를 보인다. 숫자에 투철하다. 모임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위해 노력한다.

# 정상민은 남들이 삼베옷 입을 때, 채색 옷을 입고 컸다. 딸부자 집의 귀한 아들이다. 귀함을 받고 자란 사람은 자칫하면 자기밖에 모르기 쉬운데 어려운 환경의 사람에 대한 배려심이 강하다. 주변사람들을 챙겨주고 아낌없이 베푼다. 호불호가 분명하다.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것은 그만큼 그의 생활자세가 모범답안과 같이 떳떳하기 때문이다. 장거리 여행을 할 때면 운전을 자원하는 등 모임을 위해 궂은일을 자원하고 있다.

# 정창섭은 심우(尋牛), 견우(見牛), 득우(得牛)의 과정을 거쳐 목우(牧牛)하는 소 박사이다. 한우협회 함양군지부장을 역임하고 한우개량에 심혈을 기울여 전국의 저명교수와 독농가를 초빙, 교육을 통한 축산농가의 소득증대에 기여한 공로로 제1회 함양군농업인상을 수상했다.

하늘아래 씻은 듯이 깨끗하게 태어나 우명농장의 마굿간 소들을 보면 ‘우와! 부자다’하고 탄성을 지를 만큼 경제력을 키워냈다. 사람마다 이 땅에서 저마다의 빛깔로 족적을 남기지만, 깊이 있게 자신을 하나의 역사로 만든 흔치않은 사람 중 한사람이다.

모임을 계속할수록 사모님들에 대해 시선을 돌리게 된다. 귀찮은 일들이 왜 없겠는가 만은 남편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는 것 같다. 감사드린다.

서부경남신문  newsnur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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