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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아 인생아’ 희망은 노래를 먹고 자란다강류경 가수·한국연예예술인협회 함양지회
  • 이영철 기자
  • 승인 2019.10.29 15:13
  • 호수 29
  • 댓글 0

노래교실에서 실력 인정받아
가수로 데뷔, 첫 앨범발매

김정만·정유근 노래스승 만나
가수로 바뀌는 전환점 맞아
음악방송국 출연하며 이름 알려

치매 시어머니·남편 항암치료
포기하지 않으니 완쾌
이젠 노래대로 행복해지고 싶어

‘사랑아 인생아’를 부른 강류경 가수가 주마등처럼 흘러온 지난 시절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서부경남신문>

20여 년 전, 함양 사는 친구의 소개로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경북 봉화군 봉성면에서 태어나 초·중·고를 모두 봉화에서 다녔다. 삼천포가 고향인 어머니를 따라 이사 오게 되면서 자연스레 경남 함양과도 가까워졌다. 남편과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러나 막상 시골생활이 녹녹하지는 않았다. 5000평 정도 되는 사과농사를 남편과 함께 직접 지어야 했기 때문이다. 결혼을 해서 정착하게 된 곳은 함양군 지곡면 시목마을. 마을이름이 시목(木)으로 불려 진 것은 감나무가 많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또 조선 전기 문신 남계 표연말 선생이 부모의 상을 당했을 때 3년간 시묘(侍墓)했다고 해서 붙여졌다는 유래도 있다.

시목마을은 물이 귀해 벼농사를 짓기 힘들었다. 가뭄이 심한 해에는 안의면 화림동 계곡의 물을 끌어와 농사를 지었지만 풍족하지는 못했다. 이후 40여 년 전 함양군에서 가장 먼저 사과나무를 심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사과가 시목마을을 대표하는 농산물이 됐다.

농사만 짓다보니 알게 모르게 우울증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무릎연골이 터지기도 했다. 우울증을 보다 못한 뒷집 사는 동생이 안의면 노래교실이 재미있다고 같이 가보자고 권유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노래교실은 전국적으로 활성화되던 시기였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노래 부르고, 듣는 것을 유난히 좋아했다. 10남매 중 일곱째로 태어났지만 늘 음악이 함께 했었다.

지금까지 유일한 낙은 고된 농사일을 마치고 일주일에 한 번 가량 목욕탕 가는 길이었는데 새로운 즐거움이 생긴 것이다. 여기서 지역가수 김정만 노래스승을 만났다. 두 번, 세 번 노래교실에서 노래를 부르다보니 어느새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주부 강류경(59) 씨의 인생이 가수로 바뀌는 전환점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때마침 지곡면 정취마을에는 유명한 식당이 있었다. 2013년 문을 연 정유근 가수가 운영하는 ‘미소락’이라는 식당인데 위암 수술을 받고 귀촌해 식당을 운영하며 지내던 참이었다. 본업이 가수인지라 식당 한 켠에는 공연을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해뒀다. 공기 좋고 물 맑은 곳에서 부르고 싶은 노래를 마음껏 부르기 위해서였다. 마음이 편해서인지 정유근 씨의 몸 상태는 완쾌됐다.

정유근 가수는 강류경 씨가 안의에서 노래를 잘 부른다고 하자 남편 친구들과 식사하러 온 그녀에게 노래를 청했다. “옳거니” 노래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또 한 명의 노래스승의 권유에 의해 한국연예예술인협회 함양지회에 가입하면서 본격적으로 가수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녀는 임순남 노래교실에서 재능기부도 하며 함양문화예술회관 등 무대에 서기 시작했다.

강류경 가수의 소문이 자자해지자 가요TV ‘쇼쇼쇼’ ‘가요는 즐거워’ 등 음악방송국에 출연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28일 ‘사랑아 인생아’ 라는 타이틀곡으로 첫 정규앨범을 발매했다. 노래가 히트치자 서울 상암동·경기도 안양·경남 진주·한서대 등에서 노래교실에서 그녀의 노래를 가르치고 있다. 정유근 가수는 “강류경 씨의 목소리는 처음에는 애달프고 슬픈데, 들으면 들을수록 깊은 정이 느껴지면서 노래가 좋아진다”고 말했다.

초대가수로 무대에 올라 열창하고 있는 모습.
가요TV에서 ‘사랑아 인생아’를 부르고 있다.

