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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구치소 6년 반대운동이 남긴 것
  • 서부경남신문
  • 승인 2019.10.29 15:14
  • 호수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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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간 지역사회의 커다란 갈등으로 전개되어 오던 ‘거창구치소 신축사업’이 주민투표를 통해 마무리됐다. 현재 장소에서 짓자는 원안이 64.7%, 거창 내 다른 장소로 이전하자는 안이 35.2%로 나오면서 거창군민들은 원안을 선택했다.

투표는 끝났지만, 갈등이 빚은 상처가 아물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듯하다. 주민투표 운동기간 관권개입, 허위사실 유포, 불법·탈법 논란이 불거지면서 소통과 화합의 장이 되어야 할 정책투표가 선거유세전 마냥 변질됐기 때문이다. 이는 정책에 대한 충분한 홍보도 사전지식도 없이 결정되다 보니 진행된 일이기도 하다.

여기에 투표당일 날 거창군의회 한 군의원이 이장들에게 불법 주민투표운동 메시지를 보낸 것이 드러나면서 파장이 확산됐다. 이 군의원이 보낸 문자메시지에는 “노인 분들 이동시 구치소 이전 측에서 계속 감시하고 있으니 출발은 경로당에서 하지 말고 제3의 장소에서 출발하고 투표장소 이전에 하차바랍니다”라며 구체적인 지시사항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민투표가 정책투표로 아니라 진보 대 보수,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 등 진영논리로 번지면서 정책은 실종되고, 주장만 난무하면서 애당초 의미를 부여했던 주민투표는 실종됐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거창의 미래와 발전을 위해 성공적으로 치러내자는 당초 의지와는 달리 주민투표가 또 다른 갈등을 부추기고 분열을 넘어 적대감을 조장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사정으로 처음에 순수하게 시작된 학부모들의 운동이 시민단체, 정당 간의 주장으로 넘어가면서 기득권 싸움의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정치인들은 주민투표가 모든 분열과 대립의 갈등을 봉합하고 화합과 단결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 주장했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집단 간의 양극화는 더 고착화 될 것으로 보인다. 애꿎은 시민들만 ‘내편, 네편’으로 나눠지면서 소용돌이에 함께 빠져든 것이다.

거창군민 65%가 원안을 선택했지만, 35%의 이전 움직임이 있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결과의 기쁨보다는 가슴 아파 할 이들의 눈물을 먼저 닦아줘야 한다. 그것이 한 동네에서 함께 웃으며 울고 살아갈 우리들의 역할이기도 하다.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이제는 정치인이 앞장서서 그렇게 해야 한다.

거창구치소 신축사업 주민투표는 참으로 많은 것을 남겼다. 사람과 제도에 대해 생각할 만큼 충분한 시간이다. 이긴 쪽도 진 쪽도 주민투표를 두고 스스로에게 합당했는지 한번쯤은 질문을 던져야 할 때이다.

서부경남신문  newsnur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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