그녀에게 본격적인 가수의 생활이 열렸지만 지금은 잠시 주춤한 상태다.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가 새벽에 집을 나가면서 어디서 넘어지셨는지 얼굴이 피투성이가 되고, 입이 터지는 일들이 다반사로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맨 손으로 대·소변을 받아내고, 이틀에 한 번씩 목욕을 시키는 등 지극정성으로 시어머니를 모셨다. 보다 못한 시누이들이 나서서 치매에 걸린 지 5년을 넘어선 올해 2월 시어머니를 함양읍에 있는 한 요양원으로 모셨다.

그러던 차에 남편이 아프기 시작하면서 6㎏가량 살이 빠져 지난 1월 병원에 가니 췌장암 진단이 나온 것이다. 2월 중순에 수술하고 9월까지 항암치료만 18회나 받는 등 남편 병간호도 벅찼다. 농사일만 하고, 노래 밖에 몰랐던 그녀에게 커다란 시련이 다가온 것이다.

강류경 씨는 “시어머니를 끝까지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다”며 “내가 모시고 있다고 효도하는 게 아니더라고 하더라. 자꾸 다치기만 할 바에는 시누이들과 의논해 요양원에서 보살피는 게 더 났다고 생각해 결정한 것”이라며 말했지만 슬픈 표정이 가득 차 보였다. 치매를 앓고 계신 시어머니를 요양원에 보내드려야 할 수 밖에 없는 사정이지만 마음이 늘 무겁기만 했다. 그래도 자주 찾아뵙고 가까운 곳에서 모시기 좋은 곳이 어딜까 궁리 끝에 함양읍을 선택했다.

남편 백덕현(60) 씨는 지금은 몸이 많이 완쾌됐다. 남편이 동네사람들에게 부담이 된다며 마을이장과 지곡면이장협의회장을 그만 두려고 하기에 그녀는 “이마저도 놓으면 그냥 무너진다”며 극구 만려했다고 했다. 사람을 좋아하고, 일을 좋아하기에 이웃을 위해 할 수 있을 만큼은 더해야 한다는 것. 그래야 건강도 빨리 회복될 수 있다는 게 그녀의 생각이다. 실제 남편은 목적이 생기자 몸도 더 좋아지기 시작했다.

강류경 가수의 첫 앨범 표지사진.

그러다 그녀가 다시 노래를 시작하게 된 것은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게 “내가 무대에 올라 노래 부를 때 가장 행복하고, 표정이 밝아졌다”며 “그를 위해 노래 부른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지난 9월 함양산삼축제 무대에서 노래 불렀을 때 활짝 웃으며 행복해하던 남편을 위해 앞으로도 좋아하는 노래를 많이 부르고 싶다는 게 그녀의 생각이다.

남편이 지금은 크게 힘쓰는 일을 못하기에 대신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이달부터는 안의면 기백사우나에서 옷·신발·잡화 등을 팔고 있다. 남편이 소량만 식사해야 하고, 맵고 짠 음식은 먹을 수 없어 새벽 3시30분에서 4시 사이에 일어나 아침·점심·저녁을 준비하고 6시30분에 출근하지만 남편의 격려를 받는 지금이 오히려 힘이 난다고 자랑했다. 얼마 전에는 남편과 함께 봉화군 불금축제에 다녀오는 등 벌써 네 번이나 고향 무대에 섰다.

다행히 두 명의 자녀들이 잘 자라주어 큰 힘이 된다. 큰 딸 소영(32)은 지난해 11월에 결혼했고, 아들 승윤(30)은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함양군청에 다니고 있다. 그녀는 “고생하고 힘들었던 부분이 위로받고 있다”고 털어놨다.

강류경 씨는 타이틀 곡 노래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작사·작곡가인 하승희 선생님을 만난 게 큰 복이라고. 그녀는 “남편하고 상의했다. 내 생활이 너무너무 힘들었다. 이제는 행복해지고 싶다. 서두는 슬퍼보여도, 말미에는 행복해지고 싶다”며 그렇게 곡을 만들어 줄 것을 작곡가에게 요청했다. 그렇게 나온 곡이 타이틀곡 ‘사랑아 인생아’다.

시작도 끝도 없이 돌고 도는 이 세상
나 지금 여기에 서서 
지나간 날들을 뒤 돌아본다
아쉬움과 그리움 속에
못다 이룬 나의 꿈은 어디에
못 다한 내 사랑은 어디에
만남도 이별도 사랑도 인생도 
나를 두고 어디로 가나
한순간에 선택으로
울고 웃던 지난날들
후회해도 소용없기에
내게 남은 사랑을
내게 남은 인생을
나는 또 사랑하리라

- <사랑아 인생아> 중에서

그녀는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노래대로 행복해지고 있구나.”

이영철 기자  leeyc@seob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